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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Oct 02. 2019

'어떤 표지'를 가진 책이 되어야 할까

concept의 의미

 <the Persons>를 머리에 처음 떠올린 뒤로 구체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머리 안에서만 둥둥 떠다니는 여러 개념 정리와 개념들끼리의 관계를 어떻게 뭉치고 자르고 조립할지 고민 중이다. 손에 쥐기 위한 책 한 권이 세상에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고뇌와 지적(知的) 헛걸음이 수반됨을 새삼 느끼기에 충분하다. 걔 중에서도 책의 표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게 된다. 책을 집어 들까 고민하는 사람, 책을 들고 다닐 독자, 한 번 출간한 뒤로 바꿀 수 없는 책 표지를 계속 떠올리게 될 나 자신 모두가 큰 비중을 두고 바라보게 될 디자인이기 때문일 테다. 필자가 디자이너가 아니기에 최종적인 디자인은 전문가에게 맡길 테지만, <the Persons>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한 면의 표지로 말해야 하는 책임은 온전히 필자에게 있음을 알고 있다. 디자인 결과물을 바로 떠올리려 하자 막막함이 밀려들었다. 전하려는 메시지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갔다. 콘셉트(concept)를 잡기로 했다.



 잠시 콘셉트(concept)라는 말의 의미를 고찰해본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개념(槪念)'이다. 두 단어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느 영어 단어가 그렇듯 'concept' 역시 라틴어에 뿌리를 둔다. '함께'를 뜻하는 'con'과 '취하다'를 뜻하는 'cept'가 합쳐진 단어다. 의미를 붙여보면 '함께 취하다'라는 뜻이 된다. 목적어가 불분명하지만 한자어를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대개 개(槪)와 생각 념(念)이 붙은 단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생각'이다. 즉, 내가 어떤 단어나 문장, 행동, 냄새, 색, 맛을 제시했을 때 다른 이들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생각이나 느낌을 취한다는 맥락이다. '소통'에 기반을 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콘셉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단순 스타일이나 느낌에 그치지 않으며 다른 이들과 함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앞선 문장에서 '해야 한다'라는 강압적 표현은 필자 스스로에게 하는 자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저 내가 떠들고 싶은 말들만 모아 놓은 '알갱이의 모음'을 피하고 싶었다. 이미 <the Persons>의 탄생 배경을 정리한 글에서 밝혔듯 하나의 핵심 주제가 발산과 수렴의 과정을 거쳐 독자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길 바랐다. 다만 추상적인 개론으로는 부족하다. 일상에서 와 닿는 단어로 다시 표현되어야 하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상징적인 오브제가 필요하며, 결국에는 책을 손에 쥘 때의 느낌까지 <the Persons>의 정체성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단순한 알갱이의 모음이 아닌 하나의 온전한 유기체가 될 수 있다.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지나치다. 하나의 '살아있는 것'이 탄생하기에 지나쳐야 한다. 한 명의 인간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한데 몇 개월 되지 않는 기간에 정체성을 담은 '살아있는 것'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지나침도 모자람이다.


1. 미사여구 없이 필요한 정보만

 가장 먼저 추구하고 싶은 콘셉트는 미사여구의 제거(Non-rhetoric)였다. 책이 한 명의 사람이라면 어떨까 떠올려 본다. 온갖 화려한 수사적 표현으로 가득 찬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다. 전망이 '판타스틱'하고 요리는 '그레이트'하며 직원들도 '원더풀'한 '어메이징'한 식당이라는 말보다 나를 직접 그 식당에 데려다 줄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사랑이란 단어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사랑이 절절 넘치는 문장과 호소가 있다면 최고의 연애편지라고 하지 않는가. 제목, 로고, 아이콘 등 모든 요소가 나 잘났다고 떠들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주제 중심적 디자인(Theme-oriented design)을 추구하려 한다.


2. 그럼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럼에도, 그래서 더욱, 하나하나의 요소가 상징적이지만 충분한 정보성(Symbolic but informative)을 띠어야 한다. 너무 압축된(Encoding) 표현은 상대방이 해석(Decoding) 하기 위한 피로감을 더할 수 있다. 물론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따라서 상징성을 기반으로 하되 독자의 해석을 도와줄 도우미 요소가 필요하다. 스탠딩 코미디언이 관객들이 포복절도하도록 유도하는 한 줄의 펀치라인(punch line)과 같은 요소 말이다.


- 산소 :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기 위한 독성 원소

- 동양과 서양의 인식 차이 :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가을사과 - 이철수)

- 행복 : 추구의 대상이 아닌 발견의 대상(알랭 드 보통)


 대상을 설명하는 수많은 문장보다 한 줄의 펀치라인이 더 많은 내용을 설명할 때가 있다. 많다. <the Persons>의 책 표지에 해당 주제를 통찰하는 한 줄의 펀치라인이 함께 실리길 바란다. 그 고민의 책임은 필자에게 있을 테지만.


3. 들고 다니고 싶은 책

 책을 쥐었을 때의 느낌 역시 중요하다. <the Persons>를 들고 다녔을 때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시사주간지 'TIME'을 들고 다니듯, 경영전문 학술지 'Harvard Business Review'를 들고 다니듯 다른 누군가에게 슬쩍 내비치고 싶을 만한 책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내용이 알차고 의미 있어야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표지 또한 중요도가 낮지 않다. 그래서 한 권 한 권의 디자인과 더불어 앞으로 지속될 시리즈가 여러권 모여 있을 때를 상상해보는 작업도 의미가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매거진 B' 등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은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모든 시리즈를 모았을 때 더욱 인상 깊은 책이다.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싶고, 또 독자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인상 깊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길 바란다.




 이외에도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산더미다. 다만 표지 디자인 시안을 봤을 때 어떤 이유로 디자인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해두고 싶었다. 위에서 제시한 기준이 심지어 옳은 방향인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상관없다. 대화를 나누려는 상대방이 어떤 성격과 말투를 가지고 이야기하는지 정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the Persons>가 한 명의 사람이라면 알찬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조곤조곤 말해주는, 함께 있으면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며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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