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 교사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본 명제 하나만 놓고 보면 참 불합리한 처사다. 각 사람 있는 그대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미덕이 된 현대 사회에서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욕먹기 딱 좋은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모르는 새 색안경을 끼고 모난 돌을 찾는 분야가 아직도 남아있다. 교육. '대학을 안 나왔다', '초중고 공교육을 받지 않았다', '대안학교를 졸업했다'라고 하면 스스로의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스스로 만든 선입관의 덫에 빠지는 연약한 인간의 심리.
다시금 선생님 앞에 앉은 학생이 되었다
충남 금산에서 자신들의 교육 가치관을 가지고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부부 교사를 만났다. 평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대안학교였기에 궁금증 반 설렘 반. 필자 역시 모난 돌부터 찾는 색안경을 이번 기회에 벗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첨가하고서 선생님들을 찾아갔다. 대안학교는 어떤 대안(代案)을 제시하는가. 대안학교는 대체(代替)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본인들은 왜 대안학교를 선택했는가.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떠올랐지만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다. 그들도 '그냥 학교' 제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기에. 다시금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서 선생님 앞에 앉은 학생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함께 : 안녕하세요.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재훈(이하 훈) : 저는 34살 한재훈입니다. 금산에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가르치고 있는 과목은 역사, 주로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어요. 중등 학생들에게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울산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금산으로 내려오게 됐어요.
이유진(이하 유) : 저는 이유진입니다. 나이는 올해로 30살이고, 지금 다니고 있는 기독 대안학교를 26살에 입사해서 그다음 해 결혼을 했어요. 가르쳤던 과목은 국어. 국어과를 전공해서 중,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지금은 아이를 출산하고 1년째 휴직 중에 있죠.
어떤 형태의 대안 학교인지 궁금합니다.
훈 : 기독교 교육을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예요. 일반적으로 대안학교라고 했을 때, 공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또는 공교육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오는 학교라고 얘기하는데 저희가 재직 중인 학교는 그중 후자인 것 같아요. 다른 교육 대신 기독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기독교 교육적 신앙으로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서 하나님이 주신 방법으로 교육을 받고, 학습을 해요.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전문적인 리더를 양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예요.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나 됐나요?
훈 : 학교는 2005년에 세워졌고 이전부터 방과 후 학습 형태로 1991년부터 시작되었어요. 지금 장소에 건물이 세워지고 시작된 시기는 2005년부터에요.
각자 대안학교 교사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훈 : 저는 7년, 햇수로 8년째 되었는데, 어느 정도 학교 시스템이 안정되었을 때 시작한 것 같아요.
유 : 제가 실제로 일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저는 정말 얼마 안 되었죠(웃음).
각자 학생 때 전공을 교사로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함께 : 음.
아닌가요(웃음)?
유 : 저는 제 꿈을 이룬 것 같다고 생각해요.
훈 : 저의 경우 꿈을 이루긴 했지만 또 다른 꿈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 선생님 각자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훈 : 어릴 때부터 집에 역사책이 많았어요. 부모님께서 책을 많이 사주셨던 것 같아요. 한국 역사와 세계 역사, 과학 쪽을 많이 봤는데 그 과정에서 역사책을 많이 보게 됐어요. 학교에서도 수업을 들어보면 다른 친구들보다 역사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역사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면 자신 있게 하나씩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재미와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나중에 내가 대학을 가게 되면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나’ 생각하면 막막한 감이 없지는 않았죠. 그래도 ‘내가 가장 잘하고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이 무엇일까’ 질문했을 때 역사학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저를 뽑아주는 학교가 있었네요(웃음).
유 : 제가 딱 성적에 맞춰간 케이스인데요(웃음). 저희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교사 셨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이후 고등 입시를 준비하는데 교대는 성적이 높아야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되고 불안하더라고요. 차선으로 사범대를 선택하고 일본어학과로 들어갔는데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2학년 때 전과하고서 국어교육을 전공했어요. 지금은 교대를 못 간 것이나 국어교육과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중,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저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도 들고, 국어라는 교과는 학창 시절 때부터 좋아했던 과목이었기에 더 행복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어요.
학문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것과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다르잖아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훈 : 대학생 시절에 ‘내가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물론 흥미를 가지고 들어갔지만 수업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던 와중에 역사학과 병행해서 상담 분야를 공부했는데 마음이 힘든 아이들이나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게 되더라고요.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해보다가 아이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선생님이었어요.
유 :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들 가지고 있는, 소위 어떤 큰 사건들은 사실 떠오르지 않아요. 다만 고등학생 시절, 직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고려했을 때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한 번 인생을 사는데 나 잘 살고 잘 먹는 삶은 재미가 없잖아요. 가치 있는 일을 하고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데 교사의 길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재직하고 있는 대안학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훈 : 기본적으로 일반학교에 대한 희망이 있었어요. 사실 일반 학교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든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정적으로 대안학교에 먼저 가 있었던 선배와 같이 입사한 후배가 덕분이에요. 때마침 역사 선생님이 필요하다 해서 일단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면담을 하며 듣게 된 기독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이 학교에 가고 싶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선후배와 교장선생님 말씀이 저로 하여금 이곳을 선택하게 만든 동기가 됐죠.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 준비 중 들어가게 되었어요.
유 : 저는 명확하게 공립교사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도 그 길을 원하셨어요. 졸업하는 해에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임용고시를 한 번 보고, 다음 해에 집에서 다시 재수하고, 노량진에서도 1년 동안 다시 준비했어요. 계속 낙방을 했어요. 고민이 되더라고요. ‘내가 꼭 공립학교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면 어디나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생기고요. 여러 방면으로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중에 지금의 남편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아직 남편과 교제하기 전이었는데 당시 교사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서 들어왔죠.
보통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기존 학교 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 학생들로 바라보는 선입관이 있죠. 실제로 어떤 성향의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들어오는지 궁금합니다.
훈 : 기독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지원하면 무조건 뽑지 않고 평가를 위한 기간을 지내야 들어올 수 있어요.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가 학교에 정말 들어오고 싶은가’라는 부분이에요. 아무리 부모님이 원하더라도 아이의 의지가 없다면 들어올 수 없어요. 부모님과 아이가 똑같은 의지를 가지고 들어와야 해요. 저희 학교는 일반적인 공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 예를 들어 학업위주, 수능 위주, 진학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했어요. ‘무조건 이렇다’라고 주입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이것이 왜 그런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끄는 거죠. 빠르게 나가는 세상과는 반대로 느리게 나가고 있는 학교예요. 조금은 느리더라도 제대로 배워나가고 스스로 생각한 답을 통해서 자기화(自己化)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교육 방식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훈 : 이전에 방과 후 학교 시스템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저희 학교 시스템적인 부분을 많이 접해본 아이들 대부분이 입학해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죠. 이외 다른 방법은 캠프(Camp)가 있어요. 캠프를 통해서 기본적인 부분을 배우고 편입과정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크게 앞선 두 가지 형태로 입학하죠.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은 부모님보다 아이들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일반 초등학교 과정을 경험하고서 그곳의 사회적인 환경과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본인과 맞지 않다는 결정을 한 아이들이기에 대안학교 과정에 굉장히 열의 있게 임하고 있어요.
유 : 입학은 중등 과정 때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미리 교육과정에 대한 맛을 조금 보고 들어오죠.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받으면서요. 이때 부모님께서 교육적인 판단을 하시고 아이들을 저희 대안학교로 보내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재정적인 뒷받침도 필요할뿐더러 학교 기존 교육을 받으면서 방과 후에 또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불만을 가진 아이들도 분명 있어요. 그 와중에 본인이 대안 교육을 경험하고 생각이 바뀌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 같아요. 부모님도 인정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아이들이 결국 학교에 입학해요.
대부분 의지를 가지고 입학했지만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생활패턴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부모님의 보호막에서 벗어나서 자기들끼리 관계를 풀어가는 경우가 어린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가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기숙학교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서로 갈등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수업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 생활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거죠.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아이들에게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튕겨나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아요.
훈 : 학년마다 다르지만 거의 1, 2명. 많이 발생할 경우 3명. 3명 안팎이에요.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유 : 여러 가지 형태가 있어요. 중간에 부모님의 교육관이 바뀌면서 특정 일류대나 의대에 진학하는 방향을 선택하시거나, 저희 학교보다는 정규 교육과정이 더 맞는다고 판단했을 경우에 나가겠다고 말씀하세요. 의사 결정하시면 저희는 뒤돌아 보지 않고 아이를 내보내는 편이에요. 부모님의 방향성과 교육은 함께 가기 때문에. 대부분 중등 과정 때는 적응 문제 때문에, 고등 과정 때는 학업 문제 때문에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본 대안학교의 학년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훈 : 중학교 과정 3년, 고등학교 과정 2년에 고 3 과정이 더 있어요. 고 3 과정은 파송반이라고 부르는데, 졸업 후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보니까 저희는 파송반이라고 표현해요. 세상으로 파송하기 위한 1년의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결론적으로 중3, 고3 과정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졸업 후 보통 대학으로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특별한 경우 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소수의 아이들이 있어요. 바로 취업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대안학교 말고 그냥 학교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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