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토털 그리고 커스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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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다른 사업도 구상했다고 들었습니다.
홍 : 예전에 쇼핑몰도 했었고, 대학생 때는 유학원을 하고 싶었고, 커피도 좋아해서 커피숍도 열어봤지만 결국에는 패션 분야 일을 계속하고 있네요.
당시 어떤 시기였나요?
홍 : 한국에 갓 들어왔을 때, 미국 생활에 질린 부분이 있어서 열의를 식힐 겸 다른 것도 해보고 싶었죠. 결국 저의 20대 시절을 모두 패션에 몸담아 왔기 때문에 달리 다른 길은 없었어요(웃음).
소비자들이 ‘파인딩스코프’를 어떤 브랜드로 기억해 주었으면 하나요?
홍 : 저희 옷에 딱 한 가지 슬로건이 있는데, ‘you will never ever know me’ 예요. 이 말의 속뜻은 '당신만이 우리를 안다’라는 뜻이죠. ‘이 옷을 입어본 사람은 다른 말이 필요 없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마케팅과 세일즈에 시간과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해당 분야에 신경 쓰기에는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어요. 오히려 한 고객이 입더라도 진심으로 저희 옷이 정말 좋다고 느끼는 단골 고객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어요. 다른 것에 욕심부리지 않고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양질의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SPA 브랜드 등 여러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나만의 스타일 하나 찾는 것이 힘들잖아요. 나만의 옷을 찾는 사람에게 마치 금광을 발견한 듯한 상품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위 사진 모두 파인딩스코프의 YOUWILLNEVER SEATSHIRTS)
반대로 공급자의 입장에서 본인의 브랜드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하나요?
홍 : 저희 브랜드 이름처럼 ‘파인딩스코프’의 미래는 모르겠어요. 계속 한계를 찾아가고 있죠. 셔츠라는 단품으로 시작해 현재 더욱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듯이, 여성복 또는 유통업 등 여러 가지 모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미래가 될지 감히 상상을 못 하겠네요. 저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경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홍 :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예쁘면 보통 질이 별로였거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험이 있지 않나요? 좋은 질과 좋은 가격의 옷을 만드는 것이 저의 철학이에요. 신선한 재료로 조미료 없이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가 결국 오래도록 사랑받는 요리가 되듯이, 그런 옷을 만들고 싶어요. 의류나 소비 행태에도 인스턴트와 조미료가 끼어 있거든요. 우리도 똑같이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해요. 담백하고 진실 되게 다가가 소비자들이 좋은 옷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좋은 질의 원단으로 좋은 공정과정을 거쳐 만든 옷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이 저희 브랜드의 목적이자 철학이에요.
인스턴트라는 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홍 : SPA 브랜드 옷을 보면 너무 빨라요.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라, 한 시즌만 입고 버릴 옷을 만들어요. 계속 새 옷을 찾게 만들죠. 빠르게 먹고 버리는 인스턴트식품처럼 유행을 빠르게 바꿔요.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친구들, 재정적으로 열악한 친구들에게 과소비를 부추기는 시장의 모습이 저에게 보였어요. 장점이 물론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의류분야만큼은 개선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싶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홍 : 특별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알아주길 원해서 일을 하고 있진 않아요. 저희 스스로 진심을 담은 영양가 있는 옷을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연구하고 노력 중이죠. 사실 몇몇 고객들과 업체를 만나면 저희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가치들을 일일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려 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은 아는구나 느낄 수 있었죠. 저희 슬로건처럼요. 조금은 느리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더욱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희 브랜드의 가치가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특히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더 민감하게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에도 많은 부분 적용될 것 같아요.
홍 : 확실히 미국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워낙 땅이 크고 인구가 많아서 전체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죠. 다만 패션시장이나 상류층 등 특정 계층은 오히려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요. 패션의 특성상 보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겠죠.
요즘 유명한 셀렙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많이 올리잖아요. 특별하거나 유별나게 입으신 분들이 한 번은 이슈가 될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자신의 스타일을 제대로 알고 자신에게 맞게끔 소화할 수 있는 옷을 입는 사람들이 패션리더로서 인정을 받고 있어요.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서도 정말 옷을 좋아하고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있어요. 이와 같은 스마트 컨슈머가 대중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 같아요. 지금 시대는 일방적인 광고나 강요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입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요새 젊은이들을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친구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자유롭게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패션에 대한 가치관도 궁금합니다.
홍 : 저도 나이를 먹다 보니 젊었을 때 유행에 민감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내 직업이나 환경, 몸이나 성격에 맞게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입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패션이 삶의 모습에 따라 자꾸 변하는 거죠. 한때 어떤 트렌드에 맞춰서 입는 경우는 그 시기에만 적용되는 것 같아요. 하나의 롤모델을 통해 만들어진 패션이 굉장히 심플하게 재해석되어 전체 대중이 공유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패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분들은 그만큼 중요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옷의 기본적인 개념과 목적이 있지만, 거기에서 파생되는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옷 하나가 쉽게 만들어져서는 안 되죠.
(왼쪽부터 파인딩스코프의 클래식 라인, 셔츠 라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싸구려 스웨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턴에게 묻는 장면이 있어요.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만들어 유행이 된 옷이 대중적인 모습으로 다양하게 변모되어 나온 결과물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하나의 옷을 만드는 데에도 단편적인 과정뿐 아니라 굉장히 복잡하고 거시적인 과정을 거쳐요. 옷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옷의 의미가 어디까지 전달될지 알 수 없기에 항상 신중해야 돼요.
패션도 대표적인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죠.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고 있나요?
홍 : 시장조사를 정말 많이 해요. 시장조사가 첫 번째예요. 경쟁업체가 어떤 제품을 만들었는지, 어떤 재고가 남는지, 어떤 형태의 새로운 상품으로 어필하고 있는지 탐색하죠.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구성을 보고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돼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요. 패션뿐 아니라 다른 분야, 다른 업무 등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있어요.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면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쏟기도 해요.
요즘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나요?
홍 : 온라인 시장이요. 물리적인 매장이 없이 매장이 만들어졌잖아요. 온라인 시장 이후에는 어떤 시장이 올지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요새는 클릭만 하면 소비가 가능한 세상이고 소비 형태도 너무나 다양해졌죠. 어느 방향으로 가야 ‘가장 좋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큰 대기업, 큰 쇼핑몰을 볼 때면 ‘우리 브랜드 하나가 계속 커가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의 형태가 없음에도 방문으로 판매하는 업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분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기도 해요. 미국 트렌드 학회는 앞으로 매장 형태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변해가는 과정들에 계속 귀를 기울이며 가장 우리에게 맞는 방향으로 (파인딩스코프를) 이끌고 싶어요.
패션 업계에서 카피에 대한 이슈도 민감하죠. 카피캣에 당해본 경험이 있나요?
홍 : 저희 제품이 카피된 것 많이 봤어요. 브랜드 론칭 초반 셔츠 디자인을 보면 디자인 디테일이 굉장히 많고 절개도 많았어요. 당시 저희가 앞서 만든 편이었는데 지금까지도 비슷한 디자인으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카피캣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하면 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오히려 그만큼 이 브랜드가 예쁘다고 다른 디자이너들이 생각해 준 것이니까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우리가 한발 더 앞서서 다른 것을 연구해보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남들이 카피하는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패션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파인딩스코프 제품의 가격은 싸지만 한정판이에요. 똑같은 디자인이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기도 하지만 다른 디자인, 새로운 라인을 기다리는 분들도 많아요. 저희의 옷이 카피되었다는 것은 저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반증 같아요. 카피된 옷 하나에 매달릴 시간은 없어요. 내 것을 지키겠다고 애쓰는 것보다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패션 디자이너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본인의 옷을 어떻게 쇼핑하나요?
홍 : 좀 부끄러운데요(웃음). 제가 입는 옷에 관심이 없어진 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10년 전 입던 옷을 입기도 하고요(웃음). 디자이너 일을 하다 보면, 솔직히 너무 바빠요. 공장이며 시장이며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고 밤샘 작업도 많기 때문에 편하게 입어야 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패션업을 하는 사람은 잘 입어야 된다’는 말은 세일즈, 마케팅하시는 분들에게는 필요하겠죠. 정말 오랫동안 옷을 잘 만드시는 분들 보면 옷이 너무 심플해요. 우리가 아는 유명 디자이너들을 보면 평소 모습은 매우 심플하죠. 청바지에 흰 티만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진짜 패션 분야일을 해본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 같아요.
저도 옷을 많이 사는 편이 아니에요. 직업이 디자이너다 보니까 원가를 포함해 정보를 많이 알고 계산을 하니까(웃음). 터무니없는 가격대의 옷은 사지 않아요. 너무 솔직한 가요?(웃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제 마음에 들고 필요한 제품이면 어디서든 상관없이 구매해요.
(위 사진 모두 홍성정 디자이너의 작업 중 사진)
브랜드와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뮤즈가 있나요?
홍 :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들어본 질문이 이에요. 유명 디자이너나 브랜드들도 여러 뮤즈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마케팅의 한 요소일 수도 있고, 정말 한 사람을 두고 작업하기도 해요. 저는 거꾸로 ‘뮤즈라고 하는 것이 정말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요. 테마도 시기마다 다르고. 특히 제조업체들은 트렌드에 맞춰 계속해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도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뮤즈만을 가지고 브랜드 전체를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떤 유명인들이나 아이돌의 멋진 옷에 반하기도 했어요. 반면에 저희 브랜드의 옷은 멋있는 사람을 위한 다기 보다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세련되게 입기를 바라며 만들고 있어요. 회사원들을 굉장히 유심히 관찰하게 돼요. 테헤란로, 여의도, 광화문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똑같아 보이는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지만 각자 입는 스타일이 다르고 직장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입어요. 대중적인 한국 남성 패션을 관찰하며 여러 스타일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그 사람들에게 맞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정말 관찰을 많이 하셨군요?
홍 : 네.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한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단연 돈을 무시할 수 없죠. 돈에 대한 가치관도 궁금합니다.
홍 : 돈은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하죠. 사실 지금은 예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성공하고 많은 수익을 내서 멋있고 호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점점 그런 것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관찰을 정말 많이 해요(웃음). 자기 일을 열정적으로 하시는 멋있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돈이라는 것은 적당히 필요한 수준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을 즐거워서 해요. ‘마케팅을 활용해서 내 브랜드를 빨리 키워야지’라는 생각보다는 한 직장에 들어왔다는 생각으로 일해요. ‘1년 됐을 때 이제 나는 사원이야. 2년 째는 이제 대리야’ 하면서요(웃음). 하나씩 성취해나가는 기쁨과 만족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것 같아요.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어요. 힘들면 힘들수록 더 재미있어요. 지금 여기서 끝낼 수 있는 선택과 지금의 상황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이 주어지잖아요. 경험이 쌓이면 물질을 다루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때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했고 있으면 또 있는 대로 했어요. 제가 걷고 싶은 길을 가기 위해서 물질을 사용했지, 물질을 따라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우선순위의 문제이기도 하네요.
홍 : 네. 그렇죠.
패션 한계 탐색 중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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