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빛은 절대 꺼질 일 없을 테니까

선택

by 결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

망설이다가는 밀고 들어오는 뒷문이 날 집어삼킬 거야.

어느 문이 정답인지 모르는데도 각각의 문은 자신을 열라며 소리쳤지.

감히 시험하려 열었다가 다시 닫을 수도 없는 선택의 연속.

어린 나는 그 선택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어.


나에게 선택은 언제나 문 하나가 닫히는 소리였어.

어느 쪽을 향해도 나를 환영하는 손짓 하나 없고,

홀로 책임져야 하는 무게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도망칠 수도 없었어.

어떤 문은 미리 자신이 어떤 세상을 보여줄 건지 겁을 주기도 했어.

그리고 난 명령대로 떠밀려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


떨리는 몸을 안고 통과한 세상은 온통 공허뿐이었어.

무서웠어.

억지로 발 들인 그곳은 온도조차 느껴지지 않았지.

문은 쿵 닫혔고, 그 소리는 한동안 나를 따라다녔어.

머리를 울리는 큰소리에 귀를 막고 막연히 앞을 걸어야 했어.

뒤돌아 볼 수 조차 없었어. 나에겐 후회도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왜 아무도 내게 이런 길이 있을 거라고 미리 경고하지 않았지?

그들도 사람이라면, 무수한 선택의 문을 열며 살고 있지 않을까?

다들 얼마나 좋은 선택을 하고 있는 거지?

모두가 말로 나를 베고 같은 마음으로 날 구석으로 몰았을 때, 나 혼자 다른 문을 열었던 걸까?


난 적어도 '내 편'이라는 선택만큼은 허락해 줄 줄 알았어.

있잖아, 내가 나쁜 선택을 한 거야?

내가 열 수 있는 문은 어둠뿐이었는데, 그 속에서 내가 뭘 고르길 바랐던 거야?


원망을 가득 안은 채 도착한 다음 문은 다름 아닌 생과 사의 경계.

내몰리는 강요 속에, 내가 고를 수 있는 문은 겨우 두 개뿐.

나는 이 선택 앞에서 아주, 아주 오래 울어야 했어.

차라리 전부 꿈이었으면 했어.

나에게 생은 사와 다를 게 없잖아.


몇 년이 지났을까. 물기가 전부 말라버린 그날, 나는 처음으로 반항했어.

모든 문을 활짝 열고, 그 끝에 빛이 있는지 확인했지.

그래, 두 문 모두 빛 한줄기 없었고, 내 목소리를 훔쳐간 절규만이 들려왔어.

하지만 말이야. 난 두렵지도, 낯설지도 않았어.

이미 지겹게 걸어온 길과 다를 것이 없었거든.


굳어버린 다리로 문을 향해 움직였어.

가까이 다가가자 어서 손에 쥐라는 듯이 문고리가 빛났지.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어. 아프게 걸어온 내 길이 보여.

선택을 미뤄둔 몇 년을 나무라지도 않는 문은 정말 나에게 끝을 보여줄 건 가봐.

짧은 반항의 끝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았어.


나는 오래된 혼란 속에서도 앞을 보고 있었어.

끈질기게 발끝을 붙잡던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잖아.

시간을 밟으며 걷는 동안 문은 날 향해 달려왔고, 항상 내 손이 닿는 곳에서 발견되었어.


난 그제야 알게 되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길 위에서 내가 어떻게 여기에 도착했는지.

어떻게 방향을 찾아낼 수 있었는지 말이야.


날 봐, 내가 빛나고 있어.

누군가 길을 비추고 있던 게 아니야.

내가 생 그 자체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이제 그들에게 나의 선택을 보여줄 차례야.

어떤 문이어도 괜찮아.

설령 그게 사의 문이더라도 난 후회하지 않아.

내 빛은 절대 꺼질 일 없을 테니까.


끝까지 살아볼 수 있도록 기다린 나의 문은 하나의 길이 되었고, 내 생의 빛은 걸음마다 앞 길을 비춰.

자, 이게 내 선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