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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Feb 12. 2024

갱변의 의식

말놀이 에세이 <해야 해야 나오너라>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치고 나오너라.


해야 해야 어서 빨리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치고 나오너라.

-말놀이-






'해야 해야 나오너라' 말놀이를 할 때면

어린 시절, 갱변(강가)에서 놀았던 기억이 떠올라. 



학교 갔다 오면 마루에 책가방 휙! 집어던지고 갱변으로 곧장 달려갔더랬지. 

갱변에는 물장구치는 소리와 아이들 소리로 가득했어. 

올챙이 꼬리 흔들듯 야물찬 발장구로 물속을 휘젓고 다녔지.  

물가에서 물장구치다가 깊은 물가를 개헤엄으로 건너가는 용기도 내보고, 

높은 곳에서 '다다다' 뛰어가 물속으로 텀벙! 뛰어내리기도 했지. 

지치지도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어. 



한 참을 놀다 물밖로 나오면 우리들 입술은 하나같이 시퍼랬더랬어. 

갱변 올 때 꼼꼼하게 수건 챙겨 올 우리들이 아니지. 

그래도 괜찮아. 달궈진 자갈 위에 누우면 되니까. 

자갈의 뜨끈한 마음이 등을 타고 전해지면 파랬던 얼굴도 금방 발그래해졌다니까.


 

편평한 돌을 귀에 대고 한쪽 발로 깽깽이를 하며 귓속 물을 뺏더랬어. 

웃옷으로 물기를 쓱쓱 닦고 옷을 입던 아이들도 귓속 물 빼는 건 잊지 않았지. 



뜨거운 해를 피해 들어간 물 속이지만 해가 있어야 실컷 놀 수 있어. 

해가 구름에 가리면 아이들은 물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입을 모아 노래를 했대.

갱변의 의식 같은 거라고나 할까.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치고 나오너라.


해야 해야 어서 빨리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치고 나오너라.



한 아이가 부르면 이 아이 저 아이 할 것 없이 따라 불렀지.

구름 속에서 있던 해가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후딱 나오게 

한 목소리로 목청껏 불렀어. 

그냥 해도 아니야. 장구치고 나올 정도의 뜨거운 해야.



'해야 해야 나오너라' 말놀이는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이 말놀이는 물놀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어. 

그냥 놀이가 가르쳐준 거야. 

차가운 몸을 녹이기 위해, 갱변에서 더 놀기 위해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불렀던 거지. 



영원토록 갱변에서 물놀이하고 싶은 아이들 마음이 흘러나와 말놀이가 되고 노래가 된 거야. 

어떻게 아냐고? 갱변에서 맘껏 놀아본 사람은 그냥 알아. 



온몸으로 놀아본 아이는 온몸으로 노래하고 그 노래는 다시 놀이가 되어 몸으로 기억을 하는 거야. 

자갈 위에 누웠던 따뜻함을 지금도 나의 등이 기억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해야 해야 나오너라

저건 넬랑 음달지고

이건 넬랑 해 나오고


해야 해야 나오너라 

저건 넬랑 음달지고

이건 넬랑 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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