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 나쁨에 대하여
오늘의 시: 마음에게 물어보기, 오늘 왜 기분이 나빴어?
난 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쉬는 날
연락을 받았다
내일 급한 빈자리가 생겼으니
다른 지점에서 땜빵을 해달라고 했어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빴는데
왜 기분이 나빴지?
이유가 딱 떠오르지 않았어
나를 무시했다고 느꼈나?
그건 아닌데.
휴무에 연락해서 싫었나?
그건 맞지만, 급하면 그럴 수도 있잖아.
이게 백 퍼센트는 아닌데...
그럼 뭐지?
내 무의식 안에 뭐가 있길래
이게 기분이 나빴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감정일까?
열심히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하나, 둘, 셋, 넷
마음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너는 왜 기분이 나빴어?
아직 초짜다보니 일이 좀 밀렸는데
그렇다고 말하면 무능해 보일까 봐,
그게 두려웠던 것 같아
새 회사에서 내 쓸모를 증명하지 못할까 봐
무서웠어
그게 인사발령에 고스란히 반영될까 봐
그래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할까 봐
그래서 가난하게 살까 봐
그래서 기분이 나빴던 것 같아
아, 하나 더 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다음부터는
최대한 빨리 말해달라고 했거든?
그 말이 또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그래서 나도 모르는 뒷말이 돌까 봐
그것도 싫었네
난 타인이 나를 욕하고 싫어할까 봐
그것도 무서웠구나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비난하고 미워할까 봐 무서웠구나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웠구나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가만히 관찰한다, 쳐다본다
이게 왜 내 인생에 일어나고 있지?
내게 뭘 가르쳐주려고 하는 걸까?
나는 이걸 통해서 뭘 배워야 하는 걸까?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을 때
그 문제가 나에게 오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천천히 들여다본다
내 안의 결핍을 상처를 잘못된 관념을 마주 본다
조금 더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