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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Apr 16. 2021

이현세: 글로벌 해커톤 기획자 인터뷰 ①

SHIFT with 용산

* 앞선 글을 먼저 읽으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합니다(클릭 시 앞선 글로 이동)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이현세라고 합니다. Z세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서 여러 프로젝트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고 도움을 주는 쉬프트(SHIFT)라는 비영리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쉬프트라는 단체에 대한 소개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용산에서 진행했던 ‘정션X 서울(JunctionX Seoul)’이라는 명칭의 해커톤(Hackathon) 개최가 시작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Z세대의 창업가 정신 발산 창구를 마련해주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던 와중 중요한 의미를 지닌 출발점으로 해커톤 행사를 떠올리고 기획했습니다. 이후 인큐베이션이나 데모데이(Demo day) 프로그램도 함께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러 용어가 갑작스레 등장하는데요. 해커톤, 데모데이 등에 대한 용어 정리를 부탁합니다.

우선 해커톤은 2일에서 3일 내에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주제를 가지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그 결과물을 서로 공유하고 축하하는 축제 같은 행사예요. 데모데이는 해커톤보다 준비 과정이 더 길어요. 각 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나 프로젝트 결과물을 대중에게 발표하는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엑셀러레이팅(Accelerating)은 프로젝트 초기 구성 단계 이후 해당 프로젝트의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거나 아이디어 또는 사업 개발의 발전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정션X 서울’ 행사가 진행되면서 쉬프트라는 단체가 알려지기 시작했죠. 어떤 계기로 본 행사를 기획하고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예전에 창업을 했을 때도 해커톤 형태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해커톤 행사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다 보니 그들의 문법과 실제 참여자들의 성향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어요. 그리고 주최 측도 실질적인 가치 창출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한다.’ 정도의 시혜적인 취지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고요. 또 기획 단계에서 운영 단계까지 각 부분을 다른 주체가 맡아 외주 형태로 담당해서 해커톤 행사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상금을 타기 위한 채널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겼고. 



이렇게 부차적인 사항에만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단체나 조직이 없을지 찾아보다 ‘정션(Junction)’이라는 핀란드 기반 해커톤 브랜드가 눈에 띄었어요. 쉬프트 초기 구성원 중 몇 분이 직접 핀란드에 가서 정션과 슬러시(SLUSH) 행사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죠. 두 행사 모두 기획, 예산, 운영, 파트너십 등이 100% 학생 주도로 이뤄지고 있거든요.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학생 주도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진짜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게다가 일반 동아리 수준이 아니라 몇 천명 단위로 전문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고요. 이런 학생 주도 생태계가 해커톤이라는 행사의 본질에 접근하기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그들의 브랜드와 조직 운영 방식, 행사 운영 가이드라인을 본떠 서울에서 해커톤을 시작한다면 큰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렇게 ‘정션X 서울’을 개최하게 됐죠. 


‘학생 주도 생태계’라는 키워드가 흥미롭네요. 기존에도 비슷한 시도가 없지 않았을 듯한데 기성 프로젝트들의 어떤 점을 보완하려 했나요?

우선 이 행사를 시작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기 전까지 전문성을 놓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마냥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충 해도 된다는 변명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어요. 파트너십을 맺거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측면에서도 상대 파트너 기관들이 봤을 때 ‘학생답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했어요. 역설적이죠. 하나의 기관으로서 잘 운영하고 있다는 점만 부각될 수 있도록 노력했죠. 




그래서 쉬프트 초기 멤버들은 창업을 해봤거나 어느 정도 업무 경력이 있는 분들 위주로 구성했어요. 저희 프로젝트 이전에 진행됐던 학생 주도 행사들은 정말 아무런 경력이 없는 학생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니 종종 ‘학생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었거든요. 이것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기성세대들의 지원과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정션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쉬프트가 시도하는 프로젝트들은 전문성을 지닌 초기 멤버들이 일정 궤도에 올려놓고 그 기반 위에서 학생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실제로 학생이 주도하는 창업 프로젝트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기도 하면서 이런 방향성이 갖고 있는 장점도 정리됐을 것 같아요.

시니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분들의 능력, 창의성, 노련함 등 전문성이 정말 뛰어나요. 다만 그분들은 이뤄놓은 것이 많기 때문에 잃을 것도 많으세요. 근본적으로 이해관계에 얽힐 여지가 있어요. 학생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학생들, 또는 이제 갓 회사에 입사한 주니어들은 잃을 것을 생각한다는 것부터 웃긴 얘기죠. 특정 기관이나 대학, 기업의 눈치를 보거나 이해관계에 함몰될 필요 없이 행사의 본질에 집중해서 진행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그렇다면 기성세대 또는 준기성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Z세대가 창업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요즘 기사에도 많이 등장하는 내용들이에요. 어떤 회사에 입사해서 커리어를 진득하게 쌓고 승진을 하면 노후 보장이 되겠다는 기대가 거의 없어요. 다른 이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다니는 분들조차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본인의 커리어를 스스로 개척해서 소위 ‘셀프 브랜딩(Self branding)’이라는 개념으로 본인 스스로 테마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이 강하죠. 자연스레 창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요. 각 개인이 변한 측면보다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사회 전반의 기조가 바뀌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창업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당시 어린 나이였다고 들었어요.

저희가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지잖아요. 항상 창업가가 되고 싶다고 적었어요. 도전적인 정신을 갖고 세부적인 성공 가능성을 따지며 생각했던 꿈이 아니라 대통령, 과학자, 의사처럼 말 그대로 되고 싶은 직업이었죠.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해서 KAIST IP영재기업인교육원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참여하게 되었어요. 


중학교 시절 내내 그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사업할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나중에 대학교도 다녀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는데 지금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잃을 것이 없잖아요. 이런 생각을 갖고 카이스트 교육원에서 만난 선배들과 함께 고등학교 1학년 때 창업을 했어요. 


어떤 사업 아이템이었나요?

가상현실 촉각 체감 분야였어요. 가상현실 기술이 한창 태동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일반 가상현실 기술은 시각 정보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작은 촉각이라도 동시에 느끼게 되면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색함으로 인한 어지러움이나 멀미를 동반하기도 하죠. 그런 어색함을 단기간에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촉각 분야의 기술 개발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청각이나 시각 관련 기술로 어색함을 해결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대기업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서 저희 팀이 촉각 체감 분야를 빠르게 개발해보자는 취지로 창업을 진행했어요. 2년 동안 운영하면서 시드 투자를 받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가상현실 시장이 생각보다 확장되지 않아서 정리를 했죠.



직접 창업해 본 경험이 해커톤 등의 행사를 기획할 때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행사를 기획했던 초기만 해도 정션이라는 브랜드를 아는 분도 없고, 쉬프트가 어떤 단체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대학생 신분의 멤버들이 뭐 하는 친구들 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파트너사들이 선뜻 예산을 주거나 공간을 내어줄 수 없던 거예요. 오히려 이 행사를 도와줬다가 사고라도 터지면 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고. 이런 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경험이 창업하고 굉장히 비슷했어요. 여러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우리 팀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과정들. 무엇보다 실제로 무언가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단순히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문제점들을 해결해내야 했기 때문에 창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정션 해커톤에 참여하기 원하는 참여자들을 모집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우선 해커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오거나이저(Organizer) 분들의 전문성이 다양해요. 프로덕트 매니저, 개발자,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토대로 참여하기 원하는 분들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죠. 그중 너무 경력이 많은 지원자는 오히려 따로 연락드려서 참가자보다 멘토로 모시기도 하고요. 재미있게 경쟁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는데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실력 격차가 생기면 취지가 무색해지거든요. 대부분 대학생분들이나 커리어 초기에 있는 분들이 지원을 하세요.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제출하고자 하는 자료는 모두 받고 있어요. 


2021년 행사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5월 중순 또는 말 정도로 계획하고 있어요. 재작년 첫 행사에는 190명이 참여했고 작년에는 200명, 올해는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 같아요.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온라인 행사로 전환하기 위한 실험 단계였다면 올해는 온라인 행사를 정착시키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용산 전자상가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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