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
붉게 망울진 너의 볼을 톡 하고 건드려보았다.
너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고 나는 옅은 숨으로 대답했지. 너도 네가 사랑받는다는 걸 아는구나? 네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오롯이 바라보는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어. 감탄은 손 끝이 아니라 심장에서 시작된다는 걸. 숨을 참고 네 표정을 기억하려다 내가 먼저 떨려버렸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고요 속엔 네가 사랑받아 마땅한 생의 증거가 있었어. 당연하게. 너무나도 마땅하게. 온전한 기쁨으로 감탄의 숨을 내뱉는 건 아마 처음은 아닐 거야.
기억하니? 내가 저 새와 같은 높이에서 눈 마주칠 때 난간 위의 발은 꽁꽁 얼어있었지만 손은 망설임 없었지.
사람과 건물이 장난감으로 보이던 나는 블록을 쓰러뜨리려는 장난꾸러기처럼 그곳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어.
분노였을까? 아니 그건 복수였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소중하다고 입으로 말하던 사람들은 그때 내 곁에 없었잖아. 내가 감당 못할 일이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걸까. 바람은 금방이라도 뛰어도 좋다며 두 팔 벌려 환영하는데 생의 사람들은 두 손 모아 나를 밀어내고 있었어. 나는 그 생경한 감각이 아직도 느껴져.
응, 난 웃고 있었어. 아니, 울고 있었어. 내 말과 울먹임은 그저 날아가 무엇에도 닿지 않았지.
그래서 지금 너의 작은 어깨를 끌어안고 느끼는 이 따뜻함을 어떻게 소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날 나를 땅으로 내려준 사람들의 말을 기억해. 나와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세상 밖으로 나와주길 소원한 사람들을 기억해. 하지만 말이야 내 사랑아. 그전엔 언제나 네가 있었어. 언제나, 너였어.
모든 것의 정지버튼을 누르고 방안의 형광등을 끄듯이 너는 온몸을, 정신을 꺼버리고 싶어 했지. 어느 날은 상처가 벌어져 피가 뚝뚝 흐르는데 빛이 꺼진 눈으로 그저 피가 멈추길 기다렸었잖아. 고통에 절여진 상처는 마취 없이 칼이 들어와도 비명 한 번 지르는 적이 없었어. 그러니 내가 얼마나 벅차겠어, 너에게 빛이 들어 이렇게 반짝이는데.
그 커다란 눈에 비치는 사람이 나라는 게 얼마나, 얼마나 벅찬지 넌 모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