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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Oct 04.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33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33, 7월 14일 샤모니(Chamonix Montblanc)




눈뜨자마자 창을 열어 몽블랑 정상을 확인했다. 다행히 산 위에 구름이 없고 날씨는 눈부시다.


중간에 플랑드레귀(Plan de l'Aiguille)에서 한번 갈아타야 한다.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Montblac)은 높이 4,807미터이다. 이 케이블카는 플랑드레귀(Plan de l'Aiguille, 높이 2,308m)까지 올라 간다. 그곳에서 다시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 높이 3,842m)까지 가는 케이블카로 갈아타야 한다.


오늘 일정은 에귀 뒤 미디 전망대에서 몽블랑과 주변 산봉우리들을 감상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플랑드레귀에서 하차해서, 완만한 트레킹 코스를 걸어서 메흐 드 글라쓰(Mer de Glace)까지 약 6.5km를 가는 것이다.





큰 등산용 배낭에 에귀 뒤 미디에서 입을 경량 패딩을 챙겨 넣었다. 트레킹 때 먹을 물, 사과, 초코바도 챙겼다.

고산병이 걱정되어 한국에서 준비해온 약을 다 같이 먹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는 미리 예약한 사람들이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 등산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밧줄을 허리춤에 걸고 배낭을 메고 오고 간다. 저 사람들은 어떤 루트로 어떻게 올라가는 건지 궁금하다.


환승 후 케이블카가 산 정상의 에귀 뒤 미디 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에귀 뒤 미디 정상까지 중간에 갈아타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올라왔다. 아이들은 속도가 제법 빠른 케이블카를 재미있어했지만, 나는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다.


정상에 내리자 바로 영하의 추위가 몸을 덮쳤다. 서둘러 아이들에게 패딩을 입히고 나도 입었다.

에귀 뒤 미디 전망대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들
끝이 둥근 봉우리가 몽블랑이다.
몽블랑(Montblanc) - 흰 산
각 봉우리마다 붙여진 이름이 있고, 그곳에 처음으로 올랐던 사람들의 기록이 있다.


산맥 넘어는 이탈리아이다.



감사하게도 날씨가 화창하고 구름이 없어서 산봉우리들을 하나하나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패딩을 입었어도 매우 추워서 밖에 오래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로 멋진 풍경을 담았다.


최초로 몽블랑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Michel-Gabriel Paccard와 Jacques Balmat라는 두 프랑스 인이었다. 이때가 1786년 8월이었는데, 이들의 성공 후 비로소 등산(알피니즘 alpinism)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산이란 나무나 먹을 것을 구할 목적으로 오르는 곳이지 정상을 정복할 목적같은 것은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몽블랑 정상에는 악마가 살고 있으며, 그곳에 오르면 온갖 재앙이 닥칠 거라는 미신을 믿었다고 한다. 밧줄도 없이 크레바스를 건너고, 고산병에 시달리면서도 결국에는 정상 등반에 성공하고 새 역사를 썼다. 이들의 성공 이후 사람들은 용기를 내어 높은 산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선구자들이었다.





바닥이 투명한 박스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우리도 덧신을 신고, 바닥이 투명한 상자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때쯤부터 아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힘이 없어 보이고 자꾸 어딘가에 앉으려고 한다. 전시실의 내용을 좀 더 보고 싶었지만 고산병이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탔다. 플랑드레귀에서 하차해서 휴식을 취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케이블카가 도착하기 몇 분 전에 아이가 바닥에 구토를 하고 말았다. 서둘러 휴지를 꺼내어 깨끗하게 닦았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다.


고도가 대략 1500미터 낮아져서인지, 아이는 이제 머리도 안 아프고 속도 편안하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바로 앞의 매점에서 간단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핫쵸코, 비스킷 등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서 아들의 컨디션을 재차 확인했다. 이제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한다.




함께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이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손을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비교적 완만하고 편안한 트레킹 코스였다. 표지판에는 메흐 드 글라쓰(Mer de Glace)까지 2시간 15분이 표시되어 있지만, 우리 걸음으로는 아마 3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에 바위 위에 앉아서 사과와 초코바를 먹었다. 7~8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도 부모를 따라 열심히 잘 걷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걷고 싶은 길이다.
대부분 걷기 수월한 길이다.



산 아래 샤모니 마을이 보인다. 건너편 브레방(Le Brevent) 산.


역시 높은 산 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등산을 시작할 때 반짝이던 해는 비구름 뒤로 사라져 버리고, 도착 20분 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할 때 산장에 도착했다.



무사히 3시간 30분의 트레킹을 마친 아이들이 자랑스러웠다. 막판에 비까지 내리고 미끄러운 암석 구간을 지나기도 하면서 행여나 아이들이 넘어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엄마와 함께 걸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비가 와서인지 제법 큰 식당 안은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몇 안 남은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켰다. 나는 이 행복한 날을 위해 몽블랑 이름을 달고 있는 맥주를 마셨다. 아이들은 지쳤지만 음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신 후 다시 아이들 특유의 에너지를 회복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아이들에게 무사히 트레킹을 마친 것을 축하해주었다. 나는 이 멋진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걸었다는 것을 평생 기억하며 행복할 것이다.






회색빛 땅덩어리 아래가 빙하이다. 두 개의 구멍을 뚫어 빙하 터널을 만들었다. 메흐 드 글라쓰(Mer de Glace)
자세히 보면 빙하 입구까지 임시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빙하를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겉으로는 흙먼지가 덮인 평범한 지면이었다.  짧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 후 다시 수많은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빙하 터널로 들어가자 이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 실감이 났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 처음 보는 땅속 얼음 동굴이 신기해서, 벽을 만져보기도 하고 얼음 의자에 앉아보기도 한다.

이 빙하가 오래오래 이 상태로 지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산악 열차를 타고 샤모니 시내로 내려왔다.
케이블카 기념품 판매점에서 구입한 인형들,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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