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바닷가 탄광마을>. 하루 동안의 소년의 잔잔한 일상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버지는 새벽에 마을 사람들과 탄광으로 간다. 잠에서 깬 소년은 바다를 보며 아빠를 생각한다.
‘아빠는 벌써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석탄을 캐고 있을 거예요.’
친구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도, 심부름 갔다 올 때도 소년은 바다를 보며 아빠를 생각한다. 소년이 보는 바다는 탁 트이고 은비늘이 반짝이지만 탄광에서 일하는 아빠의 공간은 허리를 구부려야 할 정도로 좁고 어둡다. 소년은 평생 광부로 일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묘소를 찾는다. 그곳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바다는 이렇듯 소년의 일상을 지배한다.
저녁때 아빠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고 가족들은 편안하게 저녁식사를 한다. 식사 후 소년은 아빠 품에 안겨 노을을 본다..
‘한쪽에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 아빠가 석탄을 캐는 곳이 있어요.’
아빠와 함께 하고 있지만 바다는 계속 소년의 마음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다.
“나는 파도가 철써덕 철써덕 뒤치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요. 스스스 눈을 감으며 바다를 생각하고 아빠를 생각해요. 화창한 여름날을 생각해요. 그리고 컴컴한 땅굴을 생각해요.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올 거예요.‘
평온한 일상 속에 소년을 짓누르는 것이 무엇임을 아는 순간이다. 1950년대를 배경인 이 그림책은 소년이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곧 탄광에서 일하게 된 다는 것을 암시한다.
‘나는 광부의 아들이니까요. 우리 마을에서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
소년은 바다를 보며 아빠를 걱정하고 또한 얼마 있으면 탄광으로 가야 하는 자신의 현실을 알고 있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소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한 편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과도 같다. 면지가 석탄처럼 까맣기에 나도 탄광에 갇힌 듯 답답하다.
잔잔한일상 속에 소년의 마음을 지배하는 바다. 그 바다는 앞으로 소년이 처한 현실이 되고 삻의 현장으로 벗어날 수도 없는 공간이 된다. 그렇기에 바다는 소년의 잔잔한 일상을 무겁게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