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내 몸에 살기 싫다는 단어를 새길 때, 사람들은 날 다그쳤어.
그러지 마, 보통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누구도 나를 끌어안으며 '같이 살자' 말해준 적이 없어.
그저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고 했을 뿐이야. 제발 얌전히 살라고 말이지.
나는 그 억지에 맞추며 살고 싶지 않았어.
나는 누구의 나로 살고 싶지 않았거든. 나는 나잖아.
슬프게도 내가 나로서 홀로 서려할 때마다 사람들은 삐딱한 눈을 하고 내 일에 사사건건 참견했지.
정답은 이 쪽이라며 끌고 간 길은 빛나는 난간이었어.
홀로 서려면 역시 그 무대가 적합했던 거야. 그리고는 그 위에서 춤을 추라며 보채기 시작했어.
난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그들은 시선이라는 조명 아래에서 발을 헛디디는 순간을 기다렸어.
아! 드디어 저 아이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무너지는구나! 흥분한 눈엔 핏빛이 감돌았어.
그래, 기꺼이 날아주지.
기꺼이 은반의 꽃이 되어 피어나 주지.
시든 꽃잎으로 떨어지더라도 나는 나로서 피어났다는 걸 보여줄 거야.
하지만 그런 결심은 부서질 줄 알았던 자신이 살아있는 것을 알고 곧바로 무너졌어.
그들은 나를 비웃을 거야. 무대를 망치고 멀쩡히 살아있기까지 하잖아.
초라한 한 잎 거리가 된 나를 짓밟고 가버릴지도 몰라.
끝을 직감하고는 어서 바람이 불어 나를 쓸고 사라져 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어.
소원을 들은 봄바람이 떨어진 이파리들을 모아 자신에게 둘렀어.
꽃으로 태어나 바람으로 사라지는 피날레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어.
이건 내가 생각한 결말이 아니었는데, 그 말도 안 되는 장면 앞에서 나는 도망치듯 몸을 숨겼어.
그때 바람을 함께 타고 오르며 지나가던 꽃잎들이 내게 말했어.
"안녕, 나도 저기서 떨어져 봤어. 그리 살아보니까 나쁘지 않더라. 지금처럼 말이야. 어때? 꽃에서 떨어져도 무서운 건 없었지? 그렇게 한 잎, 두 잎 떨어지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돼. 자유로운 우리를 봐! 우린 모두 널 지지하고 의지하며 날고 있어.
우린 떨어지고 지는 순간에도 저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감탄을 만들어내니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떨어지고 무너져도 괜찮았음을, 부서지는 다리로 난간을 걷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음을 깨달았어.
있잖아, 나는 이제야 마음이 근심 없이 깨끗해.
내가 만난 사람이 나를 바꾸고, 나도 그들의 바람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걸 이렇게 알게 되었어.
우리의 생은 그 자체로도 찬란히 빛나.
난간 위를 걸을 때조차 그곳은 빛으로 가득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