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
프리랜서의 아침은 묘하다. 눈을 뜨면 딱히 나갈 곳이 없다.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침대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한다. 집에만 있으면 기운이 빠지고 의욕도 안 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이제는 잘 안다.
그럴 때면 청소를 다 해놓고 샤워를 하며 생각한다. '이따가 그 카페에 가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해야겠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생각에 기분도 좋아진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주택가에 숨어있는 그 카페를 발견한 건 5년 전이다. 큰 길가에 있는 카페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곳이지만, 로스팅까지 하는 커피에 어느 정도 진심인 카페다.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곳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 내 단골은 여기만이 아니다. 이 동네에 최애 가게 세 곳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침 8시에 여는 브런치카페에서는 후무스&사워도우와 커피를 마시며 유튜브를 보거나 메모를 한다. 호주식 브런치카페라서 이른 아침 열고 늦은 오후 닫는 그런 가게인데, 워낙 인기가 좋아서 오픈하자마자 가지 않으면 웨이팅을 해야 하는 곳이라 아침에 눈 뜨고 시계 먼저 확인한다. 아침 청소 루틴을 끝내고 8시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서는 그 카페로 향할지 오늘은 포기할지 정한다. 이른 아침 갈 곳이 있고, 그곳에서 시작하는 하루가 좋다. 이 동네를 지날 때마다 자동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이 가게들에서 받는 그 느낌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고향인 서울을 떠나 이 지방도시에 온 지 10년이 다되었는데,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나 지인이 거의 없다. 초반에는 외지인이 신기했는지 알고 지내게 된 지인이 엄청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정리가 된 후론 일부러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이런 단골 가게 공간들이 하루하루 버티게 해주는 역할이 크다. 권태롭고 따분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곳들이랄까.
카페에 앉으면 이어폰을 끼고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다. 카페에서도 좋은 재즈 음악이 나오는데도 굳이 또 내 최애 음악을 듣고 있는 나란... 다른 테이블에서 번지듯 전달되는 대화소리가 백색소음으로 딱 적당하다. 집에 9마리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나는 집 데스크에서는 도저히 뭔가에 집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의자에 앉는 순간 껌딱지 세 마리가 노트북 앞과 무릎을 두고 경쟁하기 바쁘다.
사람이 막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E유형의 나는 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 그럴 때 단골 카페만큼 좋은 특효약이 없다. 그런데 워낙에 까다로운 나의 취향에 부합하는 카페를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공간이 너무 작아서 카페주인과 자꾸 눈이 마주치는 그런 공간도 부담스럽고, 기업형 체인점들처럼 누가 드나드는지 관심조차 없는 그런 곳은 삭막해서 싫다. 개인 카페지만, 적당히 공간도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거리두기가 가능하지만 아늑한 느낌, 적어도 내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카페 주인은 인식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딱이다.
예전에는 이런 공간에 누군가와 함께 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점점 I형으로 변하고 있는 나. 그래도 이런 공간이 내 생활권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단골 카페가 주는 건 결국 위안이다.