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사랑 나라 사랑

서른 살의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는 나의 소중한 동기님

by 세희호

카페를 차리겠다는 흐릿한 꿈이 점점 선명해져갈때즘

제일 먼저 한 건 바리스타 학원 등록이었다.


그 당시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기에,

내일배움카드라는 아주 쓸모 있는 제도를 이용해 주 2회 퇴근 후 학원을 다녔다.

카페 아르바이트+호텔 식음 서비스 경력이 있는 나에게 커피 제조는 낯선 일이 아니었지만,

뭐든 하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일단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그렇게 수업 첫날,

'저녁반이니 나 같은 꿈을 꾸는 혹은 뭐라도 취미가 필요한 2030 직장인이 많겠지'하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학원엔 내 부모님보다도 높은 연배의 어머님들이 절반이었다.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던 20대 막내인 나는 반장이 되었고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지만

금세 우리 반 분위기에, 같은 반 어머님들에게 스며들어버렸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를 OO님이라 부르며,

서로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우유 스팀을 할 때마다 박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흔히들 비유하는 '동물의 숲 게임 속 NPC'가 된 기분이었다.(나는 해당 게임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너무 뻔한 표현이지만 누구보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사소한 말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소녀 같은' 동기님들이 그냥 좋았다. (엄마 미안..)

중간중간 나누는 사소한 수다도 직장 생활에 찌든 나에게는 소소한 힐링이었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기를 두세 달.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급 카페를 차리게 되었고,

첫날 제일 먼저 어머님들께 오픈 소식을 알렸다.


개업 전 인테리어를 하다 몸살이 나 수업에 못 가면 누구보다 걱정해 주시고,

최근 가본 카페들의 후기와 함께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내게 늘어놓으셨다.

그럼 나도 신나서 일상 얘기, 가족 얘기를 여쭈며 동기님들과 더욱더 가까워져 갔다.


오픈 소식을 알린 다음 날,

나의 소중한 두 동기님들이 친구들보다도 먼저 달려와주셨다.


아드님과의 오붓한 데이트 도중, 일 끝나고 낯선 길을 물어물어..

각자의 귀한 시간을 쪼개, 갑자기 카페를 차려버린 철부지 반장을 응원하러 와주셨다.

KakaoTalk_20251120_154916292.jpg 동기님이 손수 지고 오신 개업 화분


기분이 참 묘했다.

서른 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우정? 애정?..

무슨 감정이 제일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감정들이 참으로 낯설고 귀했다.

그리고 든든했다.

가까운 곳에 정말 아무 대가 없이 정을 나누는 소중한 동기들이 있어서.


'나도 사랑스러운, 다정한 어른이 되어야지.'

가끔 동기님들이 생각날 때마다 이 감정과 상념을 곱씹고 다시 곱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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