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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Feb 22. 2024

무얼 먹고사나

<말놀이 에세이>




*"태양을 사랑하는 아이들아”-노래


  태양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별을 노래하는 아이들아

  이제는 날이 저물었으니

  우리 모두 손을 잡고 걸어가자


  베개 밑에 무릎 꿇고 앉아서

  무언가를 기도하는 아이에게

  너의 작은 소망이 무언고 하니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싶대나


  산속에 사는 사람 감자 캐 먹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 물고기 먹고

  뒷 뜰의 풀잎 이슬 먹는데

  별나라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


  별 똥 먹지요. 별 똥 먹지요.






<별똥 먹고사는 별나라 사람들>


 20대의 기억

우리는 담배 연기 자욱한 실비집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가장 젊고 한창인 20대 때, 무어 그리 심각했는지 허구 헌 날 모여 술을 마셨더랬다. 젊어서 그런지, 아니면 갈망하는 민주화 대신 최루탄이 난무한 현실 때문인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주는 맥없이 쓴 맛을 잃었다. 취하지도 않았다.

이 십여 명의 젊은 청춘들이 무릎 맞대고 심각하게 이야기 나누다가도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광야에서' 노래를 부를 때 우리의 비장함이란.

술로 흐려진 의지를 살리기 위해 팔을 힘차게 내저으며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러다 한, 두 잔 술이 더 들어가면 노사연 노래를 잘 부르던 대수씨는 '돌고 돌아가는 길'을 부르고

미희 언니는 이승환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누군가 "별똥 먹지요 듣고 싶다." 하면 하나같이 흐릿했던 눈빛들이 살아나

'별 똥! 별 똥! 신은향! 신은향!'하고 외쳤다.

원 제목이 '태양을 사랑하는 아이들아.'지만 다들 '별똥 먹지요.'로 기억했다. 취기가 덜한 탓인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가 끝나갈 때쯤이면 다들 별똥별처럼 눈을 반짝였다. 마지막 소절에서 "별나라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

노래하면 두 박자 쉬고 큰소리로 다 같이

"별 똥 먹지요! 별 똥 먹지요!" 떼 창을 했다.


태양을 사모하고 별을 사랑했지만 어두운 정치적 현실로 회의감 가득한 20대의 청년 y 회원들.

윤동주 시인의 '무얼 먹고사나' 시에서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먹고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구 별나라 사람 별똥 먹을 때

우리는 꿈꾸는 세상을 바라면서 실비집에서 소주를 마셨더랬다.






내가 즐겨 불렀던 '태양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노래는

윤동주 시인의 '눈을 감고 간다.'와 '무얼 먹고사나' 시의 일부이다.


 

*<눈 감고 간다>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차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무얼 먹고사나>

  윤동주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먹고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구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사나





윤동주 시인은 <눈을 감고 가거라> 시에서 태양을 사모하고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밤이 어두웠으니 눈을 감고 가라 한다.

어두울 때 보이는 것은 깜깜한 어둠뿐이다. 그 어둠에 마음이 잠식되면 두려움에 휩싸여 옴짝달싹을 못한다. 한 치 앞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을까? 가시덤불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한 발짝도 내딛을 수가 없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마음에 간직한 태양의 빛과

희망의 별 빛으로 힘차게 걸어갈 수 있다. 어두운 밤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에 가진 만큼 산다. 시인의 마음은 태양을 사모하는 마음, 별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에 있는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살아간다. 시인이 뿌린 씨앗은 빛이 되고 희망이 되어 마음의 등불이 된다. 눈을 감을 때가 밤이 어두울 때라면, 눈을 뜰 떼는 발에 돌이 채일 때이다. 태양을 사모하는, 별을 사랑하는 아이 같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돌이 채일 때는 감았던 눈을 와딱 뜰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무얼 먹고 사니> 시에서 바닷가 사람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골에 사는 사람은 감자를 구워 먹는데

별나라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 하고 궁금해한다.

삶이란 먹고사는 일이다. 살기 위해 먹든, 먹기 위해 살든 우린 무언가를 먹으면서 살아간다.

육신을 위한 것과 정신(영혼)을 살리기 위한 먹을 것을 잊지 않는 꿈 꾸는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 별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다. 별나라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는 존재들이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어둠 속에서도 밝은 희망을 품고 산다.






"별나라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 하면

"별똥 먹지요! 별똥 먹지요!"

떼 창을 하던 청년 YMCA의 우리들은 아직도 20대의 열망을 잃지 않고 밝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우리들은 아직도 별 똥을 먹고 사는 시인이자 영원한 청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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