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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Apr 23. 2021

Benjamin Morris: 글로벌 스타트업 인터뷰

WeCrest Ltd. with Yong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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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glish ver.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벤자민 모리스(Benjamin Morris)입니다.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IP 테크 기업 위크레스트(WeCrest Ltd,) 대표입니다. 독일에서 자랐고 부모님은 한국과 영국 출신이세요. 독일, 영국에서 살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서울에 있던 지난 18년 중 16년 동안에는 IP 로펌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를 진행했어요. 지금은 위크레스트의 대표로 있으면서 IP 로펌을 위한 사업개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죠. IP 로펌이 새로운 고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IP’, ‘IP 로펌’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IP는 지적 재산권을 의미해요. 인간의 생각이나 지적인 창조물을 말하죠. 기술 혁신, 예술, 문학 작품이나 비즈니스에서 사용되는 기호나 이름 등이 그 예입니다. 지적 재산권은 크게 특허(patent)와 상표(trademark) 두 가지 범주로 나눠볼 수 있어요. 우리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에요. 우리가 사용하는 오늘날의 여러 기술 대부분은 특허받은 기술일 테니까요.


그리고 IP 로펌은 일반 로펌과 매우 다른 개념의 로펌이에요. IP 로펌은 고객의 지적 재산 보호를 전문으로 해요. 고객이 특허와 상표를 등록하는데 도움을 주는 작업이 가장 핵심적인 업무예요. 비즈니스 아이디어나 기술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 IP 로펌이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죠. 일단 특허를 얻으면 20년 동안 해당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제가 IP 로펌에서 일했을 때 맡았던 업무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 째는 외국 클라이언트에게 한국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을 조언해주는 역할이었고 둘째로 사업 개발도 했어요. 새로운 고객을 찾는 역할이에요. 클라이언트를 직접 찾아가거나 해외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서 잠재 고객들에게 우리 로펌을 소개하는 식이죠. 보통 한 번의 미팅으로는 신뢰를 얻기 힘들잖아요. 오래 걸리는 작업일 수밖에 없어요. 5년 이상 걸릴 때도 있고요.


IP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후 현재의 회사를 설립했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어떤 이유로 창업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회사를 시작했던 방식과는 조금 다를지도 몰라요. 위크레스트는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했거든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로펌에서 근무하던 중, 2017년에 회사를 설립했어요. 이미 하고 있던 여러 작업들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었어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엑셀 파일 등으로 직접 수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 작업들을 자동화하고 싶었어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계속 성장했어요. 2020년에는 위크레스트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죠. 그래서 로펌을 떠나 창업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저에게 쉬운 결정이었어요. 회사도 이미 성장해서 클라이언트도 확보하고 수익도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도 그리 크지 않았고요.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직장을 그만두고서 모든 자금을 창업에 투자하면서 위험을 감당하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일 거예요. 반면 위크레스트는 자연적으로 성장하면서 창업으로의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특정한 시점이라기보다 일정한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로펌에는 수작업만 담당하는 직원이 별도로 있었거든요. 그런데 더 급한 일이 생길 때가 있어요. 오히려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급한 일이 아니었어요. 로펌이 점점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로 바빠졌고, 해당 직원에게 바쁜 일을 시켜야 할 때가 많아졌죠. 반대급부로 신규 고객 확보가 더뎌졌고요. 이렇게 단순 업무만으로 모든 업무가 바빠진다면 빠른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여기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해 바쁜 업무를 자동화하자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한국 IP 분야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은 IP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예요.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근거가 있는데 그중에서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볼게요. IP5라는 조직이 있어요. IP 분야의 G8 또는 G20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5개국의 IP 사무소로 구성되어 있죠. IP 정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력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 모임이에요. 미국 특허청, 유럽 특허청, 일본 특허청, 중국 특허청 그리고 한국 특허청이 여기에 소속되어 있어요. 더불어 매년 각국에서 출원, 등록되는 특허와 상표 개수 통계치를 보면 한국 특허청이 상위 3개국 안에 속해요. IP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고 부를 수 있어요.



또 다른 예로 아랍에미리트(UAE)의 특허청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요. UAE 특허청이 온라인 IP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서 한국 특허청에 아웃소싱을 의뢰했을 정도예요. 한국 특허청이 직접 아랍에미리트 특허청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서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 직원을 교육했어요. 현재 UAE 특허청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은 한국 기술과 IP 전문성 때문에 잘 운영되고 있는 셈이에요.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 시점에서 세계 IP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지난 100년 이상 각국 정부들은 세계의 IP 시스템을 통합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적재산권은 개별 국가별로 관리되고 있죠. 글로벌 상표권이나 글로벌 특허권 같은 것은 없어요. 여전히 모든 국가에서 특허나 상표를 각각 등록해야 해요. 이런 상황 때문에 상표 등록 비용은 국가마다 다르고, 만약 특정 국가에서 법적 문제가 제기된다면 하나의 상표권에 대해 $200,000 이상 지불해야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요. 어떤 경우라도 지적재산권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100% 보호를 받는 경우는 없어요.


이 때문에 여러 정부들이 시스템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몇 번 했어요 1883년에 체결된 공업소유권보호동맹조약(Paris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Industrial Property)이 대표적이죠.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단일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예요. 사실 각 나라들이 본인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거든요. 물론 마드리드 시스템이나 PCT 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져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절차가 쉬워지긴 했어요.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많은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왔죠.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는 동안에는 글로벌 단일 IP 시스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용산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용산에 사무실이 있는 이유는 서울글로벌스타트업센터(SGSC)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죠(웃음). 그것이 유일한 이유예요. SGSC 프로그램이 정말 좋았거든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접하자마자 바로 입주를 알아봤을 정도예요. SGSC는 서울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외국인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대표가 외국인인 스타트업만 이곳에 입주할 수 있죠. 무료 사무실과 매년 일정한 규모의 지원금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링을 지원받고 있어요. 거의 대부분 스타트업에게 필수적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다양성 때문에 이곳을 좋아하기도 해요. 이 센터에는 우즈베키스탄,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 30여 개 국가에서 온 49개의 회사가 입주해 있거든요. 한국 특성상 단일 인종으로 구성된 문화라 여러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데 이곳에서는 모두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덕분에 아무리 작은 회사라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여러 사람과 함께 소통할 수 있죠.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용산에 오기 전에 강남에서 5년 정도 일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우울했던 적이 있었어요. 강남에 있을 때마다 가짜 세상처럼 느껴졌거든요. 반면 용산에 오니 완전 다른 세상 같았어요. 진짜 세계 같았죠. 더 생생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죠. 더 거칠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이런 이유에서 용산을 더 좋아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서울 전반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자랐던 베를린에 비해 서울은 무척 현대적이에요. 다만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해요. 베를린과 같은 유럽의 도시에서 자라게 되면 어딜 가든 역사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영국에 있는 아무리 작은 마을에 가더라도 1,000년 된 교회가 있을 정도예요. 한국 역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쉽게 역사를 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궁궐 같은 몇몇 문화재들도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있죠. 물론 현대적인 개발 모델과 역사 보존 모두 의미가 있고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국 스타트업 문화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한국 안에서 느끼는 스타트업 문화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가오나요?

제가 다른 나라의 스타트업 문화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스타트업 인프라에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해요. 제가 말씀드렸던 SGSC가 그중 한 예가 될 수 있겠죠. 정부에서 지원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도 많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많은 민간 펀드도 있어요. 한국 경제가 역사적으로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고 그들이 한국 GDP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정부 차원에서 그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스타트업 등을 지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이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현재 용산에 있는 사무실을 다른 동네로 옮긴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시겠어요?

사실 제가 지금 실질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예요. SGSC 입주 기간이 곧 끝나기 때문에 추후 다시 돌아온다 하더라도 당장 갈 곳을 정해야 하거든요. 서울을 떠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있는데 제주도와 동해가 후보지예요. 사무실 임대 비용이 저렴하기도 하고 이전 절차도 쉽고. 영구적으로 머물지는 않더라도 가보려고요. 이미 직원들과도 상의했는데 전반적으로 좋다는 의견이었어요. 위크레스트가 아직 상대적으로 작고 효율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인 것 같아요. 노트북만 있으면 작업이 가능하거든요. 저 역시 지난 18년 동안 서울에서 살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보니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이 실무적으로 일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제가 혼혈이다 보니 가끔 혼혈에 대한 단점과 차별에 대한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혼혈로서 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IP 산업은 국제적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러 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이 매우 유용하죠. 아무리 작은 규모의 IP 로펌이라고 하더라도 글로벌 작업이 많거든요. IP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전 세계를 상대로 일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해요. 위크레스트 역시 중국, 인도, 멕시코, 콜롬비아, 불가리아,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카타르,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40여 개국의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있는 상황이죠. 고객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다문화적인 특성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봐요.


IP 전문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IP 변호사나 특허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능력은 상세한 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특허와 상표를 다루는 업무 자체는 어려운 작업이 아니지만 정말 복잡하거든요.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 여러 항목을 나열할 때 단 하나의 항목이라도 빠뜨리면 나중에 정말 큰 사고가 발생해요. 다른 누군가가 그 하나를 꼬투리 잡아 지적재산권 침해로 클라이언트를 고소할 수도 있어요. 모든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점검할 수 있는 꼼꼼함이 필요해요.



IP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자료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WIPO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세요. IP 관련 정보를 찾기에 가장 좋은 곳이에요. 해당 웹사이트 교육 메뉴에서 강의도 제공하고 있고요. ‘전 세계에 IP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라는 사명을 갖고 있는 비영리 단체이다 보니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놨더라고요.


이번에는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IP와 관련된 조언을 하고 싶어요. 사업 계획에 대해 생각하려는 즉시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돼요. 어찌 보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죠. 제가 상표권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여럿 있었어요. 대부분 몇 년 동안 사업을 잘 해왔는데 제삼자가 브랜드를 표절했는데 어떡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건이었어요.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저를 찾아올 때까지도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IP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등록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요. 사후에 등록한다고 해도 100%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처음부터 지적재산권에 대한 방비를 해두는 것이 가장 좋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IP 산업은 관습에 얽매여있어요. 많은 작업이 비효율적인 수작업으로 수행되고 있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위크레스트가 제시한 사명은 ‘자동화를 통해 IP 산업을 향상하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 IP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사회에 줄 수 있겠죠. 비단 저희 회사만이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요?

제가 회사를 창업한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소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14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책에서 ‘당신이 다람쥐 쳇바퀴 경주에서 이기더라도 여전히 당신은 다람쥐일 뿐이다.’라는 문구를 본 적 있어요. 회사에 취직해서 경력을 쌓는 작업은 본질적으로 그 회사의 사장님을 부유하게 만드는 데 제 삶을 바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럼에도 저는 제 삶의 자유에 대해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자연스레 창업이라는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위크레스트가 저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에게도 이런 자유를 주는 수단이 되면 좋겠어요.



용산 전자상가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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