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남편이 달라졌어요

12절 가사가 3절이 되었네

by 세하

손님을 덜 받더라도 아픈 곳 먼저 고쳐야지.

나는 남편의 예약창을 넉넉하게 비워두고 병원 예약을 잡았다.

내가 병원에 갈 때보다 더 긴장됐다.


병원에 다녀온 뒤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또 포기하면 어떡하지?

의사가 하는 이야기에 기분이 상하면 어쩌지?

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혼자서 고민했다.


"병원에 가면 의사한테 당신의 이야기를 다 하고 오면 좋겠어. 그래야 정확한 처방을 해주지."


나는 다시 타로를 시작했다.

점을 쳐보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았다.


타로의 점괘는 아주 흥미로웠다.

많은 것들이 변화될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어쩐지 마음이 진정이 됐고 남편이 병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돌아온 남편은 의사와의 대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안쓰럽데. 속상하다고 말해주더라."


남편은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치의 약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도 당신처럼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약의 효과는 3일 차까지 거의 없었고 4일 차가 되던 날엔

나와 똑같이 기분이 없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맞아! 내 마음을 알겠어? 내가 뭐라 설명 못하겠다는 그 기분말이야."


나는 내 기분을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게 반가웠다.


하지만 남편이 매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나는 약의 용량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2차 병원방문에서는 약의 용량이 더 많이 늘어났고 2주 차 약을 복용하던 어느 날 다툼이 발생했다.


남편과 나의 다투는 방식은 보편적으로 일방적이었다.

10번 중 9번은 매장에서의 일로 다투게 되는데 그날 역시도 내 말과 행동이 남편을 화나게 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해."

나는 늘 하던 사과로 다툼을 마무리하고 싶었고

남편은 여전히 1절에서 3절까지 화나있음을 피력했다.


매장에서 집에서 오는 3분남짓가량 3절을 듣고

나머지 4절부터는 집으로 올라가 들을 요량이었다.


남편이 주차를 하는 동안 집으로 후다닥 올라가

4절 준비를 하기 위해 샤워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진심으로 사과해야지.'

나는 늘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내 마음과 말은 늘 비뚤어져서 그게 남편을 더 화나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샤워를 마친 뒤 남편에게 가보니 남편도 샤워를 거의 마친 뒤였다.


휴우. 큰 숨 한 번을 들이켜고 안방 베드소파에 앉아 2차전을 준비했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음성.


"이 약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야?"


"샤워하면서 화가 가라앉았어. 좋은데?"


원래라면 샤워하다가도 분이 안 풀려서 샤워하고 나와 무조건 4절에서 16절까지 해야 했는데 3절에서 끝났다.

세상에 이럴 수가. 약효가 나를 살렸다.


남편은 시켜둔 밥을 펼치며 또 말했다.

"원래 내가 또 같은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고 싶지가 않아 졌어."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화가 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미안해, 아깐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바로 한번 더 사과를 했다.


남편이 흥분을 가라앉히니 나도 모르게 더 미안해졌고

나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됐다.


남편은 담담한 목소리고 답했다.

"이젠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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