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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Feb 20. 2024

콩이 뭐길래

말놀이 에세이 <콩 받아라>




"콩 받아라

 콩 받아라

 니 콩 내 콩

 콩 받아라.


 콩 받아라

 콩 받아라

 니 콩 내 콩

 콩 받아라"  

-말놀이,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말놀이는 변주를 일으킨다.

반복하여 말놀이 하다 보면 음률과 속도에 변주가 일어난다. 일부러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놀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마치 놀이가 살아서 우리를 갖고 노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말놀이는 그냥 놀면 된다. 놀다 보면 놀이가 말놀이 판을 주도하게 된다.








<차 안에서 말놀이>



달리는 차 안.

뒷좌석에 앉은 어머니는 과자를 집어든다.

“바시락 빠시락.”

심심하신가 보다.

파란 하늘에 구름은 어디에서 피어나는지 몽글몽글하다.

운전하는 남편은 앞만 보고 달린다.

“빠시락 바시락.”

과자를 하나 더 먹는다.


“어머니, 제가 콩 드릴까요?”

“뭔 콩이 라냐?”

“받아 주세요. 자 이제 드릴게요.”

심심해하는 어머니께 뜬금없이 콩 받아라 말놀이를 걸었다.


"콩 받아라 콩 받아라. 니콩 내 콩 콩 받아라."


파란 하늘 같은 경쾌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말놀이 콩을 보냈다. 어찌 된 영문이지도 모르면서 어머니는 바로 말을 따라 한다.


"콩 받아라 콩 받아라. 니콩 내 콩 콩 받아라."


운전하는 아들에게 콩을 보낸다.

"......., "

“여보 어머니가 콩 주시는데 왜 안 받아?”

“나도 하는 거였어?

신랑은 얼떨결에 콩을 보낸다.


"콩 받아라 콩 받아라. 니콩 내 콩 콩 받아라."


옆에 있던 나는 신랑이 보낸 콩을 닁큼 받아 어머니께 말놀이로 다시 보낸다. 어머니는 내 마음이 담긴 콩을 잘도 받는다. 운전하던 신랑도 이제는 말놀이를 즐기며 콩을 건네고 받는다.


"콩~~ 받아라 콩~~ 받아라. 니콩 내 콩 콩~~ 받아라."


말놀이를 하던 중 변주가 일어났다.

콩에 음률을 넣어서 길게 늘어트린 것이다.

이 사람은 꼭 이런다.

‘아, 나 이런 거 하기 싫어.’ 하면서 이리저리 빼다가 나중에는 놀이를 갖고 논다.

웃음소리를 가득 머금은 채 변주를 따라 다시 어머니께 보낸다. 콩을 보내고 어떤 콩이 올까 기다린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또다시 변주가 일어난다.


"콩 받아~~ 라 콩 받아~~ 라. 니콩 내 콩 콩 받아~~ 라."


이번에는 뒷부분에 변주가 일어났다.

이제는 모두 따라쟁이가 된다. 앞에서 보낸 음률에 맞추어 똑같이 보내는 따라쟁이.

"왜 따라 해?"

"재밌잖아."

변주가 일어나면서 놀이는 더 흥미로워진다.


자기에게 오는 콩을 그대로 따라 해도 좋고 그 콩에 변주를 주어도 좋다. 단순한 놀이는 이제 한 바퀴를 돌면 돌수록 복잡해진다. 누가 말놀이를 단순하다고 했는가? 나는 속도로 변주를 일으켰다.


"콩 받 아 라 콩 받 아 라 니 콩 내 콩 콩 받 아 라."


천천히 한 자 한 자 늘려서 콩을 보낸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걸 느리게 받으며 오는 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받아 낸다. 신랑은 슬로로 오는 콩을 빠르게 스매싱한다.


빠르게 오는 콩을 주고받고 하다 보니 다들 웃음보가 터진다. 처음 하는 말놀이에 차 안의 정적은 사라지고 웃기 바쁘다. 말놀이에 시큰둥했던 신랑은 놀이에 변주를 일으키는 놀이꾼이 되었고, 치매 걱정하던 어머니는 아들, 며느리가 보내는 콩을 다 받아 내며 걱정을 털어냈다. 





콩이 내 안에서 콩콩콩 나를 간지럽힌다.

산책하다가도 '콩 받아라'를 읆조리다가 웃고

밥 먹다가도 신랑에게 '콩 받아라' 하며 툭 건네면

콩은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콩을 보내고 콩을 받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며 헤실헤실 웃음이 난다.


이 콩이 뭐 길래 이리 실없이 웃게 할까?

동글동글한 콩이 혀끝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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