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감기에 걸린 것처럼.

by 세하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이 시작되는 것이 싫었다.


눈을 감으면

내일이 오는 것이 귀찮았다.


나의 삶은 누가 봐도 괜찮은 삶이다.

나 역시 나쁘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생각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음에 감사한 날도 많았다.


그런데 기침처럼

찾아오는 기분 나쁜 생각은

그날의 하루를 망치기에 충분했다.


왜?

도대체 왜?

뭐가 문제인 건데?

뭐가 불만인 거야?

뭐가 부족한 걸까?


하루에도 수백 번을 나에게 물었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던 나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다.


알 수 없다면

알려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내가 왜 이런 건지

왜 밤잠을 설쳐야만 하는지.

생각하지도 않은 생각이 왜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지.


캐캐묵은 오래된 과거 속으로

소용돌이치듯 빨려 들어가는

주체되지 않는 내 정신세계를 깨부수고 싶었다.


나는 아주 오래도록 낫지 않는 감기에 걸린 것이다.

매일매일 기침을 하며 썩어가는 머릿속을 토해내지도 못한 채,질척한 가래덩어리를 꾸역꾸역 삼켜내듯

살고 있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혼숙려 캠프를 보면서 번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움직여야 했다.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예약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가까스로 초진 예약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출근시간을 미루고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