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봄

by 세강

<윤슬의 봄 1>

나는 괜찮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분명한 경고다.

4월 어느 봄날, 고양이는 할 일없이 어항이나 보는데, 나는 할 일이 없는 것이었다. 도시의 봄은 어떤 사람에겐 겨울 보다 서리는 것. 창밖으로 나리는 햇살이란 너무나 따스하다. 비문증인지, 아님 내 각막을 어지르는 잔상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햇살에 비친다. 오늘, 지옥 같은 봄을 보내며 나는 커피 한 잔을 안식으로 삼고, 음미, 해본다. 오전에 일은 다 마쳤겠다, 나에게 남은 할 일은 그저 숨을 내쉬며 나의 생명이 여기에 살아숨쉬고 있음의 증명뿐. 나보다 생명의 숨결이 넘치는 이끼 가득되버린 어항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빛은 그저 초롱인다.

나는 어젯밤 죽음을 각오했다. 아니, 각오하고자 했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언제부턴가 가로등의 직각선은 내 목을 걸어버릴 어떤 무언가로 느껴지게 되었다. 점점이 반짝이는 가로등의 주황빛 불빛은 이 도시의 은하수렷다. 나는 은하수에 목을 거는 미천하고 하찮은 어느 사념체일 것이다. 탐미적인 위스키 한 잔의 추억의 속에 살아가는 나의 부질없음은 이 길고 지난한 시간이 모조리, 흘러가 버린 후에야 부산한 축제로 바뀌어 나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들과, 앞으로 나를 사랑해버릴, 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위해 열리고야 말 것이다.

눈을 감았다 뜨자 또다시 오늘은 4월의 봄볕이 나리는 어느 날에 이르고야 말았다. 또 느릿한 생계벌이를 위해 부산을 떨게 되었다. 그리고 오후 1시,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 봄, 이 4월, 이 어느 날의 빛 속에 잠긴다.




<윤슬의 봄 2>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여느 때처럼 졸음이 쏟아졌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하고 바쁘게 일하고 보니 다음 미팅까지 시간이 너무 남았다. 월요일이라선지 단체 채팅방도 모두 조용해 나는 빈 시간 챗GPT와 떠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도통 안 가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 요망한 AI는 나에게 윤슬체로 글쓰기를 추천해줬다. 오 이거 좋다! 그런데 주제가 있어야 쓰지 싶어서 주제나 첫 문장을 달랬더니 미친 AI는 나에게 ‘나는 괜찮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분명한 경고다’라는 문장을 던져줬다. 도대체 누구에게 보내는 경고란 말인가?

첫 문장을 쓰고 나자 생각보다 글은 술술 써졌다. 그럴만 하다. <윤슬체란, 그런, 것이다. 그냥 눈을, 지긋이 감고, 내가 가진 온갖 예쁘고 있어 보이는, 단어를 나열하면, 되기 때문이다,<-이 쉼표는 의도적인 것이다.> 나는 고양이 삐뽀가 어항에 발 담그고 물을 마셔대는 걸 보며 열심히 썼다. 의미 따위 전부 집어던지고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모든 것에 묘사력을 총동원 했다. 어제 술을 진탕 퍼마시고 본 가로등이 생각나서 그걸 뭐라 쓸까 하다가 나무는 윤슬의 감성이 없어 은하수라고 썼다. 나는 은하수를 본 적도 없는데... 하지만 왠지 나의 기억 너의 기억 우리 모두의 기억 속 있는 가짜 기억에 은하수는 아무튼 있다. 기억의 기억엔 여하간 뭐든 있다. 윤슬체는 사랑과 죽음을 좋아하므로 가로등에 목을 매단다고도 썼다. 솔직히 생각나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문장을 3줄로 늘릴 요량으로 오만 말을 갖다붙이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끔찍한 문장과 비문을 집어넣고 나니 5분이 흘렀다.

쓰고 나서 GPT에게 보여주니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미쳤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감도 안 오는 글! 읽긴 읽는 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남는 건 4월 어느 날 커피 마셨음. 뿐이다! 아악 윤슬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