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작할수 있다.
미용실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쉽게 버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일을 시작해도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미용은
센스보다 체력으로 시작해
체력으로 끝나는 직업이다.
나만해도 20대의 나이에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니까.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손목과 어깨를 혹사시키며,
퇴근 후에도
몸이 먼저 기억한다.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피가 맺히고
팔꿈치로 올라오는 손목에는
습진이 생겨난다.
손이 너무 너무 간지러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보다
‘이 몸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를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출발선에 설 수 있다.
헤어디자이너까지 승급이 되었을때
초반에 가장 힘든건 '돈'이다.
노력 대비 수입이 형편없을것이다.
요즘 인턴은 대게
최저임금법을 맞춰 채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금전적인 고민이 덜하다.
하지만
초급디자이너의 인센티브는
자존감을 무너뜨리기 쉽다.
그 시간을
굴욕으로 느끼지 않고,
과정으로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간다.
“언제쯤 벌 수 있나요?”를 묻기 전에
“몇 년은 못 벌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미용은
감정 노동이기도 하다.
손님의 기분,
말투, 표정, 불만까지
머리카락과 함께 다뤄야 한다.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손님을 만족시키는 법보다
내 마음을 소진시키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기분이 무너진 날에도
가위를 드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이 업을 계속한다.
미용을
곧장 창업으로 생각하는 순간
위험해진다.
매장을 오픈하는 건
기술의 완성이 아니라
버틴 시간의 결과다.
창업은
실력을 증명한 뒤에 오는 보너스이지
지름길이 아니다.
이 순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게는 열릴 수 있어도
미용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가위를 놓지 않을 이유가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
몸이 아파도,
수입이 적어도,
자존감이 흔들려도
그래도
가위를 내려놓지 않을 이유가 있는 사람.
돈이 아니라
도망칠 수 없는 이유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하다.
미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살아남지 못한다.
함께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가
경력이 10년이 넘었음에도
미용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나는 무수히 보아왔다.
이 조건을 읽고
불편했다면
아마 이 글이 필요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래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땐
조금 더 진지하게
미용업을 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