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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Feb 05. 2024

그림책에 물들다.

 리뷰 <파도야 놀자> 이수지, 비룡소, 2017




'파도야 놀자'는 이수지 작가의 '경계' 삼부작 중 두 번째 그림책이다.

가로로 긴 판형의 그림은 너른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바닷가에서 아이처럼 놀았던 경험이 있기에 개인의 경험치와 그림책의 시각적 이미지가 겹쳐져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읽힌다.








표지는 밀려오는 파도를 마주한 아이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치마, 주춤하는 발 동작에서 아이가 파도를 보고 느끼는 낯섦과 두려움이 느껴진다. 낯선 존재와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듯 아이는 파도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기도 하고, 조금 다가갔다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호기롭게 혀를 쏙 내밀기도 한다. 파도와 아이의 심리적 대립 구도를 역동적으로 잘 표현했다.








아이의 호기심은 점점 파도와의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된다. 모든 그림을 원거리에서 아이와 파도, 갈매기를 보는 관찰자 시점으로 표현했다면 파도가 덮친 그림은 크고 가깝게 그려져 있다. 마치 아이뿐 아니라 독자까지 덮쳐, 파도에 맞은 듯 깜짝 놀라게 한다. 독자와의 경계도 허물고 있는 것이다.








파도는 아이의 옷을 파랗게 물들인 것만이 아니라 갈매기와 하늘, 그리고 독자의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였다. 서로에게 물들자 아이는 물속에서 하이킥을 날리며 파도와 갈매기와 하나 되어 신나게 논다. 처음 파도를 보고 주춤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앞 면지에 물이 빠진 모래사장이 흑백으로 그려져 있는데 뒤 면지에는 그곳에 파도가 선물로 준 조개, 고동, 불가사리 등으로 가득 그려져 있다. 면지도 서사에 기여를 하는데 놀이는 아이와 바다를 변화시키는 시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시간은 몰입의 시간이었고 창조의 시간이었다. 아이는 바다가 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파도라는 경계를 넘어 물들듯,

의 글을 읽는 분들이 그림책에 물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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