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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l 22. 2018

[몽촌토성 인터뷰 27-1] 대표의 품격

맨즈클래스 최동원 대표

 어떤 직업에나 품격이 있다. 음악가의 품격. 사육사의 품격. 대장장이의 품격. 같은 직업이라도 품격이 나뉜다. 품격 있는 음악가와 그냥 음악가. 품격 있는 사육사와 그냥 사육사. 품격 있는 대장장이와 그냥 대장장이. 여기서 드는 궁금증. 무엇이 품격의 기준을 나누는가. 하나의 정답을 말하기 어렵다. 그 자체로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충족해야 할 기준이 여러 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공통적이고 필수적인 요건 하나를 찾을 수 있다. 본인이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 사소해 보이는 업무 하나에도 하나의 톱니바퀴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며, 아무리 하찮은 일로 보일지라도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본인이 하는 일을 드러낼 수 있는 마음. 마음가짐은 곧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고, 주위에 있는 누구든 발견하게 된다. '아, 이 사람은 품격을 지니고 있구나'.


아, 이 사람은 품격을 지니고 있구나


 많은 직업 중에서도 육체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감을 가지는 직업은 뭐니 뭐니 해도 대표이지 싶다. 특히나 스타트업 대표라면 당장 회사의 생존과 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과 더불어 본인의 자존심도 달려있기에. 그래서 스타트업은 사활을 건 승부이고 스타트업 대표는 세상이라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기 마련이다. 대표도 품격을 갖출 수 있는가. 품격 있는 대표는 어떤 모습이고 그냥 대표는 어떤 모습인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이번 인터뷰를 진행했다. 맨즈클래스 최동원 대표가 지니고 있는 자긍심을 물어보기로 했다.



반갑습니다. 오래간만에 뵙네요. 

최동원(이하 원) :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원 : 저는 맨즈클래스 대표 최동원입니다. 현재 남성 슈트(Suit) 스타일링 컨설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일 컨설팅 서비스로 소개했는데, 더 자세하게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원 : 보통 남성들이 테일러샵(Taylor shop)에 가서 슈트를 맞추잖아요. 단순히 정장을 맞추기에 앞서 각 고객들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이를 스타일에 접목시키는 서비스입니다. 이미지 컨설팅을 통해 본인 체형에 어울리는 색상, 스타일뿐 아니라 직업의 특성까지 고려해서 슈트를 추천하고 맞춤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맨즈클래스를 창업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 : 대학생 시절 학교 수업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미 이전에 창업했던 경험이 두 번 있어서 ‘이번에는 마지막 창업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제가 어떤 일을 제일 하고 싶은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패션이더라고요. 사실 ‘패션’하면 어렵잖아요. 스타일도 다양하고. 그래도 저희 가족이 대부분 패션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더불어 한창 젊은 시기의 남성이다 보니 저 스스로 꾸미는 것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스타일링을 도와주다 보니 지금의 서비스를 떠올리게 됐어요.

 

맨즈클래스의 테일러샵 수뜰리에


패션업에 종사하는 가족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네요. 

원 : 네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 어머니와 이모께서 옷을 직접 만들어 입혀주셨어요. 기성복이 아니다 보니 예뻐 보였던 거죠. 계속 입을수록 더 좋아지고. 옷의 모양새나 색상,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결국 대학생이 되어서야 패션 업계에서 창업을 했습니다.


대학 시절 전공이 패션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분야입니다. 산업시스템공학을 전공했어요. 

원 : 산업공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했죠. 대부분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전공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어느 정도 시험 성적에 맞춰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다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나중에 경영자가 되어 보고 싶었고, 남자로서 공대도 들어가 보고 싶어서 이 두 분야를 합친 저희 학과를 선택했죠.


 진학하기 전에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 중 유명한 사람들이 누가 있는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미리 조사를 해봤어요. 대부분 컨설팅 업계에 몸담고 있거나 경영자의 위치에 있더라고요. 애플(Apple Inc.)의 팀 쿡(Tim Cook)도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카카오(Kakao)의 김범수 의장님도 마찬가지이고. 산업공학을 전공하면 나도 비슷한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진학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돌이켜 봤을 때, 학습한 전공 분야가 현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원 : 솔직히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웃음). 다만 제 인생이나 비즈니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어요. 제가 열심히 들었던 수업이 디자인 공학, 인간 공학, 심리학 수업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지금의 사업을 하면서 고객들을 만나고 어떤 이미지를 가진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내용이었어요.



맨즈클래스를 창업하기 전, 과거 두 번의 창업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사업으로 기프티콘 사업을 했어요. 

원 : 사실 창업이라고 단정 짓기는 애매하고 하나의 프로젝트였어요. 물론 사업자 등록도 하고 1년 반 동안 이어갔던 서비스인데, 학생 신분으로 동아리에서 만난 친한 분들과 같이 시작했어요. 제안을 받았어요.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이 아니라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같이 참여해보면 어때?’라는 제안을 받고 참여를 했죠.


 카페에 가서 편지지를 구매한 다음 손편지를 쓰고 카페에 맡기는 거예요. 카페는 받는 분에게 연락을 하죠. ‘누군가 당신에게 손편지와 커피를 선물했으니 받아 가세요’라고 알려주고. 이런 흐름의 서비스였어요. 서울대학교 안에서 처음 시작해서 서울에 있는 50개 카페와 제휴를 했어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했나요? 

원 :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냈던 사업은 아니었어요. 창업 멤버들이 모두 창업 동아리 출신이었는데 현재 각 분야에서 창업을 하고 리더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워요. 그들과 함께 손발을 맞출 수 있어서 의미가 컸죠.


첫 창업을 마무리 한 이후 바로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합니다. 

원 : 첫 번째 사업을 서울대 동아리방에서 운영했어요. 같은 공간에 다른 창업팀들도 함께 있었죠. 저희 모교는 아니었지만 참 재미있게 일했어요. 첫 사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저를 눈여겨보고 있던 다른 창업팀 친구가 새로운 제안을 했던 거죠. ‘사업을 준비하면서 멤버를 구하고 있는데 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어렸을 때는 사람 좋은 친구가 하자고 하면 바로 참여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웃음). 이런 이유로 같은 동아리방에서 두 번째 창업을 시작하게 됐죠.


 휴대폰 요금을 줄여주는 ‘폰플’이라는 서비스였어요. 사용자들이 광고를 보고 퀴즈를 풀면 100원에서 많게는 500원까지 수익을 주는 광고 애플리케이션이에요. 그렇게 2년 정도 같이 운영하다가 학업 등 개인적인 사유로 다시 복학을 했어요.

 


휴학을 하면서 창업에 도전할 정도로 사업에 대한 열정이 컸습니다. 열정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원 : 우연한 계기로 스물한 살에 창업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어요. 주위 사람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고, 서비스가 좋든 좋지 않든 반응이 오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짜릿했어요. 두 번째 창업까지 이어지면서 이런 동기에 불이 붙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죠. 앞으로도 창업을 하면 보는 눈이 넓어지고 내 삶도 재밌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사업 경험을 돌이켜 볼 때 큰 교훈을 줬던 실수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원 : 아무래도 어릴 때 창업을 하다 보면 사회에 대해 잘 몰라요. 사회의 구조는 물론이고 어른들이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어요. 열정은 엄청 넘치는데 과욕이 되면 항상 문제가 생기잖아요. 어른들을 대하거나 사업을 이끌어 가는 데에 부분 부분 서툴고 잘 못했던 것 같아요.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고요.


 현재까지 8년 동안 사업을 하고 세 번째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이사이에 작은 실패가 참 많았어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바로 돈을 벌 수 있고, 바로 정점에 서고 나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어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모르는 것이 많다 보니 실패를 많이 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는 대부분 실패했어요. 내면적인 상심도 있었지만 대외적으로 친구들에게 실패했다고 알릴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다시 혼자 또 앓고. ‘창업을 괜히 했나’라는 생각도 했었죠.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원 : 사업에만 집중을 하면 시야가 좁아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매너리즘도 오고. 6개월 정도 쉬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충전하는 시간이었어요.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운영도 안 되는 상태였고. 여유 있게 마음을 먹고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맨즈클래스 창업 초창기 최동원 대표


사업을 계속하게 되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원 : 너무 많죠. 그중에서도 짜릿한 순간이 있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고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죠. 고비를 어떻게 버티는지도 중요하고, 그저 가만히 버티는 상태를 뛰어넘어 고객이 더 만족할 수 있도록 발전하는 노력도 중요해요. 어느 시점이 되어 예상했던 고객으로부터 반응이 왔을 때 가장 짜릿해요. 꿈을 이룬 느낌과 비슷한 정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어요. 돈이 되는지를 떠나서 그 짜릿함이 지금까지 힘들게 고생했던 시간을 보상해주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해줘요.


결국 기업과 고객의 관계가 사업의 본질이 됩니다. 본인이 지니고 있는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원 : 현재 하는 일이 남성의 스타일을 컨설팅하는 업무이다 보니 상대방의 심리와 마음을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고객들이 옷을 더 잘 입고 싶어서 찾아온다는 목표는 명확하니, 더 자세한 요구사항을 제가 얼마나 잘 포착해서 이끌어가는지가 고객과 제가 관계를 이어가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에요. 지금까지 약 2,000명의 남성을 스타일링해서 여러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고객들의 요구사항과 이미지를 정확히 짚어서 커뮤니케이션할 때 좋아하시고 제 신뢰도 더 쌓이는 것 같아요. 이런 업무가 고객에 대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의 품격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이시용   @사진 : 배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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