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당의 유쾌하고 이상한 선거3/3

낮은 가능성의 해피엔딩과 높은 확률의 침몰 사이에서

by 밍경 e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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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상한


목에 탁 걸리는 발언은 후보자간 토론회에서 나왔다.


사실 투표도 하기 전에 답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이라 토론을 귀기울여 듣진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발언을 받아치고 있었는데, 여성 원내대표 후보가 이런 말믈 했다.


"전 사실 또 뭐가 강점이냐... 제가 여성이란 게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해서 원내대표들이 전부 남자분들인데, 한국당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다들 (웃음) 저하고 개인적으로 (웃음) 친하고 (웃음) 개인적으로는 오라버니, 이렇게 부르는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여성인데 설마 그렇게 힘들게(웃음) 하진 않을 겁니다.

여성으로서 부드러움을 협상에서 잘 발휘해 나가겠습니다(웃음)"


웃겼다. 웃음이 가시자 당황스러웠고, 마지막으론 기가 막혔다.

감정이 세 번 변하는 동안 현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문제 제기는커녕 껄껄 웃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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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당이 정치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공당이 무엇을 추구한다 내세워도, 최종 목표는 권력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거의 비슷했다. 적어도 추구하는 정책은 빼다 박았다. 이상할 것도 없다.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무엇'을 추구하는 건 (매우 슬프지만) 한국의 현실 정치에서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 그 당이 오랜 시간 쌓아둔 분위기가 정당의 정체성(=identity)를 좌우한다는 말이 된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은 연극을 하고 후드티를 입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묘한 자유였다. 엉망인 당을 그래도 친밀하게 만들어준 가능성이었다.

그런 당에서 "여자라서 남자인 당대표들이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다"란 말이 나온 것이다.


실망스러웠다. 한국 기성 정치인의 문제를 빼다박은 모습이 영 별로였다.

아니, 정정해야겠다. 정확히 말하면 미투 파동으로 기성 정당 정치인조차 조심스러워하던 발언을 자연스레 주고받았다. 시대를 역행했다.

아무도 농담식으로라도 "에이 무슨 말이야 그게~" 라고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당은 유일한 정체성을 잃었다.




밝은 미래는커녕 언제 소멸될까 조마조마한 원내 서른석의 정당.

취재원과 취재자라는 관계를 떠나, 객식구로서 이 당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램은 늘 가지고 있다.

사실 이 당을 출입하는 꽤 많은 기자들이 나처럼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중이다.


유쾌하지만 이상하고, 이상하지만 유쾌한 정당은 여전히 비틀거린다.

비틀거림이 낮은 가능성의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혹은 높은 확률로 침몰해버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유쾌함과 이상함이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상, 어느 쪽으로 가도 씁쓸한 감정이 남을 듯하다.


(끝)

emblem0403@gmail.com


※ 업무가 많았고, 퇴근 후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3편을 뒤늦게 올립니다. 글 쓰는 시간을 별도로 정해두진 않았지만 연작의 텀이 너무 늦어진 것 같네요. 혹여라도 글을 기다린 분이 있다면 죄송하단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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