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말하면 사라지는 병
친정집에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한번 갈아타고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였다.
갈 때는 11시쯤이라 앉아서 편하게 가며
여유를 즐겼다.
주식도 하고, 유튜브도 보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면서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차를 끌고 가도됐지만 새로 뽑은 차의 조작법이 미숙한 관계로 나는 뚜벅이를 선택했다.
내가 떤 미련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후회로 만들었다.
아빠엄마와 샤브샤브 집에서 했던 대화들,
그리고 병원에 엄마와 함께 있으며 들었던 엄마의 수다들.
그 모든 말들은 내 머릿속에 과부하를 건 상태였다.
월남쌈을 채 두 개도 싸 먹지 못한 채
속으로 삭이는 눈물을 목구멍으로 흘려보낼 동안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한 건지 왜 먹지를 못하냐며,
입이 너무 짧다며 핀잔을 줬고,나는 끝내 엄마와 병원에서 나와 돌아오는 길에서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난 엄마 아빠가 그런 것들로 다투는 게 이해가 안 돼.
왜 엄마는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몰라?
엄마는 차라리 아빠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난 아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
엄마는 당황스럽다는 내색을 했지만
나는 내 속마음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엄마, 나도 아빠의 욱하는 성질머리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아빠의 예쁜 말덕분에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면서 살았어.
근데 엄마는 말을 너무 예쁘게 안 해. 엄마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너무 잘 아는데 엄마는 가끔 말을 너무 함부로 해."
그리고 나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한마디까지 더 얹었다.
"아빠가 얼마나 속상할지 생각해봤어? 내가 엄마의 그런 나쁜 점을 닮은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어."
엄마는 자신이 무슨 말을 밉게 하는 사람이냐며 있던 사실에 대해 말하라고 따져 물었고
나는 기억나는 순간 하나를 꼬집어서 말해주었다.
엄마는 바로 사과했다.
그래서 미안했다. 그냥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었나라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그 뒤에 한 말 덕분에 나는 솔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아빠한테 칭찬 많이 해줄게. 엄마가 엄마 힘든 것만 생각했어. 엄마도 아빠가 말 예쁘게 하는 사람이라서 너무 좋은데 아빠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을 때가 있어서 엄마도 모르게 그런 것 같아.
네 말 들어보니 엄마가 잘못한 것 같다. 딸 말 듣고 엄마가 노력해 볼게."
나의 속에서는 뜨거운 뭔가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너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면 어떡하니? 너무 작은 것에 스트레스받으면서 살지 마."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그게 내 맘대로 안되니까 병원을 찾은 거니까.
나는 숨이 턱 막혔던 그 시간들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몸을 담았다.
퇴근시간이랑 겹쳐서인지 많은 인파로 지하철은 붐볐고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지옥 같은 냄새를 맡으며
귀에 꽂은 이어폰의 도움을 받아 귀를 닫았다.
속이 울렁거리며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음악도 틀지 않은 채 적당한 고요함에 비틀거리며 선채로 눈을 감았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쯤 온몸에 힘이 쭉 풀렸다.
화가 났고 짜증이 치밀었고 온몸은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았다.
어려운 숙제를 끝내놓고 감기몸살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홀가분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쯤 남편에게 카톡이 왔고
엄마에게도 카톡이 왔다.
같은 질문이었다.
"어디쯤이야?"
두 사람 모두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엄마에겐 집 근처라고 답을 한 뒤
남편에겐 다른 답을 했다.
'다 와가는데 나 너무 힘들어. 차를 끌고 다녀올걸 그랬나 봐.'
남편은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꽁꽁 얼어붙은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을 찌르면서도
어두운 밤 밝은 핸드폰화면엔 눈물이 번져나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힘들다고 말하길 잘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눈치 보지 않고 그냥 내가 지금 힘들다고 말하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