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작가, 봉사활동가, 교육자, 스타트업 멤버 그리고 스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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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들이는 수입도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경 : 저와 같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하는 언니가 해준 말이 있어요. 200만 원을 버는 사람과 400만 원을 버는 사람의 행복도는 차이가 있대요. 400만 원 버는 사람이 행복하죠. 그런데 400만 원 버는 사람보다 800만 원, 1,600만 원 버는 사람이 더 행복하지는 않대요. 돈은 내가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 이상이 되면 행복지수와 비례하지 않다고 이야기해줬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결혼을 하고 대학원을 무사히 마치는데 무리가 없는 수준의 급여가 된다면 크게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 그럴 수 있는 수준이 아직은 아니에요(웃음). 장단점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규직으로 일 하는 것에 비해 프리랜서에게는 불안정한 요소가 정말 많아요. 실은 지난달에 피트니스 센터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어요. 잘렸어요.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를 받았어요. 충격적이었어요.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나듯이 나왔어요. 그때 수입의 절반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너무 배려가 없었죠. 제가 다른 수입원을 찾을 때까지 최소 한 달 전에라도 알려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하면서 줄 것 같은 퇴직금도 없이 연락도 안되고. 왜 나는 아직도 안정되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살아요(웃음).
다음 학기도 이 문제 때문에 휴학하게 됐고. 여전히 이런 문제들을 겪고 있고 아직은 필요에 따라 금전적으로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맞아요. 그래도 큰 욕심 없이 남들이 다 하는 만큼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실용주의라서. 비싼 가방 하나 살 바에 싼 가방 10개를 사지(웃음). 아직도 나아가는 청춘이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진 않지만 감사하려고 노력해요. 불평불만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가 많은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지 않나요?
경 : 처음에는 그랬어요. 처음에는 어색함이 싫어서 힘들었어요.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해도 어렵다거나 이 자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압박은 많이 줄었어요. 오히려 재밌어요.
가끔 사회적인 지수가 떨어져서 동문서답하게 되는 상담자가 몇 분 있어요. 그럴 때는 혼란이 오면서 힘들 때도 있죠(웃음). 최근에는 100kg이 조금 넘는 몸무게를 이끌고 한 50대 아저씨가 오셨어요. 맞던 옷도 안 맞고, 고지혈증이 있어서 어서 살을 빼야 하는데 본인이 살을 왜 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선생님 제가 살을 뺄 수 있도록 쓴소리를 해주세요’라면서 한 시간 가까이 제 입에서 독설이 나오도록 유도하시더라고요. 이분도 돈을 내고 왔는데 ‘죽기 싫으면 살 빼세요’라고 할 수도 없어서 많이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심지어 문자로도 ‘저에게 심각한 말을 해주시죠 선생님’이라고 보내시고. 독설을 하자니 도를 넘으면 안 되고, 이분이 원하시는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싶기는 하고. 이 사건 때문에 힘들었어요.
대체로 재밌어요. 20 ~ 30대의 제 또래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다 보니 다이어트 이야기하다가도, 연애 이야기, 맛집 이야기도 하고.
사람이 혼자 있을 때의 성격과 사람들을 대할 때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자기 포장을 한다거나. 그런 모습이 있나요?
경 : 예전에는 그 차이가 크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둘 다 ‘나’라고 생각해요.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경 : 차이가 줄어든 부분도 있어요. 상담을 할 때는 활기차 보이지만 저는 우울 기질이 강해요.
그렇게 안 보여요.
경 : 그렇게 안보이죠? 억지로 사람들 앞에서 발랄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와요. 예전에 상담을 했을 때는 억지스럽게 했었거든요.
지금은 하나의 저로 정착을 했어요. 집에서 혼자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동생이 말을 걸면 ‘야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모습도 ‘나’고(웃음). 웃고 떠들고 하는 모습도 ‘나’고. 둘 다 저라고 생각해요.
보통 그 둘 사이의 괴리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궁금했어요. 특히 남들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에게.
경 : 아, 포스트를 쓸 때 댓글을 읽으면서 굉장히 열을 받았는데 똑같이 반응하고 싶지만 참게 되잖아요. 그럴 때 ‘내가 무척 마음씨 넓고 착한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유명인사가 된 것도 아닌데 저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인간 됨됨이를 따지는 모습이 심해지더라고요.
그때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별로 신경 안 쓰는 척, 대인배인 척 부드럽게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들이 괴리를 느끼게 할 때가 있어요. 사실 나는 지금 굉장히 열을 받았는데 평온한 척(웃음).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이렇게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봉사활동인가요?
경 : 사실 봉사활동은 아니고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과학 공부를 도와주고 있어요. 봉사활동의 개념은 아니에요. 수업료를 받고 있으니까. 그 금액이 크지 않을 뿐. 대안학교 관리자분은 오가는 시간이나 노력을 생각하면 교통비 정도라고 말씀을 하시지만 수업료를 받고서 도와주고 있어요.
그곳은 일손이 모자라고, 특히나 저처럼 과학 전공자 중에서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많이 힘들어요. 대안학교 규모가 커서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더군다나 예술 대안학교여서 과학은 검정고시용이지 필수 과목이 아니다 보니 과학 선생님을 따로 뽑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저도 계속 도와드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있는데 계속해서 끌고 가고 있죠.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못 내려놓는 이유의 반이 그 이유 때문이에요. 봉사활동이 되기에는 저도 힐링이 되고, 봉사료도 받고 있고(웃음).
여러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봉사를 시작하는 것과 지속하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경 : 대안학교의 재단이 기독교 재단이에요. 교회 내에 설립이 되어있어요. 저도 교회를 다니면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사명감을 붙들고 있어요. 대체 인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 또 아이들이 좋은 것, 그리고 약간의 사명감. 뭐 엄청 크진 않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웃음).
작년 4월에 시작해서 약 1년 반 정도 해오고 있어요.
대안학교 봉사를 포함해서 지금 하는 일들 모두 누군가에게 가치를 전달해주고 있네요. 이 부분이 행복의 요소라고 생각하세요?
경 : 음. 네, 행복의 요소 같아요. ‘내가 이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구나’라고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다이어트 포스트를 운영하다 보니 구구절절 자신의 사연을 적은 메일을 받아요. 파혼을 당해서 폭식증에 걸렸다고 보내는 분도 있고, 가족들이 살 빼라는 폭언을 해서 자살하고 싶다고 보내기도 하고. 그걸 어떻게 모른 척하겠어요. 저도 진심 어린 장문의 메일을 주고받게 돼요. 그때마다 그분들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정말 뿌듯하죠.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저희 집의 경제가 넉넉하지 못했다 보니 스무 살부터 스물여덟 살까지 과외를 계속했어요. 그런데 제가 스무 살 때 과외했던 학생의 어머니를 최근 결혼식장에 갔다가 만났는데 저를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좋은 말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좋은 학교에 갔다고. 그때도 뿌듯했어요. 사실 스무 살짜리가 누구 가르쳐 본 경험도 없는데 얼마나 잘 하면 잘 했겠어요(웃음).
최근에는 2년 전에 과외했던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어요. 얼마 전에 우연찮은 기회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는데 저를 알아보시고서 연락을 주신 거예요. 그때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우리 딸 좋은 학교에 갔다고, 선생님 TV에서 봐서 놀랐다고, 역시 선생님 멋있다고(웃음). 제가 좋은 인상을 남기고 나름 성실히 해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니 행복하죠.
신기하네요. 역시 TV의 영향력이.
경 : 그러니까요. 여기저기서 너 봤다고(웃음).
혹시 롤모델이나 멘토로 삼은 사람이 있나요?
경 : 멘토나 롤모델까지는 아닌데 저에게 항상 자극을 주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저희 언니예요.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세종대 학과는 적성이 안 맞아서 편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 찰나에 편입을 도전하도록 이끈 사람이 저희 언니예요. 저에게 ‘서경아, 20대에 하는 실패는 실패가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그 말이 아직까지 기억날 정도로 뇌리에 박혔어요. ‘실패’가 아니라 ‘시도’이고, 안되더라도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가장 적은 나이였던 거예요. 나중에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 어떻게 편입을 하겠어요(웃음). 책임질 것이 많아지기 전에 해볼 수 있는 것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를 계기고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저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사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고등학생 때도 의자에만 앉아있다가 쉬는 시간에는 잠자는 조용한 아이여서 무엇인가 나서서 하기에는 심리적 장벽이 높았어요. 그래서 편입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면서도 편입이 안됐을 때 흘러갈 1년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겨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거든요.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치열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부를 할 때도 죽치고 앉아서 평균 이상 정도만 해내는 저효율의 사람이에요. 반면 저희 언니는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열심히 하는 성격이에요. 지금도 좋은 회사 들어가서 그 안에서도 인정받고 있어요. 언니가 집중해서 해내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요. 가끔 집에서 언니를 지켜보면 손도 빠르고, 업무 처리도 빠르고, 머리도 휙휙 돌아가요. 나도 저런 모습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죠.
언니가 30대에 하는 실패는 뭐라고 하던가요?
경 : 그런 이야기는 안 했어요(웃음). 이제 30대까지 몇 개월 안 남아서 실패하면 안 돼요.
행복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이 있나요?
경 : 음. 항상 감사하기. 미션이에요 정말. 저번 달에 해고되기도 했고, ‘왜 나는 이렇게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는가’라는 불평불만들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낙심되더라고요. ‘이 계기로 인해서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그러지 못하고 계속 우울해져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돌아보면 어떻게든 좋게 풀렸어요. 결국 좋은 대학교를 졸업했고, 직장도 돌아 돌아왔지만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것들을 이뤄가고 있고. ‘흔들리고 어렵고 굴곡이 있을지언정 잘 될 거야 내 삶은’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감사’가 저에게 미션이에요. 세뇌시키듯 감사하지 않은데 말로만 감사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이룬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 ‘이렇게 힘든 시기도 나를 위한 밑바탕이 될 거라고 정말 믿으면서 감사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죠.
반면 사소한 것에도 삶의 질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경 : 저희 집이 시골 동네에 있어서 버스가 안 다녀요. 저는 면허가 없어서 누가 차로 태워주지 않으면 밖으로 못 나와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슈퍼마켓도 없어요. 이게 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죠(웃음).
최근에는 나가서 살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영양사, 스타 에디터, 작가, 봉사활동가, 교육자, 스타트업 멤버 등 여러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 어떤 활동에 가장 애착이 가나요?
경 : 에디터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어떤 면에서요?
경 : 저희 성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디터라고 하면 창조적인 동시에 직접 발품을 팔며 활동한다는 의미도 있어서 저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이제 에디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경 : (웃음).
반면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경 : 작가요. 책 쓸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원고 기한 맞추는 것. 힘들었어요. 에디터는 콘텐츠를 만들며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데 작가는 정식 상품을 만들어서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 게 많아요.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지만 대부분 재밌게 했어요.
에디터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셀리나에서 맡은 업무 덕분도 있어요. 서비스가 안정권에 들면 셀리나 앱에 있는 매거진 섹션을 전적으로 맡아서 할 계획이에요. 이 업무를 하고 싶어서 에디터에 더 애착이 가는 부분도 있어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행복할 자신이 있나요? 또는 의지가 있나요?
경 : 다른 루트라고 할 때 떠오르는 건 대기업 최종면접이에요.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는 삶이 더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재밌게 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행복지수는 높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금전적인 부분이 안정되어 있고 퇴근하고 나면 일 신경 안 써도 되니까.
다만 재미가 없고, 지금 정도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겠죠. ‘이 회사에서 은퇴하고 나면 난 뭘 해야 하지’ 같은. 지금은 개인 브랜드를 쌓아가고 있다는 개념이어서 이 직업은 정년퇴직이 없다고 생각해요.
세 가지 질문을 동시에 드릴게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눴을 때 삶의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누렸고, 누리고 있고, 누리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경 : 과거와 현재는 비슷해요. 과거에는 남보다 뛰어난 것을 이뤄서 인정받았을 때 행복함을 느꼈어요. 지금도 물론 비슷한 상황에서 오는 행복감도 있지만 ‘행복’이라기보다는 뿌듯함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바뀌었어요. 요즘에는 잘 시간이 많을 때(웃음). 매일 밤샌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주말이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이제 일 끝났으니까 쉬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때가 별로 없어요. ‘쉬어도 된다’라고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가 행복해요.
작정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오늘은 3시 이후에 쉬는 거야’라든가. 그 생각을 안 해도 쉴 수 있지만, 하고 쉬는 게 더 좋더라고요(웃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쉬면 시간을 흘려보내는 느낌인데, 일 생각을 안 하겠다고 마음먹고 쉬면 정말 편하더라고요.
미래는 잘 모르겠어요.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쉬고 있을 때(웃음).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쓸데없는 농담을 하거나. 지금도 그런 부분들이 저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만 나중에는 그 비중이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에디터로 불리고 싶지만 영양사 기도 하니까. 영양사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경 : 실제로 만나본 적도 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만나서 진로 상담 비슷하게 이야기 나눴던 적이 두 번 있어요. 제 결론은 ‘뭘 하든 즐기면서 해야 한다’ 예요. 그때그때마다 뜨는 직종이 있잖아요. 그걸 따라가지 말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야 해요.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이 둘을 어떻게 융합시킬지 고민해야 해요. 음식 관련 일이 제가 좋아하는 것이었고, 아주 특출 나지는 않지만 남들보다 잘 하는 것은 글쓰기였어요. 재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웃음). 사람마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았는데 남들보다 잘 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저에게는 글쓰기였어요. 이 둘이 융합돼서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고, 책을 썼어요. 이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참 좋겠어요.
‘직업’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말고, 두 가지를 어떻게 융합해서 창조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 조언은 서경씨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실제로 융합했으니.
이번엔 약간 관점을 달리해서 취준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경 : 저도 엊그제 잘린 마당에(웃음). 저는 대기업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던 사람이었어요. 이렇게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하였던 사람이에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무엇인지 알아요. 그게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다른 길을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고.
실제로 대기업에 들어가지는 못했어도 취업 준비 과정을 통해 그 두 길을 모두 걸어본 사람으로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옳다’라는 생각을 해요. 남이 시켜서 하는 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 나쁘게 말하면 소모품처럼 사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자기주도적인 방향성이 삶을 더 열심히 살도록 만들어 줘요.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를 위해서 한다는 생각을 하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하게 되고. 그래도 불평불만이 생기지 않아요. 오히려 재밌다고 느끼고.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돼요.
현실적으로 당장 취업 문턱에 서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당장의 수입, 부모님의 기대를 외면하기가 어렵잖아요.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경 : 오늘 질문 중에서 가장 부담스러워요(웃음). 그런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요. 부모님의 기대에 응해서 공기업에 들어가거나, 대기업에 들어가서 자기 역량을 펼치며 이사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다든지. 그것들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저도 은근 부러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웃음).
현실에 타협하는 것과 자신의 꿈을 좇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눠보면 더 재미있는 삶은 후자예요. 사실 타협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아요.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거든요. 선택은 자유지만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사회구조가 엉망이라고 불평불만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기회는 생기더라고요. 그 시기가 빠르거나 늦을 수 있지만 후회하지 않을 만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서경 씨와의 인터뷰 중 녹음한 파일을 글로 옮기는데 약 15초 간격으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유쾌한 인터뷰를 선물 받아 외려 고마웠다.
마치 강의 듣는 느낌이라는 농담으로 표현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있고, 그 이전에 한마디 한마디 말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숨어있음을 발견했다.
행복은 주어질 때도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 가는 도중에 주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행복을 혼자 만들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이리저리 눈치 살피기보다 오히려 그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며 느끼는 능동적인 '그 무엇'. 이서경 씨의 입에서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누가 대신 좋아해 줄 수 없다. 그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도 돌이켜보면 '그 무엇'의 일부임을 이서경 씨는 보여줬다. 내 삶에서 '그 무엇'은 어떻게 표현될까.
하루하루 찾아가는 재미를 누리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그 무엇'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그렇다고 그 행복은 혼자 만들 수 없다
번외 질문들 : 번외라 쓰고 꿀지식이라고 읽는다
겨울에 어울리는 음식이나 식단 추천해주세요.
경 : 죽.
아무 죽?
경 : 아무 죽이나 상관없어요. 원하는 재료를 넣으면 돼요. 수분함량이 높은 식단이다 보니 소화시키는 데에도 무리가 없어요. 추운 겨울에는 급하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밖으로 나가면 체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 죽이 도움이 돼요. 따뜻하게 몸을 보온해주기도 해요.
밥 한 공기로 죽을 만들면 2 ~ 3인분 정도 나와요. 그만큼 양이 불어난다는 의미예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죠. 반 공기로 죽을 만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채소나 닭가슴살을 다져 넣으면 포만감도 있고, 수분 섭취에도 도움을 줘요. 그런 의미에서 죽을 추천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죽을 먹어야겠네요.
경 : 내일 치킨 먹을 거면서(웃음).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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