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인터뷰 16-2] 쓰고, 뛰고, 영화하라

결국 돌아오니 영화

by 이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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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에 관해 질문하겠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되어도 타협하지 않는, 업(業)에 대한 철학이 있나요?

휘 : 영화를 제작할 때 가장 필요한 것 세 가지가 돈, 시간, 사람이에요. 먼저 돈이 있어야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항상 넉넉하지 않은 시간과 더불어 사람도 중요하죠. 단편 영화나 저예산 영화 제작 현장에서는 항상 자금이 모자라서 스태프 월급이 깎여요. 프로 세계에서는 본인이 받는 금액이 곧 명함이라 더 아쉽죠. 단편 영화계에서는 특히나 배우 수요는 적고 공급은 많다 보니 더 심해요. 배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요. 스스로 제작하는 작품에 본인이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외의 경우 제작비가 모자라서 배우 출연료를 챙겨주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이 모습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해요. 물론 스태프 서로가 좋은 작품을 만들자고 해서 공짜로 작업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서로 친한 사이니 노동력과 기술력을 제공하고 단편 영화제에 작품을 내보자는 거죠. 그런데 단편 영화 현장에 가면 이런 경우가 있어요. ‘밥 드리고 차비드릴게요. 와서 연기해주시면 안 돼요?’ 이런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배우 출연료를 가지고 많이 싸우는 편이에요. 출연료는 무조건 챙겨줘야 한다고. 촬영 장비를 조금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하더라도 최소한 하루 10만 원. 정말 힘들어도 7만 원. ‘어쨌든 주인공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노동력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냐'라고 따져요. 노동에 대한 인건비는 철저히 지키는 것이 제 철학이에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 이외 단편이나 저예산 영화에서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나요?

휘 : 사실 서로 친한 사이여서 영화제 출품용으로 단편 작품을 만들거나 학생들이 과제를 위해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단 금액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돈, 시간, 사람 중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군요.

휘 : 네. 사람.


현재 제작부의 구성원으로서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일을 통해서 관객들 또는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전달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휘 : ‘재미’인 것 같아요. 상업 영화는 ‘재미’거든요. ‘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가?’라고 질문해봐야 해요. 세상 사는 게 힘들잖아요. 피곤하고 힘들죠. 마냥 심심해서 보는 영화든 데이트 코스로 보는 영화든 일상에서 힘든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거예요. 힘든 세상을 탈피해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면서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상 안에서 대리 만족하자는 생각으로. 그런 목적으로 영화를 찾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만 원이라는 티켓값을 지불하고 나왔을 때 얼마나 큰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나왔는지에 따라 가치가 매겨져요. ‘재미’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그 별 것 아닌 ‘재미’를 찾기가 힘들어요.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데 시간, 노력, 자본이 많이 들어가죠. 열심히 만든 작품이지만 콘텐츠 소비자들 즉, 관객들은 두 시간 영화를 보고서 단시간에 평가를 합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많을 텐데 제작자 입장에서 마음의 무게가 클 것 같습니다.

휘 : 속상하죠. 속상할 수밖에 없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간혹 이런 경우도 있어요. '‘해바라기’라는 작품 참 좋았는데. 지금 개봉하면 더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예전에는 잘 안됐지만 지금 개봉하면 정말 잘 될 것 같은 영화. 반대로 예전에 나와서 잘 됐지, 지금 나오면 잘 안 됐을 것 같은 영화도 많아요. 사실 영화의 흥행을 판가름하는 관객 규모가 300만 명 이하예요.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을 섭외하고,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 같은 유명한 감독을 모시고, 수많은 영화를 제작한 베테랑 스태프를 모아 제작한다고 해도 보장할 수 있는 관객수가 300만 명이예요. 그 이상은 알 수 없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선택했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정말 어렵거든요. 관객들한테 ‘영화 보고 나니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면 다들 그냥 ‘재밌다’고 하거든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부분이 재밌나’라는 거죠.


시대적인 상황도 잘 맞아야 해요. 영화 ‘베테랑’도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1년 후에 개봉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 재벌과 관련된 여러 사건이 터지고, 이에 시민들이 가진 자들의 막돼먹은 짓에 분노하고 있다가 영화를 보고 통쾌함을 느낀 거예요. 영화에서 통쾌하게 응징하잖아요. 공감을 했던 거죠 결국.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돼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 특히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힘든 부분이 여기에 있어요.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거의 2년 정도 걸려요. 길게는 3년. 나문희 선생님과 심은경 씨가 주연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개봉까지 10년 걸렸다고 해요. 시나리오가 10년 전에 나왔던 거죠. 당시에 만들지 못한 이유가 이거예요. ‘아줌마가 젊어지는 게 말이 되냐’. 그때는 이런 상상력이 납득이 안 됐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워낙 미드(미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수많은 특이한 콘텐츠를 많이 접하다 보니 ‘저럴 수도 있지’하고 통용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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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베테랑', '수상한 그녀' 포스터)


이처럼 한 영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데 2, 3년이 걸리니 지금 2017년에 제작을 시작해도 2019년을 예측을 해야 돼요. 당연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저희가 예언가도 아니고(웃음). ‘2019년에는 이런 영화가 잘 될 것이다’ 확신하고 뛰어든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거예요. 갑자기 터지는 사건, 사고 때문에 국민들 반응이 순식간에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면 2017년도에 잘 될 것 같았던 영화가 2019년에 가면 쫄딱 망하는 상황도 있어요.


반대의 경우도 있겠네요.

휘 : 그렇죠. 방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 영화는 지금 개봉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때 나와서 잘됐다’고 하는 영화도 있죠.


영화 제작부에서 일하면서 남들이 모르는 제작 부만의 고충도 있을 것 같습니다.

휘 : 제작부는 제작 프로덕션 단계 때 통제를 많이 해요. 야외 로케이션 촬영을 나가면 사람들이 신기해하잖아요. 서서 구경하고 있으면 카메라 앵글 밖에 벗어나야 되니까. 차량을 통제하거나 사람을 통제할 때 협조를 잘 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너희 영화 찍는 게 대수냐. 너희가 뭔데 우리 가는 길을 막느냐’하면서 심한 경우 싸움이 나거나 차로 밀고 들어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이해는 해요. 그분들도 그분들의 일이 있고 저희는 저희 나름의 업무를 하는 거니까. 어쨌든 그분들 가는 길을 저희가 방해하는 것은 맞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고충이 있어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습니다. 숙소에서 자다 보면 군인들이 관등성명 대는 것처럼 저희들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잠꼬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죄송합니다.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라고. 계속 자세를 낮추며 고개 숙이고 있죠. 어찌 됐든 방해를 하는 입장이니. 저희도 나름대로 고충이 커요. 작업현장이 아님에도 제 앞으로 차가 지나가면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게 ‘차 지나갑니다’라고 해요. 현장에서 차가 지나가면 스태프들이 위험하니까 촬영 현장도 아닌데 말하는 거죠.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을 해요(웃음). 일종의 직업병이죠.

어떻게 보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는 의미겠네요.

휘 : 스트레스보다는 저희 일에 대한 책임감 일수도 있고. 협조를 잘 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제작하려는 작품을 선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궁금합니다.

휘 : 상업 영화 분야에서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가 없어요. 들어오는 작품마다 다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편 영화나 저예산 영화는 글을 쓴 감독, 연출자가 이 글을 통해서 관객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봐요. 주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주제가 중요하다는 의미 안에 주제의 참신성, 도전성, 흥행성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될 것 같습니다.

휘 : 저는 참신성, 도전성보다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연출자가 말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사람들 모두 살아온 모습이 다르다 보니 A를 보고 B를 생각할 수도 있고, A를 보고 C를 생각할 수 도 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 안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감독, 작가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일 수 있겠네요.

휘 : 자기가 명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으면 시나리오가 다른 방향으로 가요. 가끔씩 영화를 보면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잖아요.

저는 ‘저스티스 리그’를 정말 기대하고 보러 갔어요. 개봉하자마자 바로 뛰어가서 봤거든요. (보고 나서) 화가 나는 거예요. ‘내가 몇 년 동안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럴 것 같으면 너희 들끼리 왜 팀을 꾸리냐. 그냥 슈퍼맨만 살리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처럼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주제와 목적에 대해 공감을 하고, 관객들이 봤을 때 ‘이럴 필요성이 있다’고 할 만큼 목적성이 뚜렷해야 돼요.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는 어렵지만 흥행이 잘되는 시나리오, 작품성이 좋은 시나리오를 굳이 나누어보면 어느 쪽 손을 들어주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휘 : 개인적으로 저는 무조건 흥행되는 작품이죠. 저는 상업 영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도 저는 영화를 예술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뤼미에르 형제(Les frères Lumière)가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 : 영사기)를 만들고 카페에서 영화를 처음 상영했을 때 8명이 들어왔대요. 그때 뤼미에르 형제가 무엇을 했냐. 돈을 받았어요. 그 8명한테 영화를 보여 준다고. 영화가 상업적 도구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아직 예술적인 용도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차승원 선배님이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왜 예술이 굳이 어려워야 되는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상업적이었기 때문에 극장에서 만 원 내고 보러 온 관객들한테 충분한 재미를 줘야 해요. 또 투자자가 수십억 원이라는 돈을 투자했을 때 팀을 믿고 투자해준 거잖아요. 그만큼 성과를 당연히 내야 하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 대해 국내 영화들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신파로 간다’, ‘일부러 울음을 자아낸다’, ‘뻔한 기술적 장치를 사용하면서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유발한다’ 등.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휘 : 사실 똑같아요. 그러니까 플롯(plot)이라는 것, 사건이라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이지요. 이야기가 다를 수 없어요. 캐릭터가 달라지는 거지. 사건을 겪는 캐릭터의 성격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지 이야기가 다르지는 않거든요. ‘저 이야기는 진부하다’라는 이야기가 맞아요. 순응해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뭔가 달라졌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똑같아요. ‘신파적이다?’ 신파적인 것 필요해요. 멜로에서 눈물 흘리려면 신파적일 수밖에 없어요. 신파적이지 않고 어떻게 눈물을 흘려요.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이 공감인 것 같아요. 아까도 이야기했듯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결국 공감이 되면 신파도 새로운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느끼기에 ‘범죄도시’라는 영화가 관객수 600만을 넘긴 이유에 대해 영화가 재밌기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영화 ‘청년 경찰’에서 등장한 조선족 악당을 봤을 때도 ‘범죄도시'와 똑같이 악당을 해결하는 권선징악에 대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인데 왜 재미있다고 하는지 떠올려보니 마동석 배우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기 때문이에요. 마동석 캐릭터로 인해서 긴장을 풀었다가 윤계상 캐릭터가 나와서 긴장감을 다시 조이고, 또 마동석 캐릭터가 나와서 긴장감을 풀어주듯 수축과 이완이 잘되어있는 작품이 재미를 느끼게 해요.


촬영장에서 작업 중인 김휘환


그리고 장르의 컨벤션(convention : 관습화 된 영화적 요소)을 똑 부러지게 넣은 작품이기도 하죠.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에 무엇을 더 추가하지 않고 액션 스릴러 장르에 맞춰서 정말 잘 만든 작품이에요. 그 작품 관객수가 600만 명이 넘어갔는데 사람들이 ‘어 저거 이상해’라고 하지 않잖아요. 사실 영화 ‘황해’에도 조선족이 나왔어요. 조선족 관련된 영화는 그전에도 훨씬 많이 나왔죠. 그런데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안 하잖아요. 결국 공감이에요. 상황에 대한 공감. 이야기는 어쨌든 진부할 수밖에 없고, 이야기는 신파적 일 수밖에 없어요. 등장하는 캐릭터, 이 가상 인물이 정말 살아 숨 쉬는 캐릭터처럼 보이고 그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아 실제로 저렇게 행동할 수 있겠다’라는 공감만 얻어내면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안 듣게 되는 거죠.


연출, 기획 부문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중점적으로 하겠네요.

휘 : 기획, 제작 시나리오 나올 때부터 계속하는 거죠. 사실 지금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캐릭터밖에 없어요. 그래서 배우들의 출연료가 더 올라가는 이유일 수도 있고. ‘맨 온 파이어’의 플롯이나 ‘테이큰’의 플롯이나 아저씨의 플롯 모두 똑같잖아요 특수 요원이었던 사람이 누군가를 구출하러 간다. 대상이 딸이냐 옆집 아이냐 보디가드로서 지키는 사람이냐에 대한 설정만 달라질 뿐이죠. 다만 등장하는 주인공 성격이 다 다른 거든요. 똑같은 사건이지만 주인공의 성격에 따라 피드백이 달라질 수밖에 없죠.


최근에 웹드라마 ‘1인 가구’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영화와 다른 장르다 보니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휘 : 사실 고민을 전혀 안 했어요. 다 같이 영화 하시던 분이었거든요. 스태프도 그렇고 감독님도. 강유선 감독님이 제작자로 참여했는데 그 누나가 ‘휘환아 너 와서 같이 만들래?’라고 했어요. 제 역할이 실장인 줄도 모르고 들어갔어요(웃음). 사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제작 실장이라고 나와있지만 실제 역할은 제작 부장이나 마찬가지였죠.


저는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영화 찍을 때랑 똑같이 찍었어요. 촬영분을 편집해서 분할하고 러닝타임(running time)을 20분 이내로 쪼개서 방영했다 뿐이지 모든 에피소드를 모아 보면 영화랑 별반 다를 것이 없어요. 영화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고, 촬영도 시네 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에. 극장에서 틀어주느냐 웹으로 보느냐의 차이죠.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해서 부족하지 않았던 작품이었고 제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어요.


제작기간이 얼마나 됐나요?

휘 : 기획은 훨씬 이전부터 하셨겠죠? 제가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촬영 시작하기 1주일, 2주일 전이었어요. 저는 정말 편했죠. 촬영 장소 헌팅도 다 잡혀 있어서 제반 사항만 체크하면 됐으니. 현장에서 관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게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한 작품 이상 만들어 봤던 제작부 분들이기도 했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동생들과 팀을 꾸려서 참여했기 때문에 엄청 즐겁게 만든 작품이에요. 재밌었어요.


웹드라마와 같이 콘텐츠의 호흡이 짧아지고 스토리가 압축되어 전달되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 퀄리티에 대한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휘 : 연출자의 입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무엇을 보여 줘야 할지에 대한 고민. 모두 다 똑같은 흐름으로 갈 수는 없거든요. 영화 ‘트랜스포머’ 처음 1편 나왔을 때 반응이 장난 아니었죠. 커다란 덤프트럭이 변신하니까. 4편, 5편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재미없어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똑같은 호흡으로 마냥 쭉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진행하면 보는 사람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는 거죠.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집중력을 가지게끔 만드는 포인트를 잡는 것. 제작보다는 연출자가 어떻게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에요.


웹드라와 비슷한 형태가 무엇이 있을까 혼자 고민을 해보다가 시트콤을 떠올렸습니다.

휘 : 시트콤은 매화 이야기가 재밌어야 되죠

그렇죠. 호흡이 짧아지다 보니 매 회마다 주제가 달라지죠.

휘 : 아니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캐릭터가 달라진다든지.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일반 관객들의 시야가 바뀌다 보니까 요즘 영화도 시추에이션(situation)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영화를 만들 때 힘든 부분이에요. 영화 ‘해피데스데이’를 보고 온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공이 생일 때마다 죽고 다시 그 생일날로 돌아오는 이유에 대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안 가르쳐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거예요. 상황이 웃기고 재미있다 보니까 관객들이 (그 의문에 대해) 잊어버린 거예요. 다시 살아난다는 시추에이션이 당연시되어버려서 왜 살아나는지에 대해서는 안 가르쳐 줘도 되는 거죠.


반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조금 다르죠. 죽으면 계속 살아나는데 명확한 이유가 있어요. 주인공이 몬스터 보스의 피를 뒤집어썼다는 설정. 그럼에도 시추에이션이 중요해요. ‘범죄도시’도 그렇잖아요. 마동석의 캐릭터가 반응하는 상황상 행동이 웃긴 거예요. 저는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이 대사밖에 안 떠올랐어요. ‘혼자야? 응 아직 싱글이야’. 이처럼 관객들은 시추에이션에 재미를 느껴요.


이에 대한 반응을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SNS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짤’이라고 하죠 ‘짤방’. 오히려 이를 활용해서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휘 : 그래서 요즘 멜로가 안 되는 거예요. 멜로는 감성적인 장르다 보니. 차라리 코믹 멜로면 코미디가 섞여있어서 시추에이션이 어느 정도 집중력을 가질 수 있어요. 멜로는 두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감정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는데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같은 캐릭터가 나와서 리프레쉬할 수 있는 장면이 있지 않은 이상 멜로 영화가 잘 되기 어려워요. 투자받기도 힘들고 제작도 잘 안 돼요.


‘1인 가구’에서 카메오(cameo)로 출연하셨습니다. 의도된 출연이었나요?

휘 : 저도 연기에 관심이 있어서(웃음). 물론 카메라 울렁증이 있지만. 각 촬영 장면마다 기획 단계 때 의상팀에서 의상을 가지고 와서 ‘이 화면에서는 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하고 피팅을 해요. 피팅 작업할 때 연출하던 누나가 저에게 모자를 씌우더니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거예요. 너무 웃긴다고. 명동에 가면 저에게 중국어로 호객행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중국인처럼 생겨서 중국 친구들도 정말 좋아해요. 영화 ‘무간도’에 나오는 증지위(曾志偉) 닮았다고.


그 모자를 쓰고 중국집 철가방 들면 좋겠다고 해서 출연하기로 했는데 부담감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사실 울렁증도 없다가 생겼어요. 영화 현장에서 계속 일 하다 보니까 저 때문에 NG 나고 촬영 시간이 늦춰지는 상황이 너무 싫은 거예요. 너무 부담이 되니까 ‘1인 가구’에서 제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짜장면을 제가 이미 섞고 있어요(웃음). 손을 덜덜덜 떨면서.


1인가구 출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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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웹드라마 '1인 가구'에 출연한 김휘환, 영화배우 증지위)


몇 번만에 오케이 사인이 났나요?

휘 : 엄청 많이. 한 일곱 번, 여덟 번 테이크를 찍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배우분들께서 짜증을 안내 주서 감사했어요. ‘나 때문에 촬영이 길어져서 찍어야 할 컷을 못 찍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부담감이 드니까 원래 연기 못하는 것 뻔히 알면서도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친한 스태프들이 또 쳐다보고 있으니까 부담감이 더하고.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좋아해서 넣어주셨어요. 사실 전 편집당할 줄 알았어요. 하도 연기를 못해서 잘릴 줄 알았는데 넣어 주셨어요. 재밌다고 생각하고 등장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하나의 추억이 됐군요.

휘 : 네 그렇죠. 많이들 좋아해 주세요. 캐릭터가 있다고. 사실 (출연을) 많이 해봤어요. 단편도 중간중간 촬영했고. 단편 영화 주인공 했던 적도 있고. 처음 영화를 시작한 계기가 보조 출연이었다 보니. ‘현장추적 사이렌’에서 나쁜 놈 친구로 나오기도 하고. 지금은 몇 번 하다 보니까 더 긴장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 ‘내가 시간을 잡아먹으면 안 된다. 나 때문에 시간을 뺏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죠. 사실 크게 기대 안 하고 출연시키는 것일 테지만 제가 긴장을 많이 해요.



쓰고, 뛰고, 영화하라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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