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스콘과 꺄놀레

은은한 녹차와 커피, 시나몬과 우유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by 밍경 emb


삼청동 메인거리를 조금 벗어나면 간판도 없이 소박하게 운영하는 스콘집이 하나 있다

그렇다고 가게 이름이 없는 건 아니다만 고작 두세 걸음짜리 정사각형 방에서 스콘과 꺄놀레 그리고 깜빠뉴, 세 종류의 밀가루를 구워파는 주인에게 가게 이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날 좋던 늦여름, 삼청동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평일 이 가게에 처음 발을 들였다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손톱만한 가게 모습에 이미 나는 호감이 생겨버렸다

앞치마를 두른 주인은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이전에는 노상에서 더 소박하게 빵을 팔았다고 말하며 따끈한 꺄놀레 조각을 건넸다 꺄놀레가 반죽이 오래 걸려 나오는 데까진 시간이 조금 걸려요, 하는 주인의 웃음엔 구김이 없었다

작은 가게에 가득 찬 시나몬 냄새 사이로 스콘의 버터향이 언뜻 스쳤다

이 묘한 분위기에 중독돼 한 달간 몇 번을 가게에 드나들었다


일이 있어 오랜만에 삼청동으로 출근했다

일주일만의 삼청동은 비가 내렸고 나는 우산이 없었는데 기막히게 점심시간쯤 비는 그쳤다

비가 그쳤으니 도저히 안 나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녹차스콘과 치즈스콘, 그리고 카푸치노가 되었다

꺄놀레는 빠졌다 꺄놀레 반죽은 조금 오래 걸렸고, 내가 찾아갔을 때 꺄놀레는 아직 오븐 속에 있었다


은은한 녹차와 커피, 시나몬과 우유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영양도 균형도 없는 점심이었다 그래도 나는 꽤나 맛있었고 행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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