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또 고민
시유는 장래 희망이 뭐니?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이런 류의 질문을 듣곤 한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어릴 적, 한창 철없는 초등학생이었던 난 그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대통령이 될 거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난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 마냥 철없던 초등학생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철도, 생각도 없었다. 그렇기에 대답했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또 시간이 흘렀다. 작고 철없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고, 내 인생을 나 스스로 책임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부담감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물론 아직 17살에 불과했지만,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14살 때보다는 여러모로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일까, 그때부터는 마땅한 꿈이 없었다. 하루하루 친구들과의 추억만 쌓아갈 뿐, 미래에 대한 고민은 마음속 깊은 곳으로 치워버렸다. 내 습관이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고 힘든 일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곳 어딘가로 치워버리고 당장 내게 주어진 권리를 누렸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난 담임 선생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꿈과 현실의 괴리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거대하고, 깊다. 그리고 아프다.
어릴 적 품었던 나의 순수한 꿈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우리는 철이 들었다, 하고 표현한다. 아마 그런 과정 또한 사회의 여러 불문율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가지를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랑, 우정, 희망처럼 거창한 것일 수도. 술, 담배, 커피처럼 소소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모두 억누른 채 사회가 정한 규칙의 틀에 갇혀 살아간다.
그렇게 한때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가수가 되고 싶었던, CEO가 되고 싶었던 한 아이는 커서 작은 톱니바퀴가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사회라는 기계에 들어가는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하루하루 버틴다.
언젠가 나를 대체할 톱니바퀴가 들어와 내 자리가 사라지면 어쩌지. 하는 하찮은 불안을 안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미 당신은 반쯤 성공했다. 드디어 당신은 잊고 지냈던 당신의 꿈을 찾을 준비가 된 것이다. 속된 말로는 현타가 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목표도 좋고, 단기적인 목표여도 괜찮다.
목표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가 힘겨운 나날들을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아무런 목표 없이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마치 이정표도,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터덜터덜 걷는 것과 다름없다.
엄홍길이 히말라야의 8000m가 넘는 16개의 봉우리를 완등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그의 재능이 출중했기 때문이 아니다. 산을 오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재능이 없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한 도전이었겠지만,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기에 성공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정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사실 꽤 많다.
그것은 목표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목표라는 것은,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계 하나하나에 가깝다. 그 단계가 얼마나 세밀한지는 각각 다르겠지만, 내가 진짜 이루고자 했던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단계를 설정하는 것은 분명 각자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간단한 목표여도 좋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내일 아침은 30분 일찍 일어나 가볍게 조깅해야지.
점심에 밥을 조금 덜 먹어서 살을 빼야지.
퇴근길에 영단어 5개씩만 외워야지.
어떤가. 아직도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행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가?
재능이 없으면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재능의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아, 오늘만 좀 쉴까?
목표를 정했고, 이루기로 결정했다면 이미 절반 이상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번 마음을 먹었으면 처음에는 그것을 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래, 처음에는 말이다.
과연 오늘의 열정이 다음 주에도 그대로일까? 다음 달에도 그대로일까?
그렇다. 우리는 목표를 정하고도, 항상 유혹에 시달린다. 하루쯤 노력하지 않는다고 뭐가 그리 크게 변하겠냐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신년 계획을 세우겠답시고 무턱대고 헬스장 1년 이용권을 끊었다가, 2주 나가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물론 필자도 그렇다.
사실 '하루쯤 노력하지 않는다고 뭐가 변하겠나' 이 말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말 같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하루쯤 쉴 수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은 언제나 휴식이 필요한 동물이고, 적절한 휴식을 함께하지 않는다면 번 아웃되는 게 일상이니까.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진짜 최선을 다해 달려왔고, 그 사이에 잠깐 휴식이 필요한 것뿐인지. 혹은 그냥 귀찮고, 피곤하고, 실패할 것에 겁먹고 지레 포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만약 당신의 경우가 후자라면.
포기하지 마라.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끈기 있는 사람이고, 당신이 정한 목표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노력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당신의 내면에 미련을 남길 것이다.
그 미련은 당신의 좌절을 좀 먹고 성장하여, 언젠가 당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고.
포기는 당신이 가진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노력한 후에 하는 편이 깔끔할 것이다.
부담 가지지 마라.
목표가 없는 삶이라고 해서 진정 가치가 없는가? 하고 묻는다면 난 '아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면 실제로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으로 태어나 매일 사고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매일매일 나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간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스스로의 목표와 꿈을 찾고, 욕망을 억누른 채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세상을 태어나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귀하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행동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현 상황에 만족한다면 그저 그렇게, 살아가던 대로 살아가면 될 것이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삶을 영위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마라. 당신이 재밌는 일을, 보람차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라.
그것이 당신의 삶이고, 당신의 인생이다.
마치며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두가, 어깨에서 짐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한다.
내가 그렇듯, 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너무나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린다.
삶이란 꼭 성공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니, 조금은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는 삶을 살았으면,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그날이 오기를 오늘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