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보다 조금 더 알려진 미지_Day3

동유럽 여행 : 부다페스트 - 빈 - 프라하 and 헬싱키

by 이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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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 오면 응당 그러하듯 일찍 눈이 떠진다. 아마 나만의 습관일지도 모르겠지만.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 때문인지, 내 집의 잠자리가 아니라 그런지 눈이 일찍 떠졌다.

괜찮다. 피곤함보다도 기대감의 크기가 훨씬 크다.

본격적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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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조명으로 노랗게만 비치던 건물이 해가 뜨면 실제로는 마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나올법한 파스텔 핑크색 건물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고서, 부산스럽지 않게 켈로그 콘플레이크를 먹는다.

생각해보니 온 세계인의 아침일 수도 있겠다는 흘러가는 생각.


멀리서봐도 꼭 관광명소같은 산꼭대기 동상


첫 번째 지점을 향해 가는 길,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를 이어주는 세 개의 다리 중 에르제베트(Erzsebet) 다리를 처음으로 건넌다.

에르제베트 다리는 20세기 초 합스부르크 왕가의 에르제베트 황후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가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후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다리 중간 양 꼭대기에 있는 2개의 새는 헝가리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새 '투룰' 동상이다.

그냥 이 정도만 알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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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도시를 걷는 내내 부다페스트 만의 매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어릴 때부터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유럽을 동경하며 문화 사대주의가 내 인식에 박혀있나 생각이 들다가도 금세 도시 자체의 매력에 잊어버린다.

그저 부다페스트가 매력을 품고 있는 것이다


부다페스트 자체가 지닌 매력 그 이외의 이유로 부다페스트를 설명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하나하나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사용하는 사물이지 않겠는가.

이외의 다른 의미는 그저 객지 사람들이 부여하는 것이다.


노란색 트램, 참 부다페스트 다운 색 그리고 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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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부터 한참 다리를 건너고,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 잠깐 도착한 곳은 동굴 교회(Cave Church).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안에 예배당을 짓고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참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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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하면 딱 떠오르는 신식의 교회 건물 양식에 익숙해있는 나는 이런 형태의 예배당에서 매주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또 환경을 탓하고 있었구나 나중에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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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올라가는 길 도중에 보이는 도나우강보다 올라가서 보는 도나우강이 참 좋으다


동굴 교회를 지나 아까 다리를 건너기 전에 봤던 동상을 향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도중에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가족들도 있고, 젊은이들도 있고, 도나우강도 보인다.

발길 닫는 대로 걷다 보면 참 소소한 매력을 보여주는 부다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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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였다.

다리 아래 저 멀리서 보이던 동상의 정체가 바로 이거였구나.

이 동상이 바로 겔레르트 언덕(Gellért Hill)의 자유의 여신상.

이 여신상은 2차 세계대전 중 전사한 소련군을 위한 것이며 그 방향도 정확히 모스크바를 향하고 있다.

이 역사도 일단 이 정도까지만.


도나우강은 이렇다. 항상 그렇듯 사진으로는 그 감동이 모두 담기지 않는다.


실은 겔레르트 언덕까지 올라온 이유는 하나다.

부다페스트의 한강, 도나우강을 가장 멋지고 예쁘게 제대로 보기 위해서.


그리고 여기 올라와서 한 것은 총 세 가지.

첫 번째는 눈과 사진으로 도나우강을 담기.

두 번째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OST '잊지 말아요' 듣기.


커플. 커플. 커플.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세 번째는 이 커플 바라보며 부러워하기.

커플인 것도 부럽지만, 날 좋은 날이면 언제든지 짬을 내어 겔레르트 언덕에 올라와 아름다운 도나우강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다.

실은 날이 굳이 안 좋아도 된다, 비가 오면 비 오는대로 운치가 극에 달할 테니.

쨌든 결론은 부다페스트 주민이 부럽다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다리, 자유의 다리


겔레르트 언덕을 내려와 이틀 뒤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다시 페스트 지구로 넘어간다.

겔레르트 언덕 아래에서 바로 우리를 맞아주는 하얀색 다리는 자유의 다리다.

이 다리를 건너며 문득 옆을 돌아보니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도나우강 하나만으로도 아름다운데, 그 가운데 마치 그림처럼 배가 한 척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일상이 화보라는 말은 모델한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


그저 바라보게 된다.

위에서 바라본 전체 모습과는 또 다르게 바로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매력이 있다.

참 매력이 많은 도시다. 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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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지구에 있는 켈레티 역에 도착했다.

부다페스트에는 크게 3개의 역이 있는데 부다 지구의 델리(Déli) 역, 페스트 지구의 뉴가티(Nyugati)역과 이곳 켈레티(Keleti) 역이 있다.

각 역마다 다른 유럽 지역으로 가는 기차 행선지가 달라서 미리 확인하고 가야 허탕 치지 않고 표를 예매할 수 있다 그나마.

'그나마'라고 표현한 이유가 따로 있다.


켈레티역 매표소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


켈레티 역 매표소에 가면 우리나라 서울역처럼 바로 티켓을 예매하고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예매하려는 사람은 무지하게 많고, 언어는 통하지도 않고, 이틀 후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시간도 따로 있고.

이틀 후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꼬박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할 일 없는 그 기차역 안에서.

밖을 돌아다니다가 한 시간 반 뒤에 오면 되지 않냐고 묻겠지만, 말하지 않았는가.

언어가 통해야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돌아보면 추억이다'라기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것도 여행의 일부분이다'라고 표현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부다페스트 최대 교회이면서 뷰포인트, 성 이슈트반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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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켈레티 역에서 구시렁대며 불평하다가 그래도 첫날이니 다시 리프레시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큰 성당인 성 이슈트반 대성당(Szent István Bazilika).

헝가리의 첫 번째 국왕인 이슈트반 1세를 기리고,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1851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906년에 완공된 대성당이다.


실은 이곳에 온 이유도 하나다.

뷰포인트.



이렇게 꼬불꼬불 계단을 통해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면 부다페스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멋진 뷰를 감상하기 위해 이 정도 현기증과 다리 근육 통증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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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부다페스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부러움을 유발한다.

사족을 덧붙이는 게 무색할 만큼 자기만의 색깔과 매력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한다.


매번 해외 다른 도시를 갈 때마다 느끼지만 서울은 너무나도 자기 색깔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들고, 해외에서 오히려 서울을 떠올린다.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아픈 역사가 있지만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재건했으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문득 든다.

어쩌겠는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임을.

앞으로 서울은 '이게 서울이구나'하는 매력을 깊이 뿜어내길 바란다



한창 부다페스트를 감탄하고서 내려오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살펴보니 대부분 차려입고 온 사람들.



성당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아예 몇 시간 성당을 대관해서 결혼식을 하는 듯하다.

아침에 겔레르트 언덕에서부터 사람 참 부럽게 한다.


그냥 마지막 일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돌린다.


그 유명한 세체니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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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세계 어느 다리를 가도 자물쇠는 있다. 만국 공용어.


부다페스트 여행 첫날에 3개의 다리를 모두 건넌다.

그중 마지막으로 아마 가장 유명한 세체니(Szechenyi) 다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의 모티프가 된 다리다.


도나우강 위에 놓여있는 부다페스트의 3개 다리 모두 서울 한강의 다리들보다 짧다.

도나우강의 폭이 짧아서겠지만, 긴 한강 다리에 익숙해져 있다가 짧은 다리를 건너보니 나름의 운치가 있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삶과 더 밀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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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니 다리를 건너 지나가다가 내일 가보게 될 부다 왕궁이 보인다.

부다 왕궁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걸어서 올라가거나 케이블카를 타거나.

우리는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비싸다. 아낄 거다.



저녁을 먹기에는 애매하고 배는 슬슬 고프고.

헝가리식 크레페라고 하는 팔라친터(Palacsinta)를 먹으러 음식점에 들어갔다.


맛은 음.

맛은 글쎄.

사진 한 장 찍어볼 만하다. '나 이거 먹어봤다' 증거용으로.


도나우강변. 한강 고수부지와는 또 다른 느낌.


이제 해도 슬슬 지고 어두워진다.

드디어 오늘 부다페스트 여행 일정의 하이라이트가 다가온다.

어느 도시를 가든 야경이 진리 아니겠는가.

참고로 부다페스트는 유럽 3대 야경 중 하나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과,
모든 어둠이 깔린 후 국회의사당.
세체니 다리도 환하게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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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의 야경 포인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국회의사당이다.

그리고 세체니 다리와 부다 왕궁.

이 세 곳은 부다페스트에 왔다면 반드시 감상하고 가야 한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감상해야 한다.


야경을 수놓는 불빛은 인간이 밤을 낮처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기에, 온전히 낮으로 만들 수 없기에, 일부분만 환하게 비춘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애쓴다.


언제부턴가 인류의 역사에서 불빛은 찬란하고 화려한 문명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른 문명보다 더 찬란함을 나타내기 위해.

그 욕심이 이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또 하나의 흘러가는 생각과 함께 부다페스트에서의 첫 일정도 함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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