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스라엘 여행기_Day 1
이스라엘에서의 첫 일정은 비로 시작한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삭막한 흙색 도시에 단비가 내려 적셔주는 느낌이다.
괜히 첫째 날이라고 아침부터 감성 돋게 써봤다. 이제 공식적인 첫 일정 시작이다.
처음 찾은 곳은 팔레스타인 자치구다.
팔레스타인 자치구는 베들레헴에 위치해 있으며, 실은 벳사홀 / 벳잘라 / 베들레헴 세 동네로 이루어진 전체 지역을 통틀어 베들레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들과의 반목이 심해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예전부터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아랍인들과 유대인들 간의 무력시위 및 테러 등이 많이 발생해왔고,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높은 담을 쌓은 것이다. 이 담의 길이는 현재 150km의 길이로 세워져 있으며 추후 720km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랍인들은 당연히 이에 대해 불만이 많다.
설치된 담 자체로 인종차별이며 인권침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팔레스타인 지구에는 100% 아랍인들만 거주하고 있는데 담 밖의 유대인 지구로 나갈 수 없도록 규제해 두었다. 민족적인 갈등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정작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일자리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밖에 있는데 이를 규제하니 먹고 살기 빠듯해져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거주인이 유대인 구역에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발행해주는 노동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검문소를 통해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다.
UN에서도 이에 대한 정당성을 안건으로 올려서 이스라엘 정부를 회의에 소집했었다고 한다.
그때 이스라엘의 의견은 이와 같다.
'담이 설치되기 전 아랍인들의 테러로 인해 매년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담을 설치한 후에는 테러 발생률이 0%가 되었다. 다시 담을 허물고 테러가 발행하면 당신들은 이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결국 정답이 없는 문제다. 각자의 의견이 정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치하게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포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알면서도 실천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으로 찾은 곳은 '목자들의 들판 교회'다.
1953년에 캐나다의 지원으로 건축되었으며, 이스라엘에 있는 몇 안 되는 개신교 교회 중 하나다.
실제로 예전 시대 양을 치던 목자들의 이미지는 사실 예수님과 같이 거룩하고 정직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목자는 외려 사기꾼에 가까웠다
보통 땅과 양을 많이 보유한 유지는 혼자서 그 자산들을 관리하기 힘드므로 '비정규직 목자'를 고용하여 그들에게 양을 관리하도록 배분해준다. 만약 100마리를 맡긴다면 관리를 다 마치고 계약기간이 끝날 때 100마리를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옳겠으나, 질병이나 사나운 짐승들의 위협으로 인한 위험을 반영하여 계약 시에 3마리까지는 비어도 괜찮다는 면죄부 조항을 넣는다.
만약 정직한 목자라면 이런 면죄부 조항에 상관없이 100마리를 성실하게 보호하고 다시 100마리를 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목자도 사람 아니겠는가. 만약 계약이 끝날 시점이 되어 100마리가 온전히 남아있는 다면 어차피 3마리쯤 비어도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 것이므로 그 3마리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슬쩍하는 것이다.
새끼를 낳는 겨울이 되면 더 심해진다.
보통 주인이 목자에게 양을 넘겨줄 때 임신한 양들에 색을 칠해둔다. 그리고 새로운 계약 사항에 100마리 중 480마리가 임신한 상태이니 중간에 죽는 새끼를 고려하고 나서 적어도 460마리의 새끼까지 잘 보호한 후 돌려받는다는 조항을 추가한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는 임신한 양이 480마리보다 많거나 새끼가 더 많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정직한 목자라면 새롭게 생긴 모든 새끼 양을 포함하여 주인에게 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인 목자는 계약한 460마리 이상의 새끼가 있을 경우 자신이 슬쩍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것이 불법이라기보다 안 하면 바보라는 식으로 당연한 관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른 목자라는 것을 이 교회에서 말하고 있다
양은 사람의 허리 높이 만한 담이 있으면 점프하지 못한다. 해서 양을 가둬놓는 담은 허리 높이로 둘러쳐져 있으며, 드나들 수 있는 통로만 자그마하게 뚫어 놓는다.
목자는 이곳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잠을 자며, 따라서 목자가 누워있는 이 통로를 통하지 않고서는 양의 출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광야에는 사나운 들짐승들이 있지 않은가. 양을 노리는 짐승들은 허리 높이는 거뜬하게 뛰어넘어 양을 낚아채간다. 그들은 강도이고 도적인 것이다. 예수님께서 본인을 통해 출입하지 않는 모든 것들은 강도이고 도적이라 말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양과 목자 둘 사이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제 목자들의 들판 교회를 떠나 같은 베들레헴 지역에 있는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이곳은 예수탄생기념교회다.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 위에 세워진 교회다. 이 교회는 이스라엘에서 처음 세워진 교회이며 4세기에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왕비에 의해 건립되었다.
이슬람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되는 시절에 유일하게 이 교회만 파괴당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오는 것을 표현한 벽화의 등장인물인 동방 박사가 자신들의 조상인 것을 발견하고서 파괴하지 않았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지하 동굴 통로로 조심스레 내려가면,
이렇게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아기 예수가 누이신 말구유라고 추정되는 터를 기념해놓은 곳이다.
실은 말구유라고 부르는 장소는 우리 시골에서 외양간과는 다른 구조다. 우리나라의 외양간은 사람이 거주하는 안방이나 사랑방과는 따로 떨어져 독채로 존재하는 곳이지만, 예전 이스라엘에서, 특히 가난한 베들레헴 동네에서 짐승이 살던 공간은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 바로 아래 지하층에 있었다. 짐승들이 거주하며 지하에서 내뿜는 열기가 위층으로 올라와 사람이 거주하는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용도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위층은 비싼 곳이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기 부담스러웠고, 아래 지하층 한 공간에 장소를 별도로 마련하여 지내기도 했다. 아기 예수의 부모였던 요셉과 마리아도 그들 중 한 명이었고 수태한 마리아가 아기를 낳은 장소도 자연스럽게 이 말구유가 된 것이다.
이렇게 의미 있고 역사적인 교회인 만큼 많은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도 약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혹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사람이 없을만한 시간을 잘 확인해서 가기를 진심으로 권장하다.
자, 드디어 식사 시간이다.
역시 여행은 먹방이다
이스라엘의 음식도 주변 중동 국가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채소와 과일이 아주 신선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양만으로도 자급률을 넘는다고 한다.
또, 중동 국가의 주식 중 하나는 빵이다.
너무 흔해서 유리 닦는 걸레처럼 쓴다고 하여 걸레빵이라고 부르는데, 이름과는 다르게 아주 맛있고 어떤 음식 재료들과도 잘 어울린다. 위의 사진에 있는 재료들을 빵 안에 넣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이다.
계속해서 비가 오는데 내일이면 그친다고 하니, 비 오는 이스라엘을 센치하게 느껴본다.
또 감성 돋는다. 첫날이라 그렇다.
산을 넘어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기드론 시내를 만났다.
우기라 물이 많이 불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물의 근원은 기혼 샘에서 시작하여 이렇게 기드론 시내를 지나 사해까지 이른다고 하니 이스라엘을 휘감는 물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곳은 베다니 마을이다.
예루살렘 옆에 위치한 곳이며, 나사로 교회가 세워진 곳이기도 한다.
그 이름처럼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을 기념하여 세워진 교회다.
이날이 주일이라 예배드릴 장소가 필요했는데, 현재 본당에서는 예배를 드릴 수가 없고 옆에 있는 별도 공간에서 드릴 수 있도록 신부님이 허락해주어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열심히 기타 쳤다. 오랜만에 치니까 왼손가락이 아직도 아프다.
혹시 사진 속 건물 위의 검은색 통이 보이시는가.
물통이다. 이곳 팔레스타인 자치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 물통에 일주일치의 물을 채워준다고 한다. 물을 공급하는 사설 업체도 있다고 하지만 역시 가격은 비싸다고.
왼쪽 차의 번호판과 오른쪽 차의 번호판은 왜 다를까.
왼쪽은 팔레스타인 구역에서 일반 이스라엘 지역으로 통행을 허가받은 차고, 오른쪽은 허가를 받지 않아서 나갈 수 없는 차다. 글 초반에 설명했던 바와 같이 팔레스타인 구역과 유대인 구역을 나누는 방법 중 하나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사마리아인의 여관이다.
우리가 흔히 '사마리아인의 법'으로 알고 있는 그 법의 주인공과 관련되어 있는 여관 터다.
피 흘리는 자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사마리아인은 지나치지 않고 치료를 해주고서 이 여관에 자비를 털어 환자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자, 여기까지 들으면 앞서 그냥 지나친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고 사마리아인만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배경을 알고 있는가. 사마리아인이 잘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현대 법에도 명시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앞서 지나간 사람들 중에는 유대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규례에 따르면 제사장이 아닌 이상 피를 만질 수 없게 되어있다. 그것은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정한 법이며 사람보다 더 우선되는 것이다.
그들의 가치관에는 피를 만지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이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의 가치관과 충돌할 때가 많이 있지 않은가. 실은 일상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 가치관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일 수 있다. 정답은 이것이다라고 성급히 단정 짓기보다 그 배경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 모든 삶의 순간의 정답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와디 켈트, 즉 유대 광야다.
말 그대로 광야다. 높은 곳에서 조망해보니 올록볼록하게 언덕만 있지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기묘하다.
옛날에는 죄짓고 도망친 자들의 도피처였다고 한다.
한 번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뒤쫓아 찾을 수 없는 구조다.
이 언덕 하나 넘으면 처음 보는 다른 언덕이 나오고, 또 다른 언덕이 나오는 구조라서 도망칠 수 있는 루트의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거꾸로 표현하면 한 번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곳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웅장한 자연 앞에서는 절로 감탄만 나오게 된다.
이 유대 광야도 딱 그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연의 정복을 시도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내일모레 특별한 광야 투어가 시작된다.
정복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광야 안에서 광야를 느끼러 들어간다.
자, 이제 오늘의 모든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 이제 쉬러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로 들어가는 중간에 시내에 들러 과일과 주전부리를 사간다. 역시 한 동네의 핵심은 시장에 있다.
날씨도 내일부터 풀릴 것을 예고하는 듯 구름도 서서히 걷히고 상쾌해진다.
실은 날씨보다는 배고픔 때문에 어서 저녁 먹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다.
그래도 그 배고픔 마저 잊게 만드는 이스라엘만의 멋진 풍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정말 알차고 행복한 이스라엘 Day1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