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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Mar 07. 2017

예금 금리, 대출 금리 비교하기 #4

내 돈은 내가 지키자

 저번 글에서는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욕심으로 은행들을 압박한 결과, 예금 금리는 오리지 않고 대출 금리만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그 현상을 더 깊게 살펴보고 금융 소비자인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보자.



 금융 당국은 과열된 부동산과 가계 대출은 해소하는 동시에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은행을 압박한다. 표면상으로는 '요청'이다.


신용 등급 등 상환 능력 평가를 강화해주세요
분할 상환을 추진해주세요.
즉, 고객을 가려서 대출해주세요.


 돈을 조금만 빌려주라는 주문이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행들을 혼내는 모양새. 직접적인 금리 결정 개입은 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으니 애꿎은 은행들을 압박한다.

 다만 단순하게 돈을 많이 빌려주지 말라고 하기보다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대출 목표치를 제시해주세요


 은행 고위 관계자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말인지 알 테다.
가령 은행이 대출 목표 치로 7%를 제시했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가 너무 높다며 내릴 것을 주문하는 식이다. 대출 목표치를 정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실제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추이를 지켜보며 모니터링하다가, 늘어나는 속다가 빨라진다 싶을 때 다시 은행을 불러 혼낸다.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 같은데
심사를 강화해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고객들이 돈 빌리러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온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못한다고 하면 고객들이 화내지 않겠는가. 결국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자체적으로 올리게 된다. 은행이 제풀에 지쳐 금리를 올리도록 정부가 유도한 결과다.


친절하고 잘생긴 은행원을 조심해야 한다


 요 근래 유독 친절한 은행원들이 많아졌다. 본 은행의 금리는 높지만 옆 다른 은행에 가면 대출 금리가 더 싸다고 안내해주는 것이다. 얼마나 친절한가. 이런 친절한 안내를 곁들인 지점들은 정부에서 주문한 가계 대출 목표치를 대부분 채운 은행의 지점일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금리가 근래 많이 오른 은행 지점에 가면 대출받기가 더욱 어렵다는 의미다.


은행 대출 금리 구조


 정작 은행들은 자신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 간 고객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속 사정은 이렇다.
 금리라는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최종 대출 소비자가 부담하는 시중 대출 금리에는 기준 금리 + 신용도 가산 금리 + 은행 마진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은행 마진은 말 그대로 은행이 운영을 위해 필요한 수익을 얻는 부분인데, 평상시에 이 마진을 넉넉하게 붙여 놓는다. 대신 우대금리 조항을 여러 개 두어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은행이 정부에게 압박을 받아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우대금리 조항들을 삭제해버린다. 은행들은 실제로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고객들은 높은 대출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은행들의 이런 농간을 바로잡기 위해 은행장들을 소집해 평상시 적정 마진율을 유지하도록 유지하도록 지도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은행들도 나름대로 이래저래 고초를 당할 때가 많다. 은행들이 예금 이자 대신 대출 금리를 많이 높여 돈을 벌고 있다고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없다. 시장 논리에 따라 대출 금리(가격)가 오르는 만큼 대출을 원하는 고객의 수(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년 말 대출이 많이 늘었을 때 은행들이 많은 수익을 얻은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대출 금리를 높이며 마진을 많이 가져갔다기보다 박리다매로 대출의 양이 늘며 이익의 총량이 늘어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오히려 요새 은행들은 예대 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 카드, 보험, 펀드 등 기타 금융 상품을 권유하며 얻는 수익을 노리고 있다.



 실제 금리의 가격 결정 구조를 제대로 알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얼추 짐작으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불평불만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뉴스 하나에 휘둘리며 일희일비하기보다 차근차근 공부해가며 내 돈을 진짜 내 돈으로 지켜낼 수 있도록 기본 금융 지식들로 무장해야 한다. '나는 씨에포다'와 함께 하시길(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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