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던 그 아이를 알고 있니?
얼마나 요망지고 빛나는 또렷한 눈을 하고 있던지, 아이를 만나는 모두가 머리를 쓰다듬고 기특하다 어깨를 토닥였지.
아이는 그 기쁨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단다.
처음 만난 새 학기 친구에게 지우개를 선물하고, 아껴둔 용돈으로 구매한 간식을 그들에게 먼저 나누기에 바빴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꼬박꼬박 저금해 두고, 그래도 남아있던 두 손의 사랑을 나누어 주던 아이에겐 안타깝게도 도둑이 들었어.
바람을 타고 소문난 아이의 사랑은 게걸스러운 인간들이 훔쳐가기에 바빴어.
아이의 지갑에서 하나 둘 사라지던 사랑은 탈탈 털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게 되었어.
그 사랑을 다시 채우려 했지만, 나눈 마음은 온기로조차 받아 볼 수 없었단다.
이미 커버린 아이를 예쁘다 쓰다듬는 손길도 사라진 지 오래였지.
언제나 어린아이 일 줄 알았던 자신이 받은 사랑을 물처럼 쓰고 이기심에 빼앗기는 동안 주변이 삭막해져 버린 거야.
맞아, 이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야.
어른들은 아이가 다 컸다며 외면하면 안 됐어.
도둑이 들기 전에 지켜줬어야 했고, 스스로를 아끼는 법도 가르쳐줬어야 했지.
적어도, 적어도 말이야.
이미 텅 빈 마음을 채우려고 사랑을 구걸하게 만들면 안 됐어.
몸만 커버린 아이는 내가 조금 더 다정하면, 조금 더 먼저 손을 내밀면 누구든 다시 자신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 착각으로 견뎌온 시간들이었어.
하나의 온기로 내가 지나온 가난한 겨울을 전부 견딜 수 있다고 믿었던 날들.
모두의 마음에 닿고 싶어서 내 마음은 점점 사라졌고, 누군가의 눈빛 하나에 나는 남은 자존감마저 태워버렸지.
깨달았을 땐 이미 많이 늦어버려 겨우 살아남은 나를 발견했어.
사랑받고 싶다는 말은 가장 외로운 언어야.
이해받지 못할 걸 알면서 누군가에게라도 도착하길 바라는 나의 비밀편지였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 시간들이 모두 낭비였다고, 나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어.
길었던 착각의 겨울 속에서도 나는 살아 있었으니까.
누군가가 아니라 나,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먼 길을 돌아왔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