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rsons : Quant
더퍼슨스를 시작합니다. ‘시작된다’가 아닌 ‘시작한다’라는 능동태로 표현한 이유가 저에게는 중요했습니다. 인터뷰를 처음 시작했던 2016년 10월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출간이 더퍼슨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누가 옆에서 하라고 떠민 일도 아니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아니기에 더퍼슨스의 시작은 저의 온전한 의지를 세상에 선보이는 뜻깊은 매개체입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했던 한편 광활하게 펼쳐진 백지 위에서 막막한 심정이기도 했습니다.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섭외, 인터뷰, 스크립팅, 편집, 교정을 거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그래서 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제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는 뜻깊은 매개체가 되어 단순한 종이 낭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퍼슨스는 대화 형태로 구성했습니다. 제가 새로운 분야에 다가갈 때 사용하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책이나 논문, 구글링을 통해 특정 대상의 대략적인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나누는 대화는 어떤 방법보다 깊고 빠르게 핵심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잔뼈 굵은 전문가가 자신의 일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바라볼 때면 참 황홀합니다. 그들의 관점과 태도만으로도 성숙한 통찰을 얻기에 충분했는데,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 들려줄 때면 그 지적 폭발의 크기가 어땠을까요.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묻고 답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질문지에 쓰여있지 않은 시시콜콜할 질문까지 묻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었죠. 그때만큼은 일이 아닌 대화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 대화의 첫 번째 주제로 ‘퀀트(Quant)’를 선택했습니다. 퀀트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독자도 많을 듯합니다. 그만큼 더퍼슨스 첫 번째 주제 선정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의도로 진행되었습니다. 금융을 공부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강의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전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분야보다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거죠.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며 발견했던, 금융 교육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한몫했습니다. 아직도 주식 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고 알고 있거나, 세금계산서를 어떻게 발급해야 하는지는커녕 그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투자를 하는 사람이더라도 지인의 추천이나 소문에 기대어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죠. 이와 같은 비이성적 판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퀀트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쉽게 흔들리는 인간의 직감이나 감정이 아닌, 객관성을 담보하는 ‘숫자’를 근거로 한 계량적인(Quantitative) 투자 접근 방식이 퀀트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부제가 ‘Number-driven Investment’인 이유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Blaise Pascal)이 팡세(Pensées)에서 말했던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문장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천재지변 한 번에, 소문 한 번에 감정이 소요되고, 모든 생활 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함을 가지고 있지요. 그 부족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위기와 문제점을 이성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극복해왔습니다. 퀀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잊을만하면 광기가 찾아오는 금융 시장에서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어찌 보면 금융 발전 역사와 흐름을 같이하며 다듬어진 결정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본질적인 내용과 더불어 실용적인 부분도 다룰 수 있도록 편집했습니다. 국내 금융 제도권 실무에서 사용하는 분석 방법, 취업 및 전공과 관련된 조언 등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함께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입장 차이도 눈여겨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효율적 시장가설, 개인 투자자의 퀀트 활용 가능 여부 등에 대해 각자의 논거를 들며 의견을 관철시키는 인터뷰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책 뒷부분에 있는 용어 사전도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들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명목상의 존재 이유가 우선이지만, ‘현업의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의 모음’이라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인터뷰이들이 속해있는 셀 사이드, 바이 사이드, 은행, 보험사, 학계 등 업계에 따라 사용빈도가 달라질지언정 대부분 호환이 가능한 개념입니다.
개인 투자자도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엑셀이 아닌 프로그래밍으로 투자를 분석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마주하는 만큼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정보, 그것도 소음이 가득한 정보를 맞닥뜨리고 있죠. 이처럼 소음의 안개가 가득 낀 상황에서 베르나르 사르트르(Bernard de Chartres)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처럼 우리는 고대인보다 더 많이, 더 멀리 볼 수 있다’라고 했던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속한 이상 어떻게든 금융을 다뤄야 할 우리들에게 아홉 명의 인터뷰이가 소음을 걷어내주었습니다. 여러 금융 거인들이 다져온 통찰을 그들의 어깨 위에 선 우리에게 올려다 줄 것입니다. 자, 안개는 걷혔습니다. 이제 이들과 대화를 나눌 차례입니다.
편집장 이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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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더퍼슨스 No.1: Quant>에 실리는 Interviewer's Note 전문입니다.
- 위 글의 모든 저작권은 더퍼슨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