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인터뷰 10-2] 블라디보스토크 여관 주인

재미있는 삶에 대하여

by 이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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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업을 접고 2016년 5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습니다. 숙박업 또한 기존에 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구 : 마찬가지였어요. ‘해보면 되지’라는 생각. 제가 여관이나 호텔을 운영해본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고. 그냥 시작해본 거예요. 저 스스로도 미쳤다고 해요.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이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왜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왜 하필 러시아예요?’라고 물어보시면 저도 ‘모르겠어요.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라고 대답해요. 그런데 제정신이 아닐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 알고 어떻게 하겠어요. 다 알고 시작하려면 해가 바뀌어도 못해요. 전문가가 되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거든요. 다 준비해서 하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요. 물론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죠. 아는 일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죠.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 때도 이런 생각이었어요. ‘6개월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 ‘임대료만 낼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지금도 엄청 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 임대료는 내고 있어요. 유지하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러시아라는 지역이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다 보니 막상 시작하기에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구 : 똑같은 이야기예요. 그것까지 고려했으면 시작 못 했죠 뭐. 일단 시작해보면 돼요. 부딪혀보면. 사실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무모한 것일 수도 있는데 안 하면 모르거든요. 해봐야 잘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있지, 맨날 앉아서 생각만 하면 뭐하겠어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내일모레 망할 수도 있어요.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저 스스로에게는 있었죠. 남들은 안 될 거라고 비웃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될 것이라 믿어야죠. 저는 스스로에게 잘 될 거라고 되뇌었어요.


러시아에 와서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구 : 물건 사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물건 사면 업체에서 당일에도 배송해주죠. 러시아에서는 한 달 걸려요. 러시아 사람들은 적응이 되어있으니 물건이 필요하면 한 달 전에 주문하는 습관이 있어요. 저는 아직 습관이 되지 못한 거예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화가 나는 거죠. 아직까지도 이해 못해요. 한 달 걸리는 것까지 이해한다고 해도 중간 시스템이 또 쉽지 않아요. 결국은 문화적인 차이죠. 이곳 사람들은 감안하고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너무나도 편한 세상에서 살았던 것이고.

다른 부분들은 괜찮아요. 한국보다 이곳이 더 인간적이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높고. 물론 쓰레기도 많습니다(웃음). 어딜 가나 있죠. 저는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쓰레기 보존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웬만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정말 높아요. 예를 들어 교통문화는 한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차들이 막 달리는 것 같지만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입니다.


그러니까요. 길을 건너려고 길가에 서있으면 차가 먼저 멈추는 모습을 봤습니다.

구 : 신기했죠? 저도 이상했어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왜 자동차가 먼저 멈춰주냐’라고. 정말 의아한 표정으로 오히려 저에게 ‘그게 왜 이상해? 당연한 거지’라고 말하더라고요. 오히려 저에게 물어봤어요. ‘사람과 자동차가 부딪히면 누가 다쳐?’라고. ‘사람이 다치니까 당연히 자동차가 서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도대체 뭐가 이상하냐는 거예요. 우리가 이상한 거예요. 여기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려는 시늉만 해도 급정거를 하면서 차를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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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블라디보스토크 도로 위 전경)


그리고 정지선도 다 지켜요. 러시아는 아니고 제가 예전에 일본에서 운전을 했던 적이 있어요. 신호에 걸려서 멈춰있는데 시선이 너무 따가운 거예요. 남의 시선이 느껴질 때 있잖아요. ‘뭔가 이상한데’라며 돌아보니 저만 정지선을 넘어있는 거예요. 한국에서 운전하듯이 대충 멈춘 거예요. 그 나라 사람들은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에 민감한 거예요. 서로 간의 약속이니까.

러시아는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교통 환경에도 더 좋아요. 신호등은 인위적으로 흐름을 끊어내니까. 신호등이 없으면 운전자도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아요. 사람이 건널 때만 멈추면 되니까. 서로 간의 약속이거든요. 약속만 잘 지키면 서로 좋은 거예요. 다름을 많이 느껴요. 자동차 문화의 역사가 다른 차이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자동차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고,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문화가 뒤따라가지 못한 부분도 있고. 유럽에서는 100년 전부터 자동차가 굴러 다녔으니.


러시아가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을 많이 하죠. 돈이 없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에티켓이 없는 나라는 아니에요. 식당 안, 버스 안에서도 조용해요. 떠들지 않아요. 속삭이죠. 떠드는 사람은 중국 사람 아니며 한국 사람이에요. 중국 사람 시끄럽다고 욕할 것 없어요 우리도. 이곳 레스토랑에 가면 드레스 코드가 다 있어요. 만약 회사에서 회식을 하면 사전 공지를 해요. 식당과 드레스 코드를. 옷을 맞춰 입고 오라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등산복을 입고 가거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기도 해요. 단체 관광객들 중에서. 한국인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는 그런 문화가 없기 때문이지, 일부러 무례하게 굴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식당에는 식당에서 통하는 법칙과 약속이 있으니까. 나중에는 그렇게 입고 온 본인들도 느끼죠. 식 사하다 보면. 더 심하게는 라면을 꺼내 뜨거운 물을 부어달라고 한다든지, 가져온 김치를 꺼내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모습들 보면서 문화적인 차이가 많구나 느끼죠.


삶의 속도는 이곳이 훨씬 느려요. 한국은 정말 빠르죠. 막상 한국 가면 또 좋아요. 편하니까(웃음). 인터넷 빠르죠, 계산도 빨라요. 러시아 마트에서 계산 한 번 하려면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일상이에요. 그렇다고 누구 한 명 불평하지 않아요. 다 묵묵히 줄 서있어요. 그건 그 사람 일이니까. 게스트하우스 오시는 손님들이 저에게 와서 ‘마트 직원이 왜 이렇게 불친절해요?’하고 묻더라고요. 친절의 개념이 다른 거예요. 거꾸로 ‘우리나라 마트 직원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요구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캐셔(Cashier)는 계산만 잘 해주면 되는 거지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팔 이유도 없고. 앉아서 계산을 하더래요. 왜 서서하지 않고 갈 때 인사를 하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앉아서 계산하면 계산이 잘 못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곳 사람들에게 계산하는 사람은 계산만 잘 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곳의 노동 강도가 낮고 노동 환경이 좋은 거예요. 감성 노동이 없으니까. 우리나라는 감성 노동까지 요구하죠. 급여가 낮기는 해도 어찌 보면 노동 환경의 질은 러시아가 더 높을 수 있어요.


러시아 사람들은 세차를 자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니는 차가 대부분 더러운 상태 그대로예요.

구 : 말씀드렸듯이 요새 러시아에 돈이 없어요(웃음). 농담이고요. 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으니까 금방 더러워져서 그래요. 닦기도 많이 닦아요. 세차장도 많이 있는데 겉으로 안 보여서 그래요. 대부분 실내 세차장이거든요. 겨울에 워낙 추우니까 다 실내에 들어가 있어요.


이곳에서 거주하시면서 러시아어 공부는 많이 하셨나요?

구 : 조금 했어요. 저는 사실 러시아어 잘 못해요. 아무도 안 믿겠지만. 가끔 손님 중에 러시아 사람과 통화하다가 전화를 바꿔주시면서 말 좀 대신해달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제가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 도와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저는 러시아 말 못 하여요 정말’이라고 하죠. 화내면서 끊으시는 분도 있었어요. ‘해주기 싫으면 해주기 싫다고 그러지 왜 그렇게 말하냐’라면서(웃음).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제 머리가 나쁜가 봐요.

보통 거주를 하려면 어느 정도 현지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구 : 그렇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래서 제가 정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요. 러시아 말도 못 하면서 러시아에서 뭘 하겠냐고. 그런데 대충 조금만 해도 살 수 있어요. 아직까지 먹고사는데 큰 지장 없었어요. 식당 가서 밥 정도는 주문하죠. 그런데 그런 거는 말을 못 하여도 할 수 있잖아요. ‘이거 이거’하면 되니까.

여행자처럼 사시네요.

구 : 네. 정말 여행자처럼 살아요. 집도 따로 없어요. 지금 저도 게스트하우스에 같이 살아요. 정말 우리 집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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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여행자 손님들. 출처 : @superstargh 인스타그램)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니 말 그대로 많은 손님들을 만났을 텐데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구 :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오픈 초기 오셨던 손님이 한 분 있었어요. 말수가 적으신 분이었는데 피곤하셨는지 바로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더라고요. 그런가 보다 했죠. 매일 야근하다가 또 여행 간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서 여기까지 오셨을 테니까. 그런데 나오지 않으시는 거예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저녁이 됐는데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픈 초기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라는 생각이 들고(웃음). ‘왜 극단적 선택을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우리 집에서’라는(웃음). 섬뜩한 느낌이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정말 피곤해서 계속 잤다고 하시더라고요. 일주일 밤을 새우고 와서 자는데 정말 편해서 그냥 계속 잤다고(웃음). 너무 놀랬었죠.


그리고 또 다른 손님도 있어요. 손님 한 분이 같이 방을 쓰는 두 명이 밤에 안 들어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놀다가 안 들어올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여자 두 분이라서 슬슬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부모님도 아닌데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어볼 수도 없죠. 아빠도 아니고 오빠도 아니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하고서 저녁이 됐는데도 안 들어와요. 같은 방 쓰시는 분이 ‘사장님 전화해보셔야죠. 연락처도 알고 계시니까’라고 하셔서 연락했어요. ‘같은 방 쓰시는 분들이 걱정하셔서 연락드린다. 어디 계시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죄송해요. 하바롭스크(Khavarovsk : 하바롭스크 지방의 행정·산업·교통의 중심지이자 극동지방 최대의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 편도로 12시간 거리)에 기차 타고 왔어요. 말씀 못 드렸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떠나셨대요. 그리고 다음날 오셨어요. 이런 예상치 못한 경우도 있었죠.


재미난 일 정말 많죠. 한 번은 손님 두 분에게 레스토랑을 추천해드려서 택시를 불러서 출발했어요. 그러고 나서 한 시간 반 뒤에 ‘사장님 무서워요’라고 메시지가 왔어요. 큰일 났다 생각했어요. 그 레스토랑까지 한 시간 반 걸리는 거리가 아니거든요. 4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일단 택시 기사에게도 전화하고, 택시 회사에도 전화했어요. 기사에게 연락이 닿아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계속 찾아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 오래 걸리는 거리가 아닌데’라고 하니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을 계속 돌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정말 큰일 났다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기사에게 전화가 안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기사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니 전화 연결이 안 된다’라고 했죠. 알아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우리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냐. 너희 회사 택시 기사가 연락이 안 된다. 한 시간 반을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설명해도 그냥 알겠다고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생각하고 직접 찾으러 나갔죠. 택시 기사에게 돈을 두배로 낼 테니 신호 무시하고 빨리 가자고 해서 30분 만에 도착했어요. 가는 도중에 기사랑 연락이 됐어요.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아직 가고 있대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라. 일단 빨리 학교 앞으로 와라’라고 했죠. 그 레스토랑 근처에 극동연방대학교(Far Eastern Federal University)가 있거든요. 앞에서 만나서 바로 확인했죠. 보니까 택시 기사는 그 식당 주소로 내비게이션을 찍고서 가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계속 다른 위치로 안내하고 있던 거예요. 이상한 곳으로. 계속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데 식당은 안 나오니까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길을 찾으면서 돌아다녔던 거예요.

어쨌거나 상황은 이해를 했죠. 택시 기사에게 ‘손님들이 너 때문에 무서워했다’라고 말하니까 절대 아니래요. 오히려 신나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무서웠던 거 아니었어요?’라고 물어보니까 ‘아니 무섭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어요.. 기사님이 콜라도 사주시고..’라고 하시더라고요. 계속 이곳저곳 드라이브하니까 무섭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던 거예요(웃음). 정말 가슴을 쓰러내리고 결국 같이 식당에 가서 식사도 같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저녁을 안 먹었던 상태라. 말하다 보니 죄다 공포스러운 이야기만 했네요(웃음).


1년 넘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배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구 : 정말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 내 삶과는 또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저도 뭐 평범하지는 않은데 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여관 주인이라는 호칭으로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어떤 호칭으로 불리고 싶은가요?

구 :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어요. 사장님, 아저씨, 여관 주인, 주인장. 저는 여관 주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나이 드신 분들에게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못 알아들으세요. 어느 날 건물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나이 드신 한국분들이 지나가다가 저보고 한국 사람이냐고 하면서 물어 오시더라고요. ‘여행 중이냐?’라고 물어보시길래 ‘저 여기 살아요’라고 했더니 ‘뭐하냐?’라고 하셔서 ‘게스트하우스 해요’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으시더라고요. ‘조그만 여관 하나 하고 있습니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재밌었어요.

저희 집에 젊은 분들만 오시는 건 아니에요. 나이 드신 분들도 오세요. 가장 고령이었던 분은 70대 친구 세 분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닥터 지바고’를 읽고서 횡단 열차를 타려는 꿈이 있었대요. 50년이 흘러서 은퇴하고 개구쟁이 때 꿨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오셨어요. 정말 세 분이 개구쟁이셨어요. 제일 어린 친구는 18개월. 18개월부터 70세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죠.


가족들끼리 오실 때가 있어요. 같이 오는 딸이 부모님께 게스트하우스라는 설명을 안 하고 온 거예요. 그냥 ‘엄마, 아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좋대’라며 모시고 왔는데 도착해서 당황하신 거죠. 제가 물도 없고, 12시 넘으면 문 닫고, 10시 넘으면 술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공용이라고 설명을 드리니까 어머님 눈이 점점 동그래지는 거예요. 아버님은 ‘뭐 군대도 다녀왔는데’라며 넘기시는데 어머님은 ‘너, 너’하면서 계속 딸 옆구리를 꼬집어요(웃음). 로비에 앉아서 딸에게 ‘너 어떻게 말도 안 해줄 수 있냐’라며 화내기도 하시고. 남자분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걱정하시다가 ‘잠만 자면 되지 뭐’라며 괜찮아지죠. 이렇게 싸우시는 분들도 가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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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여행자 손님들. 출처 : @superstargh 인스타그램)


2주 전에 오신 분도 특이했어요. 한국의 꽤 규모 있는 중견 건설 업체 사장님이었다가 은퇴하고 다른 조그만 건설 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분이었어요. 그분 비서분이 모든 여행을 준비하고 예약도 다 해주셨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분이 오시는 줄 몰랐어요. 도착 하루 전 날 메시지로 숙소 찾아오는 길을 알려드리려고 했더니 ‘제가 가는 게 아니라 저희 사장님이 가세요. 그런데 저희 사장님이 이런 거 하나도 모르시는 분이에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그러면 게스트하우스로 잡아주시면 어떡해요. 호텔 잡아주셔야죠’라고 했죠(웃음). ‘설명은 드리셨어요?’라고 비서분께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하셨어요’라고 하셨고. ‘괜찮은 게 괜찮은 것이 아닐 텐데. 아닐 텐데’라고 속으로 생각했죠. 제가 비서분께 ‘저는 괜찮은데 여행 끝나고 돌아가시면 비서분께서 안 괜찮으실 텐데’라고 했더니 ‘저도 모르겠어요.’라고 하시고(웃음).


막상 도착하셨는데 첫날에 엄청 고민하셨대요. 저에게는 말을 못 하시고 혼자 고민한 거죠. 그러시고는 나중에 비서 분과 메시지 주고받은 내용을 보여주시더라고요. ‘현대 호텔 알아봐’라고(웃음). 일단 하룻밤을 지냈는데 생각해보니 본인 인생에서 이렇게 재밌는 곳은 처음이라는 거예요. 40대 아주머니도 있고, 20대 청년들도 있고, 10대 학생들도 있고. 자는 거, 씻는 거 다 불편한데 구태여 호텔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출장 다니면서 많은 호텔에 가봤지만 호텔방 문 잠그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천장만 보이잖아요. 혼자 외롭게. 그런데 여기 와서 취업 걱정하는 친구들, 대입 걱정하는 친구들, 애기 걱정하는 아주머니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다 상담해주셨어요. 어려운 일 있으면 본인이 소주는 무제한으로 사줄 수 있다면서. 젊은 친구들이랑 같이 투어도 다니시고 식사도 다 사주시고. ‘본인이 가진 것은 돈 밖에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부담 가지지 말아라’라면서. 한국으로 돌아가시면서 정말 재밌었다고 하셨어요. 모스크바를 거쳐서 유럽으로 넘어가시는 중인데 지금도 가끔 메시지 주고받아요.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계속 호텔에 머물렀을 텐데 거치는 여행지마다 호스텔에 머물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신 나간 애들도 있고, 같이 술도 마시고. 정말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또 다른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게스트하우스가 재밌는 거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경계가 정말 자그마하잖아요. 회사, 학교, 동네. 같은 동네 사는 사람,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 같은 회사 다니는 사람 모두 삶의 동선도 비슷하고 패턴도 비슷하고. 이런 곳에 와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 다른 모습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도 그 부분이 재미있어요.


이 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구 : '집' 같았으면 좋겠어요. 친척집, 친구 집, 삼촌집, 아는 형네 집. 다시 올 때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 '저 내일 가요’하고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이제 운영한 지 1년 됐으니 재방문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갑자기 오시는 분들도 있고, 저희 집 빈 방이 없어서 옆에 묵었다가 놀러 오시는 분들도 있고.


이런 분들도 있었어요. 한 명은 대학을 안 갔고, 한 명은 대학을 간 상태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겠다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거예요. 횡단 열차를 탄다고 하니 제가 밥도 해 먹였거든요. ‘앞으로 못 먹을 테니 많이 먹고 가라’라면서. 그렇게 잘 가라고 배웅해주면서 보냈는데 30분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오늘 열차가 아니래요. 그래서 ‘그냥 들어가서 자라’고(웃음). 자고 나서 다음날 대학 안 간 친구에게 한국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할머니가 위독하시다고. 그래서 그 친구만 돌아갔어요. 나머지 한 명이 남았잖아요. 그 친구도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갔어요. 들어보니 먼저 한국으로 들어간 친구가 가자고 설득해서 왔더라고요. 계획도 모르고 그냥 따라온 거죠. 그래서 제가 설득했죠. ‘지금 여행을 가면 네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굉장히 독특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물론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냥 가봐라. 일정도 다 짜여 있고 숙소도 다 잡혀있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사실 둘이 여행할 때보다 혼자 여행할 때 재밌는 일이 더 많이 생기거든요.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와 이야기해야 되고. 결국 못 가겠다고 하고 돌아가더라고요.

그런데 할머니 위독하다고 돌아갔던 친구가 그저께 다시 왔어요. 속으로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지금 묵고 있는 손님 중에는 없는데. 누구지?’라고 생각하다가 그 친구가 ‘사장님 저 기억나세요?’라는 거예요. 그때까지도 모르다가 설명해주니까 기억이 나더라고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로 했던 사람이라고. 그래서 지금 여행 중이에요. 할머니는 갔더니 멀쩡하셔서 돈 100만 원만 날렸다고(웃음).


제 사촌형님이 가족과 함께 왔던 적도 있어요. 중학생 한 명, 초등학생 한 명 조카가 같이 왔는데 사촌형님이 아이들에게 나중에 커서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대답했다는 거예요. 그렇게 여기서 하루 이틀 지내면서 같이 묵고 있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나 봐요. 여행 이야기도 나오고. 게스트하우스에 모이는 사람들이 또 여행을 좋아하니까. 돌아가기 전날 아이들이 아빠에게 말했대요. 자신들은 여행이 하고 싶다고. 처음이래요. 스스로 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한 경우가. 매일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선생님만 보다가 이곳에서 정말 다른 사람들은 보게 된 거잖아요. 이상한 언니 오빠들이 기차를 타고 유럽을 넘어가서 프랑스 친구들이랑 밤새도록 이야기했다고 말하면서 사진도 보여주고.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유럽부터 여기까지 온 세계를 여행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끝내는 사람도 같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들을 보고서 꼭 세계여행이 하고 싶다고 말했대요. 사촌형님이 저에게 여행 오길 잘 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호텔에서 묵는 패키지여행은 많이 했어도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이번에 달라졌다고. 뿌듯하더라고요.


위 사진 모두 주방 공간에서의 장원구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가 그런 가치들을 전달해주는 곳이네요.

구 :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 바로 주방이에요. 이 공간을 만든 이유죠. 처음에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현지 호스텔에는 이런 공간이 없어요. 다 객실이죠. 조그만 주방이 하나만 있어요. 모여서 이야기하면 시끄럽고 술 마시면 싸우니까 술도 못 마시게 해요. 테이블 아래로 몰래몰래 마시죠.


이런 식이다 보니 저에게도 방을 만들어야지 왜 이 넓은 공간을 이렇게 쓰냐고 했죠. 저에게 중요한 것은 달랐어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게스트하우스예요. 테이블도 직접 만든 거예요. 만든 것 같지 않아요(웃음)? 허접하게. 사려고 했더니 너무 비싼 거예요. 100만 원씩 하니까. 러시아 가구가 특히 또 비싸고. 그리고 넓은 테이블이 없더라고요. 노트북을 올려놓고도 넉넉하고, 앉으면 앞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의 너비. 이 테이블에 앉으면 앞사람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개인 공간은 확보할 수 있으면서 소통도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법의 공간입니다. 다 친구가 될 수 있죠. 음식도 나눠 먹고.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콘셉트였습니다. 그래서 돈은 안되죠(웃음). 방 4개나 만들 수 있는 곳인데.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블라디보스토크 여관 주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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