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평화를 내 손에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나에게 평화는 불안의 다른 이름이었어.
고요한 태풍의 눈에 들어온 기분이었지. 마음을 편안함에 이르게 했을때 비로소 무너지는 나를 몇 번이고 볼 수 있었잖아.
온 가족이 모여 웃고 떠들때, 나는 그들에게서 가식을 보았어. 서로의 건강을 빌어주던 가족은 모퉁이를 돌면 남인 것처럼 태도와 말투 뿐만 아니라 입은 옷과 지닌 돈, 사는 집에 대해 평가하기 바빴어.
나는 그 완벽히 평화로운 모습의 뒷면을 보고 달아나기 시작했어. 내게 영원을 속삭이던 이들의 품에 안겨있을때면 나에게 자격이 있는지부터 따지게 되었어. 분명 그들에게도 뒷면이 있을거야.
그 달의 뒷면을 나에게 들키기 전에 비겁하게 떠나야 했어.
평화란, 품고있기엔 뜨겁고, 놓아버리자니 남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더라. 너도 알고 있지? 절대선이 말하는 평화와 절대악이 말하는 평화의 간극은 너무 심해.
나는 그 간극에 지쳐버렸어.
그래, 나는 가져본 적도 없는 평화를 탐내는 사람이었나봐. 난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잠들길 원했고 내일은 누가 어떻게 싸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를 원했어.
적어도 커져버린 파벌 싸움에 끼여 희생되지 않길 빌었지. 저마다의 이유로 시작된 전쟁은 그저 뿌연 모래싸움 같았어.
서로 모래를 한 움큼 쥐어 던지지만 그 모래를 피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결국엔 누가 던진 모래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려.
그저 이긴다는 것에 매몰되어갈 뿐이야. 나는 그 싸움이 아주 추하게 느껴졌어. 결국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인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것은 포옹이 아닐까? 잡아먹으려고 한껏 벌린 악어의 입이 아니라 사랑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전쟁은 지저분해.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그렇다면 이제 사랑을 말해보는거야. 사랑은 전부 이길 수 있으니까.
나의 평화는 그런 모양이야. 가장 존엄하며 수 천 명의 따스함이 필요한, 우리가 가져야 할 평화는 결국 사랑이야.
사랑 앞에서 우리는, 누구든 완전해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