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현 Sep 15.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14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14, 6월 24일  에그 모흑뜨(Aigues-Mortes) ,  꺄마흐그 자연공원( Parc naturel régional de Camargue)

 

님에서 남쪽으로 40여 킬로 달리면 해안가에 위치한 성벽에 둘러 쌓인 중세의 도시 에그 모흑뜨 성이 나타난다. 성벽 아래에 주차장에 주차하고 곧바로 성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영화 세트 장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든 왕좌의 게임에 나올법한 기사가 우리 앞을 가로막아 서서 프랑스어로 물어본다면 아마 입장이 거부되겠지.

중세의 성벽 안에 있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성당에 가서 초 켜는 거 좋아하는 아이, 초값만 얼마인지.



우선 만만한 크기의 성안 마을을 걸어서 둘러보았다. 성문 입구부터 양쪽으로 기념품 상점, 사탕 가게, 초콜릿 가게, 옷가게가 늘어서 있다. 관광지인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기념품
지역 특산물 멸치 통조림 아닌 생선 모양 초콜릿








성벽 위를 따라 걷는 관광 코스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은 푸르다. 그늘이 될 만한 것은 코너마다 있는 타워들뿐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성벽 위의 산책을 즐거워했다. 성벽 안쪽에는 3~5층 높이의 주택과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해안가 쪽으로는 멀리 핑크빛 염전이 내려다보인다. 북쪽으로는 수로에 정박한 요트와 보트들이 보인다.

왼편은 성안 쪽의 마을, 오른편은 성 바깥쪽
핑크색 염전

 성벽 위에는 원통 모양의 케이크 위에 큰 초 하나를 꽂아 놓은 모양의 Constance Tower가 서있는데, 샤를마뉴 대제 시대에 전쟁에 대비하고 또 한편으로는 영적인 목적으로 지은  Matafère Tower 가 있던 자리이다. 샤를마뉴 대제는 이곳을 베네틱트 수도원에서 관리하도록 하였다. 수도승들이 당시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어부들을 관리하고 나오는 수익으로 수도원을 운영했다.




Constance Tower


십자군 원정을 두 차례 떠났던 루이 9세의 명령으로 이 자리에 현재의 Constance Tower를 세웠다. 두 차례 모두 이곳이 원정대의 출발점이었다고 하니 비록 규모는 작으나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곳이다. 한편 이 타워에는 당시의 신교도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가두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원정대를 이끌고 가 '적'을 물리치고,  '이교도'를 가두고 탄압했던 역사가 씁쓸하다. 그들이 믿었던 신은 참 속이 좁았나 보다.

타워마다 십자군 원정과 왕, 이교도에 관한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햇살은 뜨겁지만 바닷가와 수로에서 부는 바람이 기분 좋게 땀을 식혀주었다. 성벽 위를 걷다가 코너마다 세워진 타워에 들어가 여러 가지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매체와 자료를 본다. 대부분 영어도 함께 표기되어 있다. 다시 성벽 위 걷기를 반복하여 마을 전체를 다 돌아본 기분이었다.  성벽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책상에 올라가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볼 것을 권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성벽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걷는 느낌이 좋다.



미디 운하(Canal du Midi)와 연결되는 운하(Canal du Rhône à Sète )





마을 안쪽 광장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야외 카페들이 많았는데, 스페인 식당에서 해산물 빠에야와 스테이크로 점심을 해결했다.






핑크빛 염전은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꺄마흐그 자연공원 (Parc naturel régional de Camargue )으로 서둘러 출발했다.


꺄마흐그 자연공원은 플라밍고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야생 조류와 야생마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위적인 구조물은 최소화 하였다. 사람들은 나무다리와 나무 보도를 따라 걸으며 주로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다.  동물들을 동물원이 아닌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공원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가능한 조용히 대화하며 동물들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아니라 서식지에 사는 야생동물을 보는 즐거움


사람이 다니는 길로만 조용히 다닌다.




탐스러운 갈퀴와 꼬리털을 자랑하는 백마 네 마리는 한가로이 바람을 즐기며 대화하고 있었다.  바로 그 옆에 플라밍고들이 부지런히 갯벌에서 조개를 찾느라 고개를 국자 모양으로 구부리고 있다. 모기에 여러 곳을 물리기는 했지만 나무 데크 위로 편안히 산책하고, 오솔길을 걸으며 다음 코너를 돌면 어떤 동물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탐험을 했다.


아름다운 하얀 말들



이렇게 아름답고 넓은 자연공간에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적한 곳에서는 대부분 아이들이 앞장서서 걷고 나는 뒤따라간다.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볼 때 엄마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 아이들도 저 야생의 동물들처럼 야성을 키워주고 싶은데, 이런저런 염려와 겁이 많은 엄마는 자꾸만 우리 안에 가두고 안심하는 것 같아 반성해본다.








공원 탐험을 마쳤을 때 벌써 오후 4시를 훌쩍 지나있었다.오늘의 숙소가 있는 카르카손(Carcassonne)까지 2시간이 넘게 가야하니 서둘러 출발했다. 가능하면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운전을 하지않으려고 한다.


이 날은 여행 온 후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운전한 날이었다. 처음으로 국도가 아닌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었다. 사전에 카페에서 다른 분들의 고속도로 경험담을 여러편 읽었다.


최악의 경우는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서 뒤의 차들이 잔뜩 기다리게 될 때이리라. 국도가 경치가 더 좋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고속도로를 멀리 했던 이유가 바로 이 톨게이트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고속도로 진입로에 들어서고 우리 차례가 되어 무인 톨게이트 앞에 차를 세웠다. 매표기에는 carte는 카드, billet 은 지폐, piece는 동전이라는 뜻이므로 기억해 두면 유용하다. 정말 긴장이 되었지만 다행히 나의 카드가 무사히 인식되고 영수증을 출력받아서 드디어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그 후에는 아무 부담감 없이 프랑스의 고속도로를 즐기게 되었다. 그렇다 즐기게 된다. 프랑스의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130km인데, 본인이 편한 속도로 차선만 잘 지키면 정말 편안한 운전이 될 수 있다. 차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추월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1차로는 대부분의 경우 추월 차량만 사용하고 비워둔다.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도 항상 양보를 받는다. 고속도로 주위는 많은 경우 포도밭과 구릉, 들판과 산과 같은 자연 풍광이기에 운전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늦은 오후에 초행길을 2시간 넘게 운전하는 것은 힘든 일이기는 하다. 아무리 강철 체력 엄마라고 해도 아이들의 안전을 혼자 오롯이 책임져야 하기에 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먼길을 가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목적지가 도심일 경우에는 출발 전에 더 자세히 주변 지도를 살펴보고 머릿속에 미리 그려보기도 한다.






무사히 카르카손에 도착하여 에어비앤비 주인의 안내를 받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숙소는 다리를 건너면 카르카손 성까지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숙소 주변은 조용한데, 필요한 마트와 크고 작은 식당들이 문만 나서면 있는 매우 편리한 곳이었다.

아늑한 침실, 거실에 는 소파베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도구가 잘 갖춰져 있다.
에어비앤비 숙소, 깨끗하고 편의 시설이 잘 구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기차 마을버스


숙소 뒤편에는 광장이 있고, 주변으로 식당들이 있어서, 그중 아늑해 보이는 작은 이탈리아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관광지도 두 군데나 들르고, 운전도 오래 했으니까 좀 좋은 거 먹어도 된다는 심리가 작동했다. 연어가 올라간 크림 파스타와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시켰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던 풍부한 크림과 토마토소스 맛보다 메마른 느낌이 들어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우리끼리 이탈리아 파스타도 우리나라가 더 맛있다며 웃었다. 아쉬움을 치즈 케이크와 크레페로 달랬다.









집 앞 마트에서 마침 배추를 판다.  쪽파와 사과, 마늘을 사 와서 배추김치를 만들었다. 여행 올 때 준비한 작은 멸치액젓 한통과 고춧가루를 사용했다.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는 김치를 만드는 것은 큰 노동으로 여겨서 주로 완성된 김치를 사서 먹는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재밌는 실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밀폐 용기에 담아 둔다. 한동안 우리의 식탁이 매우 풍성해질 것 같아서 행복해졌다. 같은 일도 마음 가짐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진다. 매사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진리이다.

현지 재료로 담가보는 김치 만들기, 저 정도면 일주일 정도 행복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