[몽촌토성 인터뷰 7-2] 승리 투수를 꿈꾸는 설계사

야구선수, 요리사 그리고 재무 컨설턴트

by 이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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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리를 열심히 하시다가 그만두셨죠. 어떤 계기로 그만두게 됐나요?

나 : 당시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진 상태에서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어요. 제가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다 보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됐어요. 그래서 직업을 바꾸게 됐죠.

당시 나이가 얼마였나요?

나 : 작년이었으니 서른 하나였죠.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고 들었어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인데요.

나 : 네.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었나요?

나 :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이게 진짜인가?’라는 생각. 현실감이 없었어요.

그 후 현실감이 돌아오면서 직업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했군요.

나 : 네 그렇죠. 그 그간이 꽤 길었어요. 두세 달 정도.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나 : 네 많이 힘든 시간이었어요.


결국 요리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좋아하던 요리를 그만두는 것이 또 쉽지 않았겠어요.

나 : 엄청났죠. 새로운 직업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그 시기에는 결정하기 쉽지 않았어요.

나이가 서른이 넘었기 때문에 직업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나 : 네 맞아요. 더군다나 마지막에 일했던 곳에서 오랜 기간 돈을 모으려는 마음을 먹고 들어갔기 때문에 그만두기 더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쉽지 않을 결정을 내리고 새롭게 선택한 FC로서 일한 지 얼마나 됐나요?

나 : 실무를 시작한 후부터 8개월, 준비 과정을 포함하면 10개월 정도 됐어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학창 시절부터 대인 관계에 대한 서투름이 아쉽다고 했는데,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재무 설계사 업무를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아요.

나 : 엄청났죠. 처음에 그만둘 생각도 했어요. (대인 관계에 대한) 부담감도 그렇고, 전혀 다른 분야이다 보니까 어려움이 컸어요.

직업을 두 번이나 바꿨다 보니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어려움이나 불편한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나 : 다른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하고 계속 미리 준비해야 하니까 에너지 소비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 부분이 힘들었어요. 새로움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걸림돌이 많이 됐어요.


FC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나 : 처음에 제가 들어간 팀에 운동선수 출신이 많았어요. 그 팀에 소속된 친구가 한 명이 저희 아버지 병원에 다니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도와줬어요. 저도 보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여느 집안이 그러하듯 어머니가 가족의 재정을 관리하고 계셨는데 어머니도 가입한 보험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에게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한 번 봐달라고 부탁했죠. 한 걸음에 달려와서 살펴보고 나서 ‘지금 이 상태라면 힘들 것 같다. 보장을 많이 못 받을 것 같다.’라고 조언해줬어요. 그 당시 제가 일을 쉬고 있던 상태라 이 일이 어떤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됐죠. 상담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까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FC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친구분께서 제안을 하셨나요 아니면 본인이 의사결정을 내렸나요?

나 : 그 친구는 서운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제가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재 직장에서의 나성일 FC


운동선수로 구성된 팀이라고 하셨어요. 회사에서 운동선수를 뽑는 전형이 따로 있나요?

나 : 저희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 운동선수 출신이 많아요. 제가 속해있는 지점에도 프로선수 출신 팀장님도 계시고, 그분 밑에서 같이 일했던 분들이 팀을 분할하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선수 출신 직원들이 많이 들어오게 됐죠. 이렇게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 직업 특성상 사람을 끌어모으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렇게 구성됐어요.

이렇게 운동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팀이 일반적인 다른 팀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나 : 아무래도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 다른 특성이 있어요. 다른 팀들은 기본적으로 화기애애하고 나이 차이가 있어도 친근하게 대하는 반면 저희 팀은 운동했을 때의 기억이 남아있어서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에게는 깍듯하게 대해요. 운동할 때 선배처럼 대해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나 : 누가 먼저 선후배를 나누지 않아도 팀이 알아서 잘 운영되는 것이 장점이에요. 단점은 후배가 선배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지 못한 다는 점이 있어요.

생각보다 그 정도가 심한가 봐요.

나 : 다들 오랫동안 운동했던 사람들이라 마인드를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야구선수, 요리사로 공부하고 일하면서 쌓았던 경험이 현재 FC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됐던 적이 있나요?

나 : 네.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틀에 갇혀서 지내긴 했지만 운동도 요리도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지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지금의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상대방을 먼저 생각을 하는 배려를 배웠죠.


재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나 : 제가 만났던 고객 한 명이 기억나요. 저희 업무에서 보험 관련된 부분이 많다 보니 상담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큰 질병이나 심지어 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앞으로의 위험에 대해서 기분 나쁘게 듣거나 아예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알던 형님 한 분도 그랬어요. 설계사 일을 시작한 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본인은 아프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웃음), 결혼도 안 할 것이기 때문에 노후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두세 번 더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생각을 절대 꺾지 않아요(웃음). 그분의 마인드가 지금도 머릿속에 많이 남아있어요. 그렇게 본인 생각이 강한 사람은 못 봤거든요.

그런 유형의 고객을 만났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는 FC 선배들의 조언이 있나요?

나 :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냥 무시하라고 해요. 그런 분들에게는 괜히 힘 뺄 필요 없다고 조언해주세요. 저희 직업 특성상 계속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힘을 써야 될 때 써야 하는데 굳이 듣지 않으려는 사람한테 힘 빼거나 스트레스받으면 안 돼요. 그 시간에 다른 고객들한테 집중하라고 조언하시죠.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보험 판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고정관념이 있어요. 이 때문에 오해를 받았던 적이 있었나요?

나 : 오해는 항상 받아요. 오해라고 할 수 있고 (부정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도 있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갖고 가야 하는 부분이에요. 누구를 만나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해요.

FC도 사람이다 보니 이런 부분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 같아요.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나요?

나 : 상대방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준비한 것들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이런 말을 할 때 어떻게 말을 할지에 대해 준비해 가지 상대방이 저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할 것이라는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아요. 만약 저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그런 대화를 단절하죠. 그 인식에 휘말리지 않아요.

아까와 비슷한 경우네요. 굳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군요.


재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였나요?

나 : 얼마 전이었어요. 친구와의 이야기예요. 먼저 그 친구의 현재 재무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거부를 하더라고요.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더욱 열심히 준비를 해갔죠. 친구이기도 하니까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두세 번 더 만나면서 친구의 상황에 맞춰서 재무 플랜을 설계해줬어요. 상담이 끝나고 나서 저에게 이런 플랜을 준비해주고 시간 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뿌듯했어요.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전혀 다른 분야의 세 가지 직업, 두 번의 전환에 큰 부담감이 뒤따랐을 것 같아요.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나 : 저는 그 상황을 즐기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도전’이라는 개념이 제 의식에 항상 깔려있었어요. 뭘 하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자는.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저도 사람이니까 실제로 도전할 때는 부담이 되죠. 그럼에도 일단 도전하는 태도가 부담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도전 정신뿐 아니라 실질적인 적응력도 관건일 텐데요.

나 : 어렸을 때부터 적응력은 운동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별나게 뛰어났어요. 친구 부모님을 만나거나 감독님, 코치님들을 만나도 잘 어울렸어요.


사람은 자신의 일을 통해서 형성해가는 정체성도 있는데, 직업을 여러 번 바꾸면서 정체성의 혼란은 느끼지 않았나요?

나 :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없었어요. 직업이 바뀌고 환경도 바뀌었지만 실제로 도전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아요.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남에게 물어보기도 많이 해요. 그 대화들을 통해 제 생각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결국 결정은 제 생각대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신중하게 생각하죠. 그랬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없었어요.

모순되는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네요. 도전하는 성격도 있는 반면 신중하게 생각하는 성격이군요.

나 : 그러네요. 제가 겁이 많아요. 깜깜한 것도 무서워하고(웃음). 새로운 도전도 사실 무서워하고. 티를 안내는 거예요.


여러 직업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드리는 질문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중 어떤 가치를 우선 하나요?

나 : 사람마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전자 쪽에 가까워요. 좋아하는 것. 후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선택해야 하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택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전자에 가깝나요?

나 : 지금은 후자에 가까워요. 아무래도 현실에 많이 부딪혔고 많지는 않지만 나이도 있고. 모순이 있죠. 저의 생각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해야 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죠.

요리는 좋아하는 것에 속하겠군요.

나 : 요리는 100% 좋아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야구는 어느 쪽에 속했나요?

나 :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야 하나요. 부모님께서는 야구를 한 번 선택을 한 이상 이 길로 밀어줘야만 했고 저 또한 싫지 않았고. 저의 꿈도 자연스럽게 프로야구 선수가 됐죠. 아무래도 당시는 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영향력이 컸죠.


약간 관점을 틀어볼게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다를 때가 있어요. 어떤 가치를 우선 하나요?

나 :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회에서 원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시간적으로 ‘먼저’ 시도한다는 의미인가요?

나 :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일하든 자영업을 하든, 사회에서 원하는 것보다 앞서서 본인이 원하는 것에 도전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은 이후에 사회에서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가장 좋은 것은 사회에서도 필요하고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일 텐데요.

나 : 맞아요. 그렇지만 그러기는 힘드니까.



승리 투수를 꿈꾸는 설계사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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