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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l 08. 2018

[몽촌토성 인터뷰 26-3] 콜 미 정새미

한국에 온 이집트 청년

* 앞선 인터뷰를 먼저 읽으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합니다(클릭 시 앞선 인터뷰로 이동)



한국인에게는 아랍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실례를 범한 일이 꽤 있을 것 같아요. 

미 : 당연히 몰라서 그랬으니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고 제가 알려주면 된다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한 여름 단식 기간에 운동을 하러 가는데 물 마시는 권유를 거부했을 때.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죠. 물을 안 마시면 죽을 것 같은데. 이렇게 대화가 오가요. ‘단식을 왜 해?’ ‘신이 하라고 했으니까’ ‘지금 신이 안 보고 있으니까 마셔도 괜찮아’라고. 아랍인에게 신이 안 보고 있다는 말을 하면 큰일이에요. 신에 대한 모독이에요. 그분 입장에서는 착한 마음으로 권했는데 난처하게 된 거죠. 보통 술 마시는 문제도 마찬가지고, 제가 한국에 있으면서 아랍 문화에 대해 정말 많은 설명을 했어요(웃음). 


 한 번은 한국인 친구와 이집트에 놀러 가서 지하철을 타려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니캅(niqab)이라는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 전통 의상을 입고 한 여성분이 지나가는데 한국인 친구가 ‘와 닌자 같다’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전부 검은색에다가 눈만 내놓고 다니니까. 이집트에서도 흔한 복장은 아니지만 입고 다닌다고 해서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거든요. 아랍인이 그렇게 말하면 정말 실례가 되는 상황이지만, 그분은 몰랐으니까. 그분에게는 익숙지 않은 문화니까. 덕분에 니캅만 보면 닌자 생각이 나요 이제는(웃음). 


이슬람 문화권 여성 전통 의상 니캅(Niqab)


 닌자라고 말한 분을 3년 뒤에 다시 이집트에서 만났는데 같은 숙소에 묵게 됐어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예배를 드리는데 제가 절 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그분이 제 앞으로 온 거예요. 제가 엎드려야 할 위치를 신발로 밟은 거죠. 그분이 얼른 잘 못된 것을 깨닫고 수건을 가져와서 자리를 다시 닦아주셨어요. 저로서는 더 이상 고마울 수 없죠.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신경 써줘서 저도 엄청 놀랐어요. 정말 고마웠죠.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는 큰일이 될 수도 있는 실례를 범할 수도 있지만, 이해를 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을 잘 배려해주는 모습이 한국 사람의 특징인 것 같아요. 서로를 알아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글로벌 마인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미 : 대한민국은 여권의 힘이 강한 나라예요. 그만큼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나가고 있죠. 그런데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마인드가 전혀 글로벌하지 않아요. 다른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처음 알게 되는 지식이 대부분이죠. 스페인 여행을 가서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는데 카탈루냐 문제에 대해 몰라요. 그냥 사진만 찍어왔대요. 사진은 인터넷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잖아요.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알아야죠. 얼마 전 이집트의 정부에서 몇 분이 한국에 왔는데 그분들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됐는데도. 왜 그럴까요. 


 한국인들이 소심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으면 친구를 알고 지낸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않고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거죠. 만약 중동의 요르단에 놀러 간다면 옆 나라인 시리아 사태에 대해 더 알아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경험해야 관광이 아닌 진짜 여행을 다녀온 거예요. 한국은 인터넷이 잘 발전되어 있는데도 왜 한국의 콘텐츠만 보는지 모르겠어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도 전부 한국 콘텐츠예요. 미국 프로그램, 이집트 프로그램 모두 볼 수 있는 환경이니 다른 문화도 많이 접해보면 좋겠어요.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질 수 있어요. 이집트 사람들인 이 점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다른 나라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어보고 적극적으로 알아보거든요. 자연스럽게 프랑스에 대해, 이탈리아에 대해, 아프리카에 대해, 남미에 대해, 한국에 대해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한국사람들과 만나면 중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심지어 부산 사람들과 만나면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어려워요. 한국인이니 당연히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나중에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들어오면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러 해외에 나갔으면 현지인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한인타운이야 도움이 필요하거나 1년에 하루 행사할 때만 가면 되지 해외에 나가서 까지 한국인을 볼 필요는 없잖아요. 저도 부산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한국 친구들이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이랑 지내서 아직까지도 후회가 돼요. 한국인들과 어울려야 한국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니까. 1년이면 상당한 기간인데 한국인 친구 두세명 밖에 사귀지 못한 것이 아쉽죠. 


한국인에게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것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뿐이에요. 이집트가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 : 일단 이집트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나라입니다. 저희도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배웠는데(웃음).  

다른 나라에서 같은 내용으로 배우는 이유가 있었군요(웃음). 

미 : 미술 시간에도 피라미드가 아니면 안 그려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피라미드를 더 예쁘게 그릴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삼각형을 잘 그리죠. 


위 사진 모두 이집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피라미드가 유명한 이유는 신기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 클레오파트라가 피라미드를 바라본 시선과 지금 우리가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똑같아요. 클레오파트라도 피라미드가 완공된 1,500 년 뒤에 태어났으니까 똑같이 유적으로 본거죠. 그만큼 이집트는 유적의 나라예요. 카이로(Cairo)는 구 카이로(Old Cairo)와 신 카이로(New Cairo)로 나뉘는데, 구 카이로의 90%가 유적이에요. 역사적으로 여러 문명이 이집트에 있었거든요. 나일강 문명부터 시작해서, 로마 제국도 있었고, 이슬람 문명도 현대 문명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그리스 문명도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 많이 남아있어요.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 신전에 가서 태양의 신(Amun)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받고 이집트의 왕이 된 거죠. 이슬람 문명도 많이 남아 있어서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 한 번 가보면 정말 놀라실 거예요. 정말 크고 화려하고 많은 유적들이 있어요. 


 그렇다고 유적만 있는 나라는 또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다합(Dahab)이라는 포인트도 있어요. 정말 예뻐요. 그리고 예술도 발달되어 있는 나라예요. 조각품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미적인 부분도 많이 발달되어 있죠. 중동의 영화, 드라마의 중심지가 이집트이기도 하고. 이집트의 첫 번째 아동용 만화가 1930년 대에 만들어졌고, 첫 번째 영화는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이집트 다합(Dahab)


 또 정치의 나라예요. 침탈을 당한 역사가 있지만 그 시기에도 이집트의 왕이 있었고 정부가 기능을 했어요. 시위와 혁명도 많이 이루어졌고. 덕분에 현재 이집트는 100% 국가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어요. 국회, 지방자치단체 모두 잘 갖춰져 있죠. 테러가 가끔 발생하기도 하지만 마치 프랑스, 독일, 벨기에에서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미 : 결혼하고 싶어요(웃음). 지금 나이를 보면 시기를 놓쳤나 싶기도 하고. 어렸을 적부터 일찍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준비할 것도 많고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고민이 많아요. 


 또 어서 졸업해서 제가 하는 일을 공격적으로 하고 싶어요. 한 가지 일만 하면 지루해하는 사람이라 지금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일상이 재밌거든요. 보람도 있고. 현재는 학생 신분이라 묶여 있는 부분이 있는데, 졸업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렇다면 현재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미 : 두 달 전에 이사를 했어요. 같은 동네지만 지금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전에는 4년 동안 옥탑방에서 살았거든요. 나쁘지는 않았지만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한계가 많았죠. 지금 집은 방도 더 생기고 주변 환경도 더 조용해졌어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외교부 행사에 초대된 새미, 봉사활동 중인 새미, 일상에서의 새미, 풋살 중인 새미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주택에 같이 살게 되니까 이제야 정말 한국 생활을 제대로 하는 것 같아요. 동네 주민 분들도 정이 넘쳐서 제가 한 번 밖에 사 먹지 않은 피자집 아저씨가 한 달 뒤에 저를 알아보시고 인사해주시더라고요. 오토바이 가게도 한 번 이용했는데 주인아저씨가 알아보시고서 오늘 또 인사해주시더라고요. 서로 알아보는 분위기가 좋아요. 이런 이유들이 모두 합쳐져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취업, 연애, 결혼은 물론이고 원하는 꿈을 꾸기도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응원 부탁합니다. 

미 : 이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죽기 전에 죽지 말자’. 어찌 됐든 살아가야 하니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날아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거든요. 또 다른 기회가 와요. 인내심을 가져야 하죠. 물론 젊은 사람들은 열정도 넘치고 하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에 인내하기가 쉽지 않죠. 그럼에도 인내심을 기르는 훈련을 했으면 해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 어려운 상황은 영원하지 않아요. 경험적으로 살펴봐도 어려웠던 사람들, 어려웠던 국가가 잘 성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언젠가 본인의 차례가 돌아올 테니 긍정적인 마음을 버리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번외 질문들 : 번외라 쓰고 꿀지식이라고 읽는다

여행을 간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지역이 있나요? 

미 : 일단 피라미드를 봐야죠. 기자(Giza) 시에 있는 기자 피라미드. 그리고 국내선을 타고 남부로 내려가면 룩소르(Luxor)와 아스완(Aswan)이라는 쌍둥이 도시가 있어요. 이런 소문이 있어요. 전 세계 유적의 2/3는 룩소르에 있다고. 집 바닥이 갑자기 꺼졌는데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흔한 곳이에요. 그 정도로 많아요. 


 그리고 이집트에는 사막이 많죠. 나일강을 기준으로 서사막과 동사막으로 나뉘고, 홍해 쪽에 있는 시나이 반도(Sinai Peninsula). 서사막에는 오아시스도 다섯 개나 있고 사막 캠핑도 할 수 있어요. 깨끗한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있고 낙타도 타볼 수 있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호텔도 한 곳 있어요. 건물 자체도 진흙으로만 만든 호텔이에요. 또 지정된 장소에서 모래찜질도 할 수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치료받으러 오기도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에요. 


 이집트는 관광 국가일 수밖에 없어요. 유적지와 유물이 워낙 많아서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어요. 카이로에 가면 이집트 박물관이 있는데 돌아다니는 통로가 좁아요. 유물이 정말 많아서 한정된 공간 안에 다 넣기 힘든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이집트 박물관보다 더 큰 박물관이 생겼어요.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올지도 몰라요(웃음). 역사적으로 수많은 보물을 수탈당했음에도 정말 많이 남아있죠.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상징물 중 하나가 ‘자유의 여신상’이잖아요? 원래 이집트 거예요. 여성의 모습도 이집트 여인의 모습이에요. 1860년대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프랑스 아티스트가 이집트 왕에게 제안을 했어요. 수에즈 운하를 개방했으니 그곳에 ‘자유의 여신상’을 배치하면 오가는 배들 모두 이집트 여성을 볼 수 있게 될 거라고. 실제로 설치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됐어요. 그런데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을 쓰는 바람에 엄청난 국가 부채가 생긴 거예요. 결국 그 아티스트는 이집트에 조각상을 판매하지 않고 미국에 선물로 줬어요. ‘자유의 여신상’이 지금 뉴욕에 서있는 이유죠.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이시용   @사진 : 배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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