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용 Jun 14. 2020

내일 오후에 커피 한 잔 할래요

제주 외도에서

아직은 거리를 두는,

단어로는 에둘러서라도 표현하지 않지만

전화 너머로 당신의 짧은 대답 한 번에

병원 예약이라는 당연한 선약 한 번에


내 표정은 거울을 보지 않아도 시무룩하고

무심한 듯 한껏 기대했던 들뜬 마음은 반작용이 일어 무척 사그라듭니다


아직은 거리를 두는 마음가짐이 응당 당연한 사이인데도

통화 전까지 되뇌이던 희망의 신호들을 깡그리 덮어버리고

내 사고 회로는 최악의 경우를 향해 갑니다


그래서 저 밑에 가라앉은 마음을

너무 높지 않은 이만큼까지만 들어 올려 보렵니다

한눈에 맞았으면 했던 요행을 버리고

볼 수록 괜찮은 사람이 되려 합니다

그렇다고 진짜 내 모습을 버리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당신과 나의 시기가 맞기를

당신과 나의 다름이 호기심으로 느껴지기를

당신의 잔잔했던 마음에 꽤 큼지막한 물결을 일으킬 수 있기를

너무 크지 않게

아니 그보다는 조금 크게 바랄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