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달이 뜨면 어제처럼 하루를 시작해.
그리고 너에게 인사를 건네지. 안녕, 오늘도 이렇게 잠든 너를 만나는구나.
나는 감정 없는 얼굴로 일어나 어제처럼 전등을 끄고 켜기를 반복해. 이렇게 하면 나의 태양이 조금이라도 빨리 얼굴을 내밀어주려나.
내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어.
글쎄, 다른 사람들은 달이 뜨면 잠에 들고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한다지 뭐야?
나는 그 사람들과 시간을 달리 걷고 있는 게 분명해.
해가 꺼진 하늘은 감히 인간 주제에 밤을 살아내려 하느냐며 나를 집어삼키려 했어.
그래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너도 알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고 있을 수 없을 테니까.
기어코 나는, 처음으로 시간을 거슬러 누구도 보지 못한 달이 지는 순간을 마주쳤어.
내 주변 언저리만을 밝힐 줄 알던 달은 태양에게 잡아먹혀 사라졌지.
태양은 기꺼이 아침을 맞이하는 인간에게 환영의 타오름을 보여주었어.
지겨운 반복을 부수고 나타난 인간은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게 된 거야.
전등을 수 없이 끄고 켜던 나는, 지평선 위로 위엄을 보이는 해를 발견하곤 숨을 토해냈어. 밤의 거리를 걷던 이 다리로 빛 위를 걷는 건 낯설고 두렵기까지 했어.
부디 이 시간에 오래 남아있길 소망했지.
달밤이 나에게 거는 구속을 풀고 이 따스한 햇볕에 나를 맡기고 싶었어.
원하던 너의 품에 안겼을 땐 더는 바랄 수도 없던 영원을 기도했어.
태양도 달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에 우리를 가두려는, 나의 악의 없는 욕심.
하지만 너와 나는 시간을 다르게 정의하는 존재.
이 품을 떠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뜻이겠지.
그러니 우리를 위한 것이라 부르던 구속은 영원한 이별인 거야.
우리가 만나는 반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 난 널 만나야 세상이 완성되는 사람인데.
눈물은 허락되지 않아.
커다란 달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널 품던 손으로 다시 의미 없는 반복을 하라고 명령을 했어.
있잖아, 날 기다려줄래? 너라면 몇 번이고 시간도 운명도 거스르고 달려가 안길 수 있어.
그러니 기다려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