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인터뷰 6-1] 유목민 개발자

새 시대 새 일꾼, 새 사람

by 이시용

빅데이터, 인공지능, 딥 러닝, 로보 어드바이저. 5년 전만 해도 쉽게 들을 수 없던 용어들이 뉴스와 신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여기서 생기는 괴리. 나는 이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가. 꼬리를 무는 질문들. 내가 사는 동안 '그것들'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패러다임의 전환인가. 도대체 '그것들'은 무엇인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다. 일상에선 느끼지 못하다가도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하루 이틀 지나면 깨닫는다. '나는 벌써 변화에 적응했구나'.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에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회학 교과서에서나 보던 시대 부적응자 또는 낙오자가 되지는 않겠지.


시대 부적응자 또는 낙오자가 되지는 않겠지


여러 고민을 하던 차에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소프트웨어 개발자 한 분을 만나 물어보기로 했다. 시대 변화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답해줄 수 있지 않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것들'이 지금의 나, 미래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어느새 21세기에 접어든지도 17년이 지난 오늘. 새로운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김지광 씨를 인터뷰했다.



안녕하세요.

김지광(이하 광)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광 : 오랜만이네요(웃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광 : 저는 김지광이고 소프트웨어 개발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소개를 하셨어요. 일반인들은 개발자를 ‘코딩하는 사람’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나요?

광 :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불편함을 줄여주는 일을 하는 것이 개념적인 개발자의 업무지요. 과정이 복잡하고 코딩을 활용해서 개발한다뿐이지 개념은 간단해요. 불편한 것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일.

언제부터 개발 분야 일을 시작했나요?

광 : 돈을 받고 일을 시작한 시기는 고등학생 때부터 예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독학으로 배웠어요. 고등학생 때는 아버지 친구분들을 도와드렸어요. 당시 회사 홈페이지 제작 열풍이 불어서 그분들이 ‘우리 회사도 회사 홈페이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조금 만들 줄 아니까 만들어줘 봐’라고 말씀하시면서 저는 용돈을 받고 만들어 드렸죠.

일의 시작은 고등학생 때였네요.

광 : 그렇게 볼 수 있죠. 정식으로 돈을 받고 개발을 시작한 시기는 그때니까. 공식적으로 일을 시작한 시기는 대학생 때예요.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어요. 교수님이 영업을 해오고 학생들이 맡아서 제작하는 형식으로 일했죠.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요?

광 :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해요. 당시 서울에 사는 사촌 형이 286 AT라는 굉장히 오래된 컴퓨터를 안 쓴다고 하면서 줬어요. 물론 처음에는 게임으로 시작했죠. 단색 그래픽의 갤러그 같은 게임을 하다가 내가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제 고향이 무척 시골이라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있는 학원이었어요. 그 학원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웠죠. 재밌었어요.

보통 게임을 하면 ‘재밌다’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니 신기하네요.(웃음)

광 :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이 있으면 꼭 뜯어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해야 직성이 풀렸어요. 컴퓨터 게임을 했을 때도 ‘이 게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생기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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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일상에서의 김지광 개발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프로그래머의 모습이 보통 괴짜(Geek)처럼 그려져요. 본인도 그런 성격인가요?

광 : 많이 그래요. 아무래도 프로그래머가 주변에 많으면 그런 사람들을 많이 접하게 돼요. 일종의 문화 같은 거예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괴짜 같은 모습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본래 성향이 단체로 모여서 하나의 문화가 된 사례군요.


지금 하고 있는 개발이라는 업무 말고도 깊게 빠졌던 분야가 있었나요?

광 : 꽤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는 한 번 관심을 가지면 푹 빠졌다가 금방 질리는 성격이다 보니 여러 분야를 경험해봤어요. 술에 한 번 빠진 적이 있어요. 많이 먹는 다기보다 여러 술을 마셔보고 싶어서 특이한 술집들도 많이 다녀봤어요.

스포츠 분야에서도 한 번 빠지면 깊게 빠졌다가 나온 경험이 있어요. 대부분의 익사이팅 스포츠의 경우 경험은 한 번씩 해봤어요. 잘 하든 못 하든(웃음). 중고등학생 때는 서바이벌에 미쳐있던 때가 있었어요. 밀리터리 복장이나 장난감 총도 돈 모아서 사보기도 하고. 그리고 가상 비행단도 해봤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시뮬레이션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단이 있어요. 전투 조종술이나 전술을 배우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봤네요. 혹시 이런 경험들이 지금 하고 있는 개발 업무에 도움이 됐던 적이 있나요?

광 : 굉장히 많습니다.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다 보니 이런 경험들이 도움이 많이 돼요. 전투기 조종술의 경우 수학적인 계산식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요. 예를 들면 비행기가 상승을 하거나 각도를 변경할 때 G라고 하는 중력 가속을 받게 돼요. 1G가 평상시 중력 가속도이고, 2G가 두 배, 3G는 세 배로 늘어나요. 이때 2G의 속도로 몇 동안 레버를 당기면 몇 도의 각도로 방향을 틀 수 있는지를 계산해야 하거든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도 비슷한 논리의 계산이 필요하면 이해가 훨씬 쉬워지죠.

스포츠는 두 말할 것도 없어요. 스노보드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 내가 스노보드를 좋아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 만들 수 있겠죠.


어릴 적 꿈이 개발자였나요?

광 :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어요. 막연하게 과학자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싸게 파는 백과사전 몇십 권을 사 가지고 오셨어요. 싸게 나와서 사긴 샀는데 당시 제가 아직 어려서 그 책을 못 읽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래서 책을 구석에 놔두고 잊어버리셨죠. 제가 막 글을 배우면서 아직은 그림이 더 편할 나이였는데 우연히 백과사전을 발견하고 푹 빠져 살았어요.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오니까. 아마 그 책들을 보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 나이 때 아이들이 다 그랬던 것 같아요. 로봇 좋아하고, 곤충 좋아하고. 에디슨, 파브르의 이야기를 많이 읽었죠. 어릴 적부터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항상 장영실이라고 대답했어요.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이네요.

광 : 네. 그 당시에는 과학자나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연예인 꿈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졌지만.


이렇게 어릴 적부터 과학을 좋아했고 결국 대학에서도 프로그래밍을 전공하셨죠. 대학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광 :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어요. 대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왔죠. 6월에 전역하고 학교에 돌아오니 학교에 아무도 없죠 방학이니까. 아무도 없으니 교수님께 인사드리러 갔는데 교수님께서 방학 동안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보라고 제안하시더라고요. 부산에 내려가서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원래는 2, 3개월만 일하고 다시 올라와서 학교를 다니려고 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조금만 더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휴학을 했죠.



그런데 몇 달 안 가서 회사가 망했어요. 어차피 휴학계는 냈고 부산에 와있는 김에 다른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른 회사들을 찾아보면서 계속 일을 하게 됐어요. 대학교에서는 몇 년 정도 복학을 연장하니까 더 이상 연장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를 복학해서 계속 다니든지 자퇴서를 내든지 결정하라고 해서 시원하게 자퇴서를 냈어요.

대학교에 자퇴서를 시원하게 냈다고 하셨지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광 : 사실 큰 고민이 없었어요. 대학교 자퇴서를 낼지 고민할 때는 사업이 굉장히 잘 됐어요. ‘대학교 뭐하러 다니나’라는 생각을 했죠(웃음). 대학교에서 이 문제로 계속 연락 오는 게 귀찮았어요. 그렇게 시원하게 자퇴한 후 1년도 안돼서 후회했죠(웃음).

지금도 후회하시나요?

광 : 네. 어느 정도 후회합니다.

어떤 부분에서요?

광 :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라는 분야에서 학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은 하는데 어느 정도 맞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힘들어요. 가장 현실적인 불편함은 정부 과제 사업을 진행할 때 생겨요. 참가 연구원 자격 조건에 꼭 걸려요.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많은 이점이 있는 반면 저처럼 고졸 학력일 경우에는 경력이 그만큼 더 많아야 해요.


다행히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경력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이 부분으로 밀어붙인 경향이 있긴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남아있어요. 학사 학위라도 있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요. 급여면에서도 정부 과제 사업은 차등 지급을 해요. 박사 학위자에게 책정된 급여 수준이 있고, 고졸자에게 책정된 급여 수준이 따로 있어요. 물론 경력을 통해 메꿔지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조금 억울하기는 하죠. 내가 저 친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웃음).


일반인들을 개발자를 바라볼 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이런 측면으로 인해 오해를 받은 경험이 있나요?

광 : 보통 개발자라고 소개하면 오타쿠(Otaku , オタク : 한 분야에 열중하는 마니아보다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단어 생성 초기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랑 동급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오타쿠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발자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오해를 받을 때가 있어요. 괜히 집에 가면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붙어 있고, 애니메이션만 볼 것 같은 사람으로.

그리고 기계나 장비에 관심이 많은 얼리 어답터 이미지도 있어요. 저도 실제로 얼리 어답터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모습보다 과장된 모습으로 보일 때가 있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들이 있군요. 이외에 개발자로서 남들이 모르는 고충이 있나요?

광 : 최신 기술이 너무 많이 출시되는 것이 문제예요. 개발 분야는 하나의 모습만 있지 않고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요. 저도 평상시에는 개발자라고 소개 하지만 개발자 커뮤니티에 가면 더 디테일한 직함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어떤 분야의 어떤 개발을 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개발 분야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어요.


이렇게 세분화되어 있다 보니 분야별로 굉장히 많은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늘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죠. 한 번 배우고 나서 배운 지식을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직종은 아니에요. 외국 저널이 영어로 쓰였기 때문에 영어도 공부해야 하고, 내가 먼저 자료를 찾아야 하고, 없는 자료는 직접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특정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을 때는 외국 논문을 직접 찾아보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논문을 쓴 학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질문할 때도 있어요. 상당히 바쁜 직종이에요. 업무 외에 본인이 챙겨할 부분들이 많아요.


최근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해서 많은 신기술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일반인들은 이와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 ‘그렇구나’하고 넘어가지 전체 시스템과 프레임을 이해하지 못한 채 흘려보낼 때가 많아요. IT, 개발의 전체 구조를 간단하게 소개해줄 수 있나요?

광 : IT라고 하면 범위가 광범위하긴 해요. 여러 분야를 아우르니까.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예요.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들.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굉장히 많은 곳에서 프로그램이 사용됩니다. 요즘 사용하고 있는 가전기기 안에는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되고요. 이런 여러 분야들을 모아서 4차 산업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너무 광범위해요. 2, 3차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4차 산업도 지나고 난 뒤 다음 세대가 정의를 내려주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소프트웨어예요. 요새 코딩 교육 많이 시행되는데 이것도 4차 산업의 일종이에요. 영상을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그 안에 포함될 수 있고요. 좁게 보기보다는 넓게 봐야 할 것 같아요. 지식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 정도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시점에서 너무 어렵네요(웃음).


시야를 조금 더 좁혀서 본인이 일하고 있는 개발 분야는 상세 분야가 어떻게 나눠지는지 궁금해요.

광 :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분야 자체가 30, 40년밖에 되지 않은 분야예요. 심지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웹(Web)을 만드신 분도 살아계셔서 그분에게 메일을 보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도 어떠한 전통적인 분야에서 이어져 왔다가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지금이 거의 초기예요.


정의를 내리기보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기계적인 도구로 만들던 것을 소프트웨어적인 도구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예전에는 주판으로 계산을 했죠. 이렇게 기계적인 계산기를 사용했었다면 이제는 컴퓨터 안에 집어넣어서 소프트웨어 안에 있는 주판을 만드는 거예요. 기계적인 도구를 소프트웨어적인 도구로 만든 거죠. 요즘에 유행하고 있는 VR(Virtual Reality : 가상현실) 기술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눈과 귀를 소프트웨어로 옮기는 것과 비슷한 논리예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행동을 모방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든 거죠. A.I(Artificial Intelligence)도 마찬가지예요. 딥러닝(Deep Learning),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같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지니고 있는 뇌가 사고하는 과정을 그대로 흉내 내서 컴퓨터가 학습을 하도록 만든 거예요. 이 역시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가상화 시키는 작업 중의 하나죠.

제가 하는 일도 그 맥락에 있다고 봐요. 예전에 사람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주고받았다면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고 그 안에서 물건을 주고받는 거죠.

기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이군요.



유목민 개발자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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