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토털 그리고 커스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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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에 도전해서 쟁취해야 하는 성격인데, 부모님께서도 많이 지지해주셨나요?
홍 : 부모님께서는 가장 평범한 일을 하기 원하셨어요. 제가 워낙 힘든 길을 선택했다 보니 많이 반대하셨죠. 부모님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제가 꾸준히 성취하는 모습이었어요. 지금은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세요. 미국에서 좋은 위치와 커리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나왔어요. 부모님께서 걱정하셨지만 저를 믿어주시고 지지해 주셨어요. 힘들지만 결국 유학을 끝냈고, 저의 일을 잘 해왔기 때문에 믿어 주신 것 같아요. 한국 와서 사업을 시작할 때도 ‘혹시 잘 안돼도 다른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있으니까 편하게 돌아와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도 ‘사업이란 게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고 말씀하세요. 오히려 너무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니까 ‘내가 힘들어할 상황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죠(웃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중요하죠.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홍 : 저와 손발이 맞는 사람이 필요해요. 대부분 이력서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열심히 배워보고 싶다고 하세요. 저는 배우는 것보다는 본인만의 매력적인 생각을 알고 싶어요. 이력서의 형식도 도전적인 무언가를 원했어요. 저희 회사는 이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저는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끝까지 하나씩 성실하게 만들어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개인의 사정이 모두 다르겠지만 저희와 함께 비전을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스스로 개척해서 찾을 수 있는 일거리들이 정말 많아요. 진취적이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온다면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채용 중인가요?
홍 : 네. 계속 열어두고 있어요.
본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 혹은 멘토나 롤모델이 있나요?
홍 : 멘토가 따로 없다는 게 아쉬워요.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아서 더욱 만나기 쉽지 않았어요. 그런 점이 아쉽죠. 다른 브랜드 디자이너 또는 다른 업체를 만나면서 종종 마음이 맞는 분들을 만날 때, 귀 기울이며 들으려 해요. 모든 내용을 적용하지는 않지만 잘 골라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꼭 디자이너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분들을 보면서 제 나름의 멘토로 여기고 있어요.
후배 양성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나요?
홍 : 아직 교육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외국에서 공부를 했고, 국내 패션 교육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점들이 필요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죠. 현재 제가 가진 역량으로는 아직 뭐라고 말하기 힘들어요.
(위 사진 모두 일상에서의 홍성정 디자이너)
저랑 함께 했던 친구들은 단 한 명도 패션 전공이 아니었어요. 각자 의욕적으로, 또 함께 일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배웠던 친구들이에요.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관계였지요. 실제로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보통의 인턴이 할 수 없는 일들까지 하게 돼요. 자연스레 일반 패션 기업의 실장급이 하는 일까지 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 있죠. 그 친구들이 나가서 다른 기업에 들어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뿌듯해요.
저희 회사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최소의 인원들로 일할 수 있죠. 그만큼 일을 배우기 좋은 환경이에요.
언제까지 일을 하고 싶나요?
홍 :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지난 3년만 돌이켜봐도 곧 끝날 것 같은 고비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하고 있죠(웃음).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는 한, 나이 상관없이 하고 싶어요.
앞으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홍 : 요즘 저의 고민이에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이십 대를 소비하고 나서 당당히 ‘디자이너가 되었다’라고 느껴본 지 정말 얼마 안 되었어요. 인턴 생활만 해도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고, 브랜드를 열어서 옷을 만들기만 하면 디자이너라고 내세우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내가 디자이너인가, 사업가인가’라는 내적 갈등을 겪곤 해요. 아무나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순히 옷을 만드는 사람이 디자이너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트렌드를 만들고, 다시 다른 옷을 만드는 과정을 몇 차례 겪으면서 진짜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그 날까지 이 꿈을 계속 갖고 있을 거예요.
저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해요. ‘홍성정’에게 디자이너라는 직책을 붙이기에 아직 부담이 있어요. 회사 운영에 대한 생각도 디자인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하고 있죠. 모든 것을 아우르는 크레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라고 해야 할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극적인 비전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평소 자잘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일상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홍 : 예리하시네요(웃음). 제가 사소한 것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요. 바쁘다는 이유로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가 종종 있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웃음). 업무 일정과 마감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로 삼지 않고요. 사실 일은 끊임없이 생겨서 끝나지 않잖아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웃음)?
힘들게 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느슨하게 살고 있지도 않고요. 일을 하면서 재촉할 때도 당연히 있죠. 열심히 했지만 그럼에도 되지 않으면 다음 기회를 생각해보고 어쩔 수 없다고 여겨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길 원하시는군요.
홍 : 네. 그렇죠.
본인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홍 : 저의 과거를 봤을 때 잘 된 것만 성공은 아닌 것 같아요. 한 가지의 길을 걸으며 성공한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길을 가며 자신만의 삶을 찾는 사람도 성공했다고 봐요. 모두의 시기가 다르니까요. 과거에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고 해도, 지금의 자리에서 돌아봤을 때 만족하고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실패와 좌절이 올 때마다 포기하고, 지금 모습에도 온갖 불평과 불만만 있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실패인 것 같고요.
패션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는 후배들이 꼭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추천 부탁합니다.
홍 : 저는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고등학생 때 역사를 꼭 배워야 하는 이유들이 있잖아요. 패션에도 복식사(服飾史 : 복식이 발생하여 변천하여 온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가 있어요. 그 부분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전 영화 등 예전의 복식상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복식의 변화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죠.
패션 외 다른 분야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해요. 경제, 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길 바라요. 패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내용들을 접해야 해요. 가령 예능이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요새 어떤 옷을 입고 나오는지 볼 수도 있겠죠. 저도 클래식 음악을 포함해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어요.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곡을 만든 사람, 부른 가수, 해당 시대를 자연스레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여러 콘텐츠를 접하면서 무궁무진한 소스를 얻어요.
범위를 더 넓혀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과 응원 부탁합니다.
홍 : 요즘 청년 창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잖아요. 디자이너로서 창업을 하고 싶다면 밑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동대문에서 원단 찾아오는 일부터 했어요. 미국에서 입사 후에도 스와치(swatch : 견본)가 박스채로 오면 연도, 종류별로 하나씩 숫자 매기며 정리하는 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쓸데없는 일 같지만 정리하다 보면 연도별로 어떤 스타일과 원단이 유행했는지 저도 모르게 알게 되더라고요. 그냥 책상에 앉아 있는 디자이너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하게 되죠. 창고를 정리하다 어떤 재고가 계속 남아있는지, 어떤 색상이 잘 나가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디자인을 몸소 배우고 역량을 키울 수 있었죠.
패션 분야를 꿈꾸는 청년들 중 많은 친구들이 이 과정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어릴수록 자존심 부리지 않고 편하게 도전할 수 있어요. 그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해요. 그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큰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주위에 많거든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도전해보세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셨는데 현 브랜드를 통해 다시 글로벌로 진출할 계획이 있나요?
홍 :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역량을 펼치고 싶어요. 어떻게 진출해야 할지 아직 계획은 없어요. 지금 하는 일들의 흐름을 연결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 글로벌 트레이드 쇼(Trade show)에 참가도 하고, 바이어를 통해서 개업 콜을 보내거든요.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거래가 미뤄지고 있지만 현재 규모가 큰 중국 브랜드와 콜라보 계약을 했었어요. 잠시 주춤거리는 상황이에요(웃음). 그래도 저희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앞으로 를 기대하고 있어요.
현재는 내수에 더 집중하고 있죠. 국내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어요. 국내 소비자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있어요. 현재 위치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하다 보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내내 홍성정 대표의 간절함이 전해졌다. 본인이 겪어오며 체득한 지혜를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마음.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은 언제나 대부분 옳기에 간접 경험보다 직접 뛰어들어 부딪혀보길 원하는 마음. 그러고 보면 홍성정 대표 역시 아직도 스스로의 한계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으니 앞에서의 조언은 조언이라기보다 본인처럼 삶에 도전하는 동료를 찾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수렴과 발산을 반복하며 나와 세상을 탐구하는 모습
우리 사회에는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 옳고 그른지 아무도 모른다. 그 공식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탄생해서 변해왔고 변해가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 공식이 몇 년 뒤 구닥다리 유물로 취급될지 모른다. 변해가는 사회와 시대에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뛰어드는 것. 수렴과 발산을 반복하며 나와 세상을 탐구하는 모습. 백문(百聞)보다 '파인딩스코프'라는 일견(一見)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일지 모르겠다.
번외 질문들 : 번외라 쓰고 꿀지식이라고 읽는다
파인딩스코프의 컬렉션을 볼 수 있는 매장 또는 쇼룸이 있나요?
홍 : 자체적으로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꾸준히 카드사 명품 브랜드점에 참여하고, 큰 SPA 브랜드에 위탁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현재는 백화점 납품을 시작했고, 새로운 업체들과도 계약이 성사되고 있죠. 다양한 경로로 저희 브랜드를 찾아보실 수 있어요. 만약 어렵다면 저희에게 따로 문의주세요.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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