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조심스레 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 보았다.
숨결이 닿을 거리, 심장이 울리는 소리조차 부담일까 싶어 내 귀를 스스로 막았어.
수줍은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앞만 보던 내가 관성을 못 이겨 옆으로 쓰러졌을 때, 이미 너는 없었어.
무게를 버티지 못한 사람은 너였구나.
나는 모든 걸 너에게 기대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어디에 닿는다는 건 늘 누군가에게 조금쯤 짐이 되는 일이었나 봐.
안부를 내어주고 어깨도 내어주던 네가 나를 떠난 이유는 끝내 들을 수 없는 것이겠지.
그런 기대를 나는 가져볼 수 조차 없는 거야.
그럼에도 묻고 싶어.
왜 나를 떠났어?
나의 설렘이, 나의 마음이 당신에겐 얼마나 겁나는 일이었기에 닫은 눈과 닫은 입으로 떠나야 했어? 나를 등지는 건 아프지 않았어? 나를 받아주는 마음과 더 받아주다가는 물러설 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마음 중 어떤 마음이 더 초라했어?
대답해주지 않을걸 알아. 하지만 잊을 수 없는 마음이 진짜였다는 걸 난 알고 있어.
내 시간에 내 공간에 다녀간 발자국, 향기, 이야기가 전부 너의 것인데.
그 주인은 나에게 기대하는 것조차 없이 떠나버렸네.
어딘가에 닿았다는 건 늘 누군가에겐 짐이 되는 일이었어.
기대지도 기대하지도 말라는 것 같은 너의 단호함에 나는 오늘도 전등을 껐어.
고요한 어둠이야. 주인 잃은 줄도 모르는 흔적이 나를 좋아해 주는 안타까운 밤이야.
비겁해지는 건 정말 쉬운 일이야. 그러니 나를 모르는 척 지나가고 곁눈질조차 하지 않는 너의 마음은 오죽 쉬울까.
너에게 닿았다는 건 너의 흔적을 견뎌내는 일이었어.
눈물을 삼키고 조금 울먹여보자면 말이야, 나는 단 한순간도 짐이라고 여긴 적이 없어.
끌어안고 쏟아질까 받아내기만을 반복하다, 내가 그 짐 자체가 되어버렸어.
억지를 부려볼까. 욕심도 내지 못한 나는, 네가 늘 말하던 선의를 짐 속에서 조심스레 꺼내 들었지.
날씨 핑계를 대며 네가 어제보다 따뜻한 날을 맞이하길, 오늘보다 더 다정한 일들이 많아지길 기도했어.
끝끝내 아무 응답을 받지 못한 내 기도는 공중에 흩어져 사라진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너의 얼굴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어.
저 말간 얼굴을 봐, 내 기도는 무응답으로 응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