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스타트업에서나 느껴질 법한 근거 없는 유쾌함이 꾹꾹 담겨 있었다.
국회 객식구로 살며 처절하게 느낀 점이 하나 있다. 한국 정치는 아직 전통과 뿌리, 적자 등의 단어로 불리는 고리타분한 '계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이념이나 노선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통과 계보를 가진다 자부하는 당은 오래 묵힌 그들만의 문화와 시스템이 있었다.
비유하자면 원내 1당(=여당)의 분위기는 마치 땅 속에 파묻힌 알감자같았다.
이 당은 하나지만 여러개였다. 큼지막한 시민단체 출신들이 내부에서 나름의 계보를 이루며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당직자들은 왠지 모를 자율성과 자부심이 흘러넘쳤다. 대부분 언론이란 세력을 내켜하지 않았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느낌이 강했고 그래서 질서가 없었다.
원내 2당(=제1야당)은 힘없이 늘어져난 진주팔찌같았다.
공채로 당직자들을 뽑는만큼 질서와 규율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공채 출신과 특채 출신은 확실히 구분됐고, 위계질서도 명확했다. 언론에게도 매뉴얼대로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고수했다. 다만 그래서 더욱 정이 가긴 힘들었고, 무엇보다 당이 휘청거리는만큼 전성기의 짱짱한 멋은 없었다.
그리고, 바른미래당.
의석수 30석을 가진 원내 세번째 정당이다. 이 당은 말하자면, 떨어져나간 알감자와 튕겨진 진주가 뭉쳐져 만든 집단이었다. 비유만 봐도 어울리지 않는 두 당이니 내부는 당연히 난리 법석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생긴 당이다보니 전통, 뿌리, 정통, 계보가 없었고 그래서 무척이나 휘청거렸다.
다만 그렇게 급조한 당이기에 이 당에만 흐르는 요상한 분위기가 있다. 자유로움이었다.
이 당에는 마치 스타트업에서나 느껴질 법한 근거 없는 유쾌함이 꾹꾹 눌러담겨 있었다. 당직자들은 유쾌했고, 언론계와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뒤집어 말하면 언론계 사람들도 이 당의 당직자들과는 허울 없이 형-동생하며 지낸다). 체계적인 시스템은 없었고 대신 일하는 사람의 능력이 프로젝트의 모든걸 좌지우지했다.
요상한 자유로움에 걸맞게 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약간씩 이상한데...
연극을 하다 온 사람
티셔츠에 후드티를 즐겨 입는 사람
취미로 운동을 하고 근육량을 측정하는 사람
커피에 홀딱 빠진 사람
등 뭔가 하나씩은 국회의원답지 않게 독특하다.
솔직히 말해, 이 자유로움이 꼭 당에 도움이 도움이 되진 않았다.
이 당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휘청거린다. 자유로움과 독특함은 오히려 현실 파악을 못 한 동화속 사람들마냥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자유로움과 독특함은 당의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았고, 결과는 잔인했다.
그럼에도 국회를 어슬렁거리는 대가로 밥먹고 사는 나로서는 이 당에 흐르는 독특한 문화가 참 흥미로웠다.
이런 요상한 당이 지방선거에서 '처발리고' 얼마 되지 않은 2018년 6월 25일 오후 2시,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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