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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Oct 06. 2022

오늘의 기분 나쁨에 대하여

오늘의 시: 마음에게 물어보기, 오늘 왜 기분이 나빴어?

난 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쉬는 날

연락을 받았다

내일 급한 빈자리가 생겼으니

다른 지점에서 땜빵을 해달라고 했어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빴는데

왜 기분이 나빴지?

이유가 딱 떠오르지 않았어


나를 무시했다고 느꼈나?

그건 아닌데.

휴무에 연락해서 싫었나?

그건 맞지만, 급하면 그럴 수도 있잖아.

이게 백 퍼센트는 아닌데...


그럼 뭐지?

내 무의식 안에 뭐가 있길래

이게 기분이 나빴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감정일까?


열심히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하나, 둘, 셋, 넷

마음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너는 왜 기분이 나빴어?


아직 초짜다보니 일이 좀 밀렸는데

그렇다고 말하면 무능해 보일까 봐,

그게 두려웠던 것 같아

새 회사에서 내 쓸모를 증명하지 못할까 봐

무서웠어


그게 인사발령에 고스란히 반영될까 봐

그래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할까 봐

그래서 가난하게 살까 봐

그래서 기분이 나빴던 것 같아


아, 하나 더 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다음부터는

최대한 빨리 말해달라고 했거든?

그 말이 또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그래서 나도 모르는 뒷말이 돌까 봐

그것도 싫었네


난 타인이 나를 욕하고 싫어할까 봐

그것도 무서웠구나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비난하고 미워할까 봐 무서웠구나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웠구나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가만히 관찰한다, 쳐다본다

이게 왜 내 인생에 일어나고 있지?

내게 뭘 가르쳐주려고 하는 걸까?

나는 이걸 통해서 뭘 배워야 하는 걸까?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을 때

그 문제가 나에게 오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천천히 들여다본다

내 안의 결핍을 상처를 잘못된 관념을 마주 본다

조금 더 평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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