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요리사 그리고 재무 컨설턴트
* 앞선 인터뷰를 먼저 읽으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합니다(클릭 시 앞선 인터뷰로 이동)
본인의 직업인 재무 설계사로서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전달해주고 있나요?
나 : 이 업(業)의 본질이 ‘미래’에 있고 ‘가족’이라는 가치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날 때도 이 가치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핵심적으로 ‘가족’이라는 가치예요.
어떤 의미에서요?
나 : 살면서 가장 소중하고,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고 현실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없다면 삶을 살아가면서 나의 가치관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민감하고 위험할 수 있지만, ‘가족’에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나 : 그렇죠.
가족으로 인해 본인의 꿈을 포기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재무 설계사로서 이 문제를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가는 데에 가치가 있다는 의미군요.
나 : 네 맞습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현대인들은 살기 위해 일할 수도 있고 일하기 위해 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본인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
나 : 저는 살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요?
나 :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일은 필수적이라고. 살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삶이 수월하지 않고, 파생되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살기 위해 일하는 것 같아요.
일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다는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의미군요.
나 : 네 맞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나 : 제 가치관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거예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와중에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것 없이.
소소한 삶이겠군요.
나 : 그게 가장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런 소소한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족 이야기가 나와서 질문드릴게요. 현재 하는 일의 가치도 ‘가족’에 있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삶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현재 본인의 삶이 그러한가요?
나 : 이제 그렇게 됐습니다(웃음). 갈등이 많았죠.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에 저희 가족도 사람인지라 갈등이 없을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잘 풀어왔고 지금은 잘 만들어서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갈등의 원인은 아버지의 병 때문이었나요?
나 : 복합적이었어요. 경제적인 상황, 저의 진로에 대한 상황, 각자의 사회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이 합쳐졌죠.
지금은 갈등이 풀렸다고 하셨는데 그 계기가 있었나요?
나 : 제가 어느 순간 한 가지 생각을 했어요. ‘나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려하고 있나?’라는. 내려놓으니까 편하더라고요. 그 이후에 대화를 시도하니까 자연스럽게 풀렸던 것 같아요.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일을 하셨어요. 가장 크게 배운 점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 : 아무래도 겸손? 숙이는 자세. 저의 짧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잘났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발전이 없어요. 본인만 생각하고 다름 사람들은 자신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좋지 않아 보여요. 물론 자신 있게 해야 할 때는 해야겠지만 항상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답이 나온 것 같지만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나 : 가족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아직 없어서(웃음).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나 : 그래도 뭐 사랑하는 사람도 가족인 거죠(웃음).
현명한 답이네요(웃음).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나 : 안타깝게도 저의 직업과 상황이 바뀌면서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만한 사람이 없어요.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요.
의외네요.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해보시면서 각 전문 분야마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따로 존경하는 사람을 선정해두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나요?
나 :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해당 분야의 일을 할 때마다 존경심을 가지게 된 분도 있었어요. 현재는 여러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지 존경하는 분이 생기지 않았어요. 앞으로 생기겠죠.
앞으로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나 : 이 업(業)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 거예요. 현재의 지인들을 저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도 목표예요. 그리고 프로 야구 선수의 꿈을 접고 요리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꿈. 제 가게를 차려서 장사하는 것. 결혼해서도 제 본업은 유지하면서 아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현재 속해있는 금융 분야에서의 꿈이 있나요?
나 : 작게는 보험 관련된 여러 자격증을 따는 것. 생명 보험, 손해 보험, 종합 자산에 대한 자격증들을 취득해서 보험뿐 아니라 증권 등과 같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꿈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하시나요?
나 :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겠네요. 이에 대해 부담감과 기대감 중 어떤 것이 더 큰 가요?
나 : 사실 부담감이 조금 더 커요. (금융이) 전공도 아니었고. 이전까지의 직업은 단순 반복 작업이 많았던 육체적인 노동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으니까요. 이제는 내가 게을러지거나 스스로 관리를 못하면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많아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변수도 많아졌는데 그 와중에 공부도 계속해야 하니까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이 더 커요.
학창 시절에는 야구를 하고, 성인이 돼서는 요리를 했는데 대부분의 일반인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적이 있나요?
나 : 학창 시절에는 조금 있었어요. 친구들과 같이 놀지 못한 것. 그 후로는 일반적인 길을 걸어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제 삶에 도움이 됐던 적도 많았어요.
현재 행복하다고 생각하나요?
나 :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지금의 행복을 견인하는 요인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나 : 아버지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아버지가 아프시기 전에는 그냥 살았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눈 적이 많이 없었는데 그 계기를 통해 가족들이 더욱 단단해지고 저도 더 성숙했어요. 더 열심히 살게 됐죠.
행복해지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습관 또는 생각이 있나요?
나 :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것이요. 소소한 것에도 감사하려고 노력해요. 사람이기 때문에 화를 낼 때도 많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감사하려고 하죠.
아까 말했던 겸손과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나 : 네 맞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세 가지 분야를 몇 년씩 경험해보셨기 때문에 각 분야의 진로를 준비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한 분야씩 질문을 드릴게요. 프로 야구 선수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나 : 아휴. 제가 프로 선수가 못됐는데 감히 조언을(웃음).
열심히 준비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웃음).
나 : 운동선수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人性)이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해요. 본인의 마인드를 다잡고 체계와 규율을 잘 지키는 것. 선수 한 명 한 명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요. 틀 안에서 통제를 받다 보니까 과격하기도 하고 튀려고도 하고. 나중에 가면 인성이 망가지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런 부분도 신경 써야 나중에 프로 선수가 돼도 탈이 없어요. 그때는 공인(公人)이잖아요. 프로가 안되고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물론 중요하죠.
요리사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도 조언해주세요.
나 : 일단 견뎌야 해요. 힘든 것을 참을 줄 알아야 해요. 좁은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과 하루 종일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많이 빠지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능력도 퇴화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요리 외적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해요. 그 안에만 갇혀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돼요.
사람 관계, 전문 분야 모두 시야를 넓히라는 의미인가요?
나 : 다른 전공을 파고들어가라는 말은 아니에요. 사회, 정치, 경제 혹은 스포츠,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좁은 주방 안에서 생기는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어요.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의미군요.
지금 일하고 있는 FC, 금융 분야로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요?
나 :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방향성과도 맞물리는 내용이에요. 사람들을 만나서 재무적인 관점으로 설득하는 직업이다 보니 첫째는 ‘진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FC는 힘든 직업이에요. 간절하게 일해야 해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서 버티는 것. 버티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요즘의 청년들은 꿈을 꾸기도 힘들고, 꿈을 꾸더라도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포기해야 할 경우가 많아요.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 : 저도 꿈을 잊고 살았던 기간이 꽤 길었던 것 같아요. 내가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언젠가 다시 생기는 것이 꿈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뭔가를 지속하면 당연하게 생기는 것 같아요. 청년들에게 너무 힘든 시기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뭔가 하다 보면 또 다른 꿈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티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알겠습니다.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 입니다. 긴 시간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던 1년 반보다 인터뷰하는 1시간 반이 더 충분했다. 나성일이라는 지인(知人)을 더 알아낸 시간. 어찌 보면 사회초년생이라는 타이틀을 두 번이나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 순탄하지 않다는 생각. 수많은 두 번째 사회초년생들 역시 지금도 하루하루 우둘투둘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겠지.
꿈은 버티면 다시 찾아온단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버티란다. 인생길에 정답은 없으니 환경을 탓하기보다 꿋꿋하게 버텨내면 꿈은 찾아오리란 자기 선포 또는 외침과 같이 들렸다. 혹자는 스스로에게 가하는 희망 고문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우리가 잠깐의 시련으로 무척 흔들리다가 돌이켜보면 결국 지나간 시간이 되었음을. 지금의 나를 보면 한층 더 성숙해있음을.
돌이켜보면 결국 지나간 시간이 되었음을
봄비가 내리고 진짜 봄이 오는가 보다. 괜스레 들뜨는 마음. 오래 알고 지냈지만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지인(知人)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하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으려나.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몽촌토성 인터뷰이의 아이템은
쉼, 여유, 소소함, 깨끗함을 위한
휘게(Hygge) 셀렉샵 '숄든'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storefarm.naver.com/skjold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