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오늘이 Feb 06. 2024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

리뷰 <여행 가는 날> 서영, 위즈덤하우스, 2018




“걱정 말거라, 나는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란다.”





벚꽃이 만발한 봄날,

할아버지 집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기다리던 손님이었나 봐요.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하네요. 손님이 왔으니 이제 할아버지는 먼 여행 떠날

채비를 해요.



장롱 밑에 모아둔 동전을 꺼내고, 여행길에 먹을 삶은 달걀도 준비하죠. 마중 나올 아내를 위해 깔끔하게 면도도하고, 팩까지 하는 할아버지.

아내가 좋아했던 양복도 꺼내 입었지만 혹시 아내가 나이 든 자신을 못 알아볼까 봐 사진첩에서

예전 사진도 몇 장 꺼내요. 먼저 여행 간 황 씨를 이기기 위해 ‘바둑의 신’ 책도 잊지 않고 챙겨요.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간다며 홀가분하게 여행 떠나는 할아버지를 보는데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져요.



“그런데 할아버지 안 슬퍼요?”

“슬프기는, 미안하지.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할까 봐 그게 미안해”



홀로 남겨진 슬픔을 알기에 미안해하는 할아버지.

벚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요. 벚꽃이 지면 그 자리에 새잎이 돋아나듯 할아버지 앉았던 파란 의자에

어린 손자가 앉아 있네요. 꽃잎이 떨어졌다고 함께 했던 추억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기에 손자에게, 남겨진 사람들에게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크겠지요.





저승사자의 이미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들게 하는데 손님은 여행의 설렘과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할아버지의 마음처럼 가볍고 귀엽네요. 할아버지 옆에 한 손에 등불을 들고 있는 손님이 있어 마음이 놓여요.










여행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손님이 있어 할아버지는 무사히 여행지에 도착했겠지요.

그리운 사람들과 만나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황 씨와 바둑 두면서 투닥투닥할 할아버지.

이승에 홀로 남겨진 존재보다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곳이 더 행복할 것 같아 마음이 놓여요.





작가의 이전글 그림책에 물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