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회인 꿈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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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네 편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배역 오디션을 봤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장 : ‘가스펠’ 공연의 오디션을 봤어요.
실제 오디션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해요.
장 : 아마 실제 오디션과 다를 거예요. 학교에서 하는 형식이다 보니까. 저희가 아는 교수님들 앞에서 하게 되니까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모습과 대부분 비슷해요. 살벌해요(웃음).
바로바로 지적을 해주나요?
장 : 아뇨. 연기를 보시고서 ‘됐습니다. 다음 지원자 들어오세요’하고 끝나요. 본인 감정을 거의 안 비치세요. 웃지도 않고 화난 표정도 아닌 무표정. 정말 좋은 연기였으면 웃으셨겠죠(웃음)?
실제 뮤지컬 경쟁률은 어떤가요?
장 : 배역마다 다른 것 같아요. 주연, 조연, 코러스마다 달라요. 뮤지컬 자체 인기도에 따라 다르기도 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뮤지컬이 있나요?
장 : 저는 사실 소극장 공연을 좋아해요. 공연 중 ‘행복’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남녀 주인공 딱 두 명만 나오는 공연이에요. 신혼부부 이야기인데 남편은 알츠하이머, 아내는 웃음이나 슬픔이 격해지면 죽는 병에 걸렸어요. 그런데 각자 본인의 병은 모르고 서로의 병에 대해서만 알고 있어서 남편의 치매 때문에 아내가 슬퍼서 울려하면 남편이 울지 말라고 달래주는 내용의 줄거리예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장 : 여자 주인공 역할이 감정의 기복을 크게 크게 표현할 수 있어서 해보고 싶어요.
기쁨과 슬픔 중 어떤 연기에 더 자신 있나요?
장 : 정말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이에요(웃음). 둘 다 너무 어려워요. 사람이 화내는 것은 잘 해도 슬픔은 또 다르잖아요. 울음이 안 나올 때가 있어요. 웃음도 억지로 웃으면 티가 나요. 그래서 힘들어요.
연습할 때 힘들겠어요.
장 : 연습 때 눈물은 흘리지 않아요. 무대 위에서 터뜨리는 경우가 많죠. 반대로 웃음은 상대적으로 수월해서 그때그때 연기를 하고요.
뮤지컬을 전공으로 삼았으니 관람석에서 작품을 볼 때도 일반인들과 다르게 볼 것 같아요. 뮤지컬을 관람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장 :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항상 말씀하세요. ‘너희는 이제 다른 사람이다. 뮤지컬이나 공연을 볼 때 중요한 부분들을 봐라. 일반 관객들처럼 넋 놓고 보지 마라’라고. 그래도 공연을 막상 보러 가면 항상 넋 놓고 보게 돼요(웃음). 교수님들께서 배우의 집중도, 연기하는 사람의 보폭, 걸음걸이, 자세. 그리고 눈빛,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 손짓, 발짓 모두 다 보라고 하세요. 스태프 분야는 조명의 위치나 관람석에서 봤을 때 어떤 무대장치가 효과적인지 등을 봐요.
실제로 적용해서 봤던 적이 있나요?
장 : 과제하려고 봤던 적이 있어요.
세세한 부분들에 신경 쓰면 정작 공연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요.
장 : 교수님들이 또 말씀해주신 것이 있어요. 공연을 보러 갈 때 내용을 미리 알고서 가라고.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봐야 더 잘 보인다고.
비단 뮤지컬뿐 아니라 여러 소극장 공연이 소외되어 있습니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인데 이에 대한 전공자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해요.
장 : 음. 사실 대극장 뮤지컬은 마니아층이 두터워요. 자연히 수입이 많아지니 걱정하지 않아요. 소극장 공연이나 창작 뮤지컬에도 열정 넘치는 배우들이 많아요. 벌이가 안되니 떠나는 거예요.
창작 뮤지컬이 우리 정서와 맞는 부분들이 오히려 많아요. 한국인이 한국인 정서에 맞게 만들었으니 보기도 더 편하고. 그런데 돈이 안되니까 홍보가 어렵고, 홍보가 어려우니 돈이 안되고. 계속 반복되니 힘든 거예요. 사람들이 창작 공연도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대학로가 소극장 공연과 창작 뮤지컬의 메카 아닌가요?
장 : 요새는 대학로 안에서도 나뉘는 것 같아요. 인기 있어서 커진 공연은 계속 더 잘 돼요. 그 외 정말 작은 규모의 공연들도 정말 많아요.
영세한 극단은 어떻게 꾸려가나요?
장 : 마이너스 재정이 지속되죠. 그러다가 없어지고. 처음에는 기획자가 기획안을 가지고 투자를 받아요. 그 자금으로 운영하다가 수입이 안 들어오니 결국 접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배우들도 소극장 공연을 꺼려할 것 같아요.
장 :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소극장을 더 좋아해요. 관객들과 더 가깝다 보니 친근해서 좋아요. 더 재밌어요.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서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장 : 연습할 때는 항상 힘들어요. 뮤지컬 배우라고 해서 모두가 노래를 잘 하고, 춤을 잘 추고,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에요. 각자 장점과 약점이 있죠. 졸업 공연 때 제가 안무를 맡아서 가르쳤는데 각 팀원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어서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보다 언니들이 있다 보니 제가 안무를 가르칠 때 힘들기도 했죠.
연기, 노래, 춤 중 본인의 특기는 안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나요?
장 : 입시 학원 다닐 때요. 원래 춤추는 것을 좋아했어요.
반대로 본인의 가장 약점은 무엇인가요?
장 : 노래요. 저 노래 못해요(웃음). 항상 레슨 받고 연습하기는 하는데 노래는 재능인 것 같아요. 공연 준비할 때는 교수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공연은 각자 맡은 부분을 열심히 준비해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4시간 교수님들이 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연습해서 준비해오느냐가 차이를 만들어요.
연기, 노래, 춤 실력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이 중요한지, 본인의 특기 하나를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중요한지도 궁금해요.
장 : 음. 배역이나 장르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백(back) 안무를 맡으면 노래를 거의 부르지 않으니 안무가 중요하고, 메인 배역은 안무보다 노래를 더 많이 부르죠.
뮤지컬을 전공으로 삼기 잘 했다는 생각은 언제 했나요?
장 : 공연할 때요. 긴장감도 재밌고 관객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고 공연이 끝난 후 뿌듯함이 정말 좋아요. 팀원들과 돈독해져요. 준비할 때는 싸우기도 많이 하는데 공연이 끝나면 다 잊고 엄청 좋아하죠(웃음).
공부를 하면서 본받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장 : 차지연 배우를 봤어요.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임신하신 와중에도 공연을 하셨어요. 목소리 성량과 감성을 담아내는 부분도 깊고 좋더라고요. TV에도 가끔 나오시는데 트로트 ‘네박자’를 뮤지컬 형태로 꾸며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방송을 보고 반했어요.
차지연 배우의 대표작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나요?
장 : 유명한 뮤지컬에는 다 출연하셨어요. 서편제, 위키드가 유명하죠.
본인과 어울리는 배역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장 : 음. 모르겠어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자기 자신을 계속 돌이켜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아야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봐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친구들에게 ‘나 어떤 애야?’라고 물어봐도 진지하게 대답해주지 않으니까.
어떤 배역을 할 때 가장 편안한 가요?
장 : 처음에는 다 불편해요. 얼마나 분석하고 집중해서 몰입하느냐에 따라 달렸어요.
본인의 원래 성격과 맞는 배역이 아무래도 편하겠네요.
장 : 저랑 맞는 배역이 편하긴 해요. 그런데 그런 배역을 맡아서 연기를 하면 교수님들이 너무 ‘장주희 같다’라고 하세요. 그 배역이 아닌 나. 반면 다른 성격의 배역을 연기하면 조금은 어색해도 ‘장주희 같지는 않다’라고 하세요. 이 배역에 정말 몰입하고 있다고.
(좌측부터 뮤지컬 '샤우트' 무대에서의 장주희)
살아오면서 본인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 또는 멘토가 있나요?
장 :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은 언니들이에요. 말해주지는 않았지만(웃음). 언니들 보면서 가끔은 멋있을 때도 있고, 닮지 말아야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큰 언니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어요. 언니는 전공을 바꿔서 일을 하고 있는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멋졌어요. 그리고 저에 대해 많이 공감해줬어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언니가 주변에서 느꼈던 시선이라든가 여러 감정들이 저의 경우와도 많이 비슷해서 공감해줬죠.
다른 가족들 또는 친구들도 현재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하는데 많은 힘이 되었나요?
장 : 저는 학창 시절 성격이 워낙 소심해서 제 꿈을 남들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아직 뮤지컬 배우가 특별한 직업이라 생각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네가 왜?’라는 말을 들을까 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중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 부모님께 이야기를 드렸어요.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죠. 계속 반대를 하시니 제가 부모님께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읽지도 않던 책을 읽기 시작하고, 학원도 꾸준히 오랫동안 다니니까 ‘정말 하고 싶은가 보다’ 생각하셨나 봐요. 그 이후로 점점 지지해주셨어요.
친구들에게는 고2 때까지 말을 안 하다가 고3 때 이야기했어요. 입시를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지지를 많이 해줬어요. ‘내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을 줄 몰랐다’고 신기하다면서.
가족과 친구들 모두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겠어요.
장 : 음. 가족은…(웃음).
2017년을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청년으로서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어요.
장 : 요즘에 조금 행복해요. 편해졌어요. 뮤지컬 전공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이 분야를 전공한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었는데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답정너일 수 있지만 꿈이 무엇인가요?
장 : 답정너네요(웃음). 배우예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장 :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즐길 수 있는 배우. 제가 즐기면서 연기하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연기하면 드러나죠. 제가 집중하면서 즐기면 관객들이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행복한 배우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 : 걸림돌이라면 제가 걸림돌일 수도 있어요. 가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두려운 마음, 창피한 마음, 어려운 마음이 생겨요. 이런 생각들이 제 마음에서 한 자리 자리 잡고 있으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어떤 가치를 우선 하나요? 가령 춤, 노래, 연기에 소질이 없는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면?
장 : 도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모든 것을 쏟아붓지 말고 하나의 끈은 남겨두고서. 도전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원래 일을 하면서 취미로 할 수도 있어요. 뮤지컬도 취미로 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저는 전공을 이 길로 선택했지만 이미 다른 분야에 자리 잡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취미로 시작하는 방법도 좋아요.
곧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으로서 사회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언니 오빠,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장 : 저희는 저희만의 생각이 있고 저희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잖아요.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요. 충고나 조언으로 말씀을 해주시면 저희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죠. 그런데 점점 도를 넘어서 눈총을 주며 비난이 될 수 있어요.
저는 어른이 되면 젊은 사람들을 놔두고 싶어요. 어차피 자기 인생 자기가 살아야지(웃음). 청소년 시절까지 어느 정도 지도가 필요하겠지만 스스로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은 존중하고 싶어요.
오늘 인터뷰 마지막 질문입니다. 뮤지컬이라는 같은 분야를 꿈꾸며 막 입학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 : 일단은 시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학원을 다녔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또 다르니까. 뭐든 시작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동아리 등 활발한 활동을 많이 못했거든요. 처음부터 많은 시도를 하는 친구들이 나중에 쭉쭉 뻗어나가는 것 같아요.
역시 우문(愚問)이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
행복한 배우가 꿈이란다. 행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기 마련이건만.
인류 보편 가치 이외의 새로운 답변만 찾고 있었나 보다. 정답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려는 이상한 습관.
'어리니까', '아직 사회를 경험해보지 못해서'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행복'은 성인의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단어가 된 지 오래이니. 그러나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행복'을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젊은 청년들은 어른들이 '행복'을 '뜬구름'으로 번역하지 않기를 바란다.
'행복'을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인터뷰를 끝맺으며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글귀가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젊은이들의 꿈이 부서진 연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몽토뷰 루키 두 번째 갈무리한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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