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음은 다치지 않음과 닿아 있다
요즘 휴지는 참 예뻐졌다.
핑크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심지어 연보랏빛 포인트가 박힌 것도 있다.
그런데,
물티슈는 늘 하얗다.
어떤 브랜드든, 어떤 용도든,
끝내 물티슈는 그 깨끗하고 하얀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문득,
물티슈는 울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계속해서 축축한 채로 있으니
다른 색을 품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미 스스로 젖어 있으니,
무엇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물티슈는 늘,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젖어 있고,
무엇이든 닦아내며
흡수하기보다, 조용히 감싸 안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나는 눈물이 날 땐 물티슈를 쓰지 않는다.
나보다 더 힘든 것에게 내 슬픔을 보태는 건, 너무 가혹하니까.
가만 보면, 우리는 슬픔 앞에서
본능처럼 ‘닿지 않음’을 선택한다.
울컥할 때면, 자연스레 마른 휴지를 찾는다.
이미 울고 있는 것에게 또다시 눈물을 보태는 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일이라서.
아니—
그 슬픔이 내게 전염되는 게 두려워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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