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 연휴에는 서울역과 서울요금소를 갔다. 올해 설 연휴엔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에 왔다.
올 연휴는 나흘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역은 붐볐었고, 인천국제공항은 비교적 한산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다. 좀 머쓱해졌다.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등의 항공사를 수용하는 제2여객터미널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나보다. 확실히 시장바닥마냥 붐비진 않았다. 그것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입국장 전광판에 써져있는 비행기 출발지(인천공항 도착 전, 비행기가 어디서 출발했는지)였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행선지들만이 가득 적혀 있었다. 생각해보니, 대한항공과 굵직한 국적기들이 빠진 제1여객터미널에는 저가 항공사들이 남았다. 이들의 항로는 대부분 비슷했다. 중국과 동남아 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공항에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있었다. 한한령(限韓令)이란 단어는 어느새 사라졌다. 노란 모자를 맞춰쓰고 온30명 남짓의 중국 여행객들은 입국장에서 나오자마자 어린이집 소풍 가듯 두 줄로 나란히 섰다. 노란 모자에 빨간 한자를 박은 중년의 여행객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공항을 연신 찍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이 이제 막 절반을 넘었다. 공항 곳곳에는 평창 올림픽을 겨냥한 플래카드가 걸렸다. Welcome to Korea라는 환영 문구 건너편에는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있었고, 그 옆에는 평창 올림픽 전담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국적과 인종에 상관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코트 앞에서 한 번씩 걸음을 멈췄다. 어른 키보다 다 1.5배 가량 큰 수호랑과 반다비 마스코트 중앙은 꽤 괜찮은 포토존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사람 중 절반 정도는 한국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구석에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품을 파는 간이 상점이 있었다. 구경꾼들뿐아니라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고보니 서울역에 있는 간이 상점 결제 포스기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수호랑 인형이 인기가 많았고, Pyeongchang 이라는 영어 글자와 오륜기가 박혀 있는 비니 모자도 잘 팔렸다.
명절 연휴 해외여행객 스케치를 하러 갔지만, 정작 인천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평창 올림픽이란 단어였다. 기사 곳곳에 평창 올림픽을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
출입처가 권력으로 쌈박질하는데다 보니 '평창 올림픽'이란 행사 자체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올림픽이 한창 진행될 때에도 나는 지구촌 행사보다 행사에 얽힌 정쟁과 진영간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했다.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 잘 하는 것 아니면 못 하는 것. 필요에 따라 양분화되던 세상에서 한 걸음 발을 떼고 보니 평창 올림픽은 그 나름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주춧돌마냥 깔린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굳이 이 먼 나라까지 올림픽을 보러 온 관람객들의 수고로움을 되씹고 서울 일터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