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피해망상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by 세하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큰 신호등 하나를 건너

6차선 도로옆으로 펼쳐진 보도 위에

걸어가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희미한 가로등 밑으로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며

뒤 돌아보기를 몇 차례 100미터 남짓 보도옆 낮은 가로수 옆으로 서있는 차 한 대가 보였다.

남자 한 명이 차 밖으로 나와 서있었다.


어젯밤 본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신호에서 지나가던 여자를 보고 집까지 따라 들어가 살인을 저지를 살인범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신호에서 나보다 먼저 출발했을 차가 내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있다.


그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로 돌아서 생각했다.


'이 길을 걸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릴 적 대게 이런 경우 나쁜 일이 생겼으니까.

이건 일종의 피해망상인 건지 노파심인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뒤

도로 쪽으로 한 발자국 옮겨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최대한 줌을 당겨서 희미하게라도 차의 번호판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자마자 남편에게 전송했고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야. 내가 지금 사진을 한 장 보냈는데

저기 100미터 앞에 차 한 대가 서있는데, 좀 불안해서."


남편은 내가 납치당할뻔한 사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전화를 끊지 말고 통화하면서 걸어가라는 말을 했다.


나는 목소리의 볼륨을 높였다.

지금 내가 사진을 찍었다는 것과 나는 혼자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빨라야 할 걸음은 오히려 자꾸만 느려졌다.


그 차는 내가 다가가기 전 2미터쯤 앞에서 차를 움직였다.


"휴.. 여보 됐어. 갔어. 나는 무사히 지나왔어."


사실 나는 모른다.

그 차에 결함이 있었던 건지,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있었는지.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린 그 행동의 이유로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나는 불안을 피하지 않은 채

마주했고, 이겨냈다.


그렇게 난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잘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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